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떠나는 아침이었다. 식탁에 수저 한 벌이 놓였다.
"엄마는?"
"응, 생각이 없네. 얼른 먹어."
"같이 먹자, 엄마."
"그럴까?"
여자는 제 밥그릇에 밥을 수북이 담았다.
"엄마 배 나올라."
그 말에 여자는 고개를 돌렸다.
작은아이 짐을 챙겨 차에 실었다. 아이는 조수석에 앉았다.
학교로 가는 길에 여자가 당부했다.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에이, 엄마. 내가 언제 싸우는 거 봤어요."
그랬다. 아들 둘이었지만 둘이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형은 동생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재웠고, 놀이터에 가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동생 뒤만 따라다녔다.
여자는 한마디를 더 했다.
"새로 사귀는 친구가 많아서 어색할 거야. 잘 사귀어 봐, 아들."
"알았어요. 엄마도 밥 잘 챙겨 드시고요. 가까우니까 학교 마치면 가끔 엄마 일하는 데 들를게요."
기숙사 앞에서 아이는 가방을 둘러멨다.
"엄마, 들어가요."
아이가 기숙사 문 안으로 사라졌다. 두 아이를 모두 집 밖에 떼어놓는 건 처음이었다.
여자는 한참 동안 시동을 걸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 조수석이 비어 있었다.
현관에는 신발이 한 켤레 남았다.
그날 저녁, 지인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이 다 떠난 집에 여자 혼자 있을 걸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여자는 그 사람들이 반가웠다. 서둘러 술상을 차렸다.
사람들은 상에 둘러앉아 남편 이야기를 했다. 함께 다녔던 길, 남편이 했던 말, 남편이 웃던 모습. 이야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밤이 깊어 갈 무렵, 누군가 노래를 시작했다. 「수선화에게」였다. 둘러앉은 사람들이 하나둘 눈을 감고 따라 불렀다. 낮은 목소리들이 술상 위로 겹쳐졌다. 누군가는 박자에 맞춰 상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여자도 따라 불렀다. 노래가 전화 이야기에 이르렀을 때, 여자는 멈췄다.
눈을 감은 사람들은 여자가 멈춘 걸 알지 못했다. 노래는 끝까지 이어졌다. 여자의 눈이 상 위에 엎어둔 전화기에 가 닿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섰다.
"우리 이제 갈게요."
"잘 자야 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세요. 언제든 받을게요."
여자는 차마 자고 가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마당까지 나가 배웅했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왔다.
술상은 그대로였다. 밥을 먹으면 바로 설거지를 하던 여자였다.
여자는 꺼져 있던 복도 불과 현관 불을 마저 켰다. 그러고는 술상 앞에 앉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여자는 아까 끝까지 부르지 못한 노래를 입속으로 불렀다.
상 위의 빈 잔들은 아침까지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