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해가 기울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다들 어쩌냐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여자는 그 자리에서 말했다.
"제가 울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저는 오늘부터 울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여자는 거실 불을 켰다. 부엌 불도, 복도 불도, 현관 불도 켰다. 집 안의 불을 다 켜고 나서도 여자는 거실 한가운데서 움직이지 못했다.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날 밤 여자는 아이들을 거실로 불러 모았다.
"흔들리지 말자."
셋은 거실에 나란히 누웠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바뀐 뒤, 여자도 잠깐 잠이 들었다.
남편이 문밖에서 울고 있었다.
여자는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남편이 거실에 앉아 등을 돌린 채 울고 있었다.
그 뒤로 여자는 잠들지 못했다. 바람이 창을 흔드는 소리,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 어디선가 무언가 삐걱이는 소리. 예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밤새 집 안을 돌아다녔다. 소리마다 아직 집을 떠나지 못한 남편이 서성이는 것 같았다.
그 겨울 전까지, 여자는 밤길을 좋아했다. 일을 마치고 문을 닫으면 밤 아홉 시가 넘었는데, 달 밝은 밤이면 달이 집까지 따라왔다.
여자는 산굽이를 돌 때마다 차창 밖에 떠 있는 달과 이야기를 나누며 왔다.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서 고라니가 멈춰 서기도 하고 너구리가 길을 건너기도 했다.
가끔 멧돼지와 마주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밤도 있었지만, 여자는 그것마저 좋았다.
눈이 오는 날이면 마을 아래에 차를 세우고 혼자 집까지 걸었다. 고개를 들면 별이 쏟아질 것 같았고, 발밑에서는 눈이 뽀드득, 뽀드득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날에는 학교에 들러 둘을 태워 왔다. 그런 밤에는 셋이 그 눈길을 함께 걸었다. 뽀드득 소리가 세 겹으로 났다.
휴일 아침이면 강아지를 데리고 뒷산이나 이웃 마을 산에 올랐다. 같이 가자고 해도 아이들은 따라나서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여자는 쌀을 씻었다. 아이들이 일어나 식탁에 앉았을 때 밥상은 차려져 있었고, 여자는 간밤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집에는 나무 보일러가 있었다. 남편은 일 때문에 멀리 가 있는 날이 많았고, 그런 날이면 여자는 장독도 옮기고 장작도 들였다. 그러다 남편이 돌아오면 여자는 무거운 것 하나 들지 않는 공주가 되었다.
그래도 불 때는 일만은 여자의 몫이었다. 해 질 무렵이면 여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마당 끝 보일러실로 나갔다. 가다가 엉덩이를 흔들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남편이 웃었다. 장작은 남편이 해다 날랐다.
보일러실 옆에는 늘 장작이 쌓여 있었고, 여자는 그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다. 불이 사그라들고 숯이 남으면 네 식구가 그 앞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올리고 고등어를 올렸다. 밥도 그 자리에 앉아서 먹었다.
"이것 봐라, 엄마가 준비했다."
"우와, 엄마 최고의 레스토랑이네."
"아빠, 고기 빨리 구워주세요."
"조금만 기다려라, 이 녀석들아."
아이들에게 거친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남편이었다. 목욕탕에 가면 아이들 여린 살이 아플까 봐 때수건 대신 손으로 때를 밀어주던 사람이었다.
그날 저녁, 여자는 현관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마당은 벌써 어두웠다. 보일러실까지는 스무 걸음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자는 그 스무 걸음을 걷지 못했다.
여자는 기름 보일러 스위치를 눌렀다. 바닥이 데워지는 동안 기름 타는 냄새가 났다. 아까웠다. 여자는 스위치를 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