인테리어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주방은 어느 브랜드가 좋아요?”
한땡이 좋은지, 리땡땡이 좋은지, L땡땡땡시스가 좋은지 묻는다. 브랜드가 없는 업체는 어떤지, 가끔은 이케땡 주방은 괜찮은지도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는 비슷하게 대답한다.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아요.”
물론 정말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브랜드마다 디자인도 다르고 사용하는 자재와 하드웨어, 품질관리와 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 고가 제품군으로 올라가면 특정 브랜드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소재나 디테일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아파트 주방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나는 어느 브랜드를 선택하느냐보다 누가 그 주방을 설계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주방가구는 휴대폰이나 자동차처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제품은 아니다. MDF나 PB 같은 보드류를 규격에 맞게 재단하고 표면과 측면을 마감한 뒤, 필요한 곳을 가공하고 하드웨어를 결합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러 개의 장을 현장에서 연결하면 하나의 주방이 된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게 좋은 주방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재 선택부터 가공 정밀도, 엣지 마감, 하드웨어, 조립과 시공까지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다. 하지만 한 회사만 만들 수 있고 다른 회사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주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 회사에서 만든 주방을 다른 회사에서는 절대로 만들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소재와 구조를 이용해 상당히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업계가 좁다 보니 사람도 이동하고 협력업체도 겹친다. 비슷한 소재와 하드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디자인이나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브랜드 로고를 가리고 비슷한 가격대의 주방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준다면, 사진만 보고 어느 회사 제품인지 단번에 알아맞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똑같으니까.
……라고 하면 조금 과한 표현이고, 생각보다 많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내가 브랜드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주방은 완성품을 하나 골라 집에 가져다 놓는 제품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소를 우리 집에 맞게 조합해서 만드는 공간에 가깝다.
나는 주방을 레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서랍장, 키큰장, 냉장고장, 싱크대, 상판 같은 수많은 블록이 있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는 어떤 블록이 있는지도, 그 블록을 어떻게 조합해야 편한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냉장고와 식기세척기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서랍은 얼마나 넓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수납이 필요한지도 막상 설계하려면 쉽지 않다.
똑같은 블록을 가지고도 누군가는 아주 편한 주방을 만들고, 누군가는 이상하게 불편한 주방을 만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블록 자체보다 그 블록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브랜드 로고가 아니다.
내 주방을 실제로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 “그럼 어느 브랜드를 골라야 해요?”라고 다시 묻는다면 나는 브랜드를 알아보기 전에 사람부터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게 더 어렵다.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이 실제로 설계한 집을 보는 것이다. 가구회사가 만든 멋진 카탈로그가 아니라, 내가 상담할 디자이너나 업체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집을 보는 것이다. 특히 우리 집과 비슷한 평형, 비슷한 구조의 아파트를 어떻게 풀었는지 찾아보면 좋다.
예쁜 사진만 볼 필요는 없다. 냉장고는 어디에 넣었는지, 식기세척기는 어떻게 배치했는지, 수납은 어떻게 나눴는지, 애매하게 남은 공간은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보자. 비슷한 집을 여러 개 봤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 활용이 계속 보이고, 비슷한 구조의 집을 볼 때마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해볼 만하다.
비싼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좋은 주방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조금 덜 유명한 브랜드라고 나쁜 주방이 되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가 보장해주는 품질과 서비스는 분명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집에 좋은 주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레고 블록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블록을 조립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시 누군가 내게 어느 주방 브랜드가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아마 똑같이 대답할 것 같다.
“브랜드부터 찾지 말고, 사람부터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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