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돌아온 코로나19의 유행과 네팔 히말라야의 빙하 붕괴 홍수. 수백 년에서 수년으로 급격히 짧아진 팬데믹의 주기와 기후위기의 관계는? 생태계의 완충지대가 붕괴된 시대의 비극을 해부하고, 임계점을 넘은 대자연의 냉혹한 신호 앞에 팬데믹을 상수로 받아들이는 개인의 생존법을 제안한다. ▶
ALTUS SOLUM 2026.9.7.(월)
□ 다시 울리는 역사의 운율(Rhyme)
가벼운 기침과 오한이 다시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2026년 9월 현재, 코로나19(COVID-19)가 다시 기승이다. 주위에만 벌써 몇명이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에 따르면 47개 주에서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하여 전 세계를 멈춰 세웠던 이 바이러스가 결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평온하다. 지난 7월 7일,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관심'으로 하향하며 '최근 8주 발생현황'의 공식 업데이트를 조용히 종료했다. 이제 코로나는 표본감시 주간소식지(k-SenS)의 급성호흡기감염증(ARI) 통계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국가는 감시의 메트로놈(Metronome)을 멈췄지만, 안타깝게도 행정적 종료가 생태적 위협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이러스는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고개를 쳐들며 우리를 타격하고 있다.
지난 6월 <2번. 바이마르에서 본까지>에서 인용했던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통찰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Rhyme)은 반복된다." 우리는 국가가 통계 발표를 멈추면 전염병도 멈췄나보다 착각하지만, 질병과 자연의 역습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운율은 결코 멈춘 적이 없다. 더 끔찍한 진실은, 그 파멸의 '운율'이 반복되는 주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압축되는 시간: 수백 년에서 수년으로
인류 역사를 휩쓴 거대한 전염병의 계보를 살펴보면, 자연이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의 주기가 얼마나 충격적일 정도로 좁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6세기 유럽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 ①유스티니아누스 역병(Justinian Plague, 541년) 이후, 중세 유럽을 초토화한 ②흑사병(Black Death, 1347년)이 창궐하기까지는 약 800년의 간극이 있었다. 흑사병 이후 1817년 인도 벵골에서 발원해 19세기 내내 전 세계를 휩쓴 ③콜레라(Cholera) 1차 대유행과 1918년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④스페인 독감(Spanish Flu)에 이르기까지, 팬데믹의 주기는 수백 년 단위의 거대한 리듬을 탔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며 이 간극은 십수 년 단위로 압축되었다(⑤1957년 아시아 독감, ⑥1968년 홍콩 독감). 21세기에 이르자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⑦2002년 사스(SARS), ⑧2009년 신종플루, ⑨2012년 메르스(MERS), 그리고 ⑩2019년 코로나19(COVID-19)까지. 불과 수십 년 만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이제는 7~8년, 심지어 3~4년 주기로 인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역사의 운율은 이제 인간이 대비할 틈조차 주지 않는 가혹한 채찍질이 되었다.
□ 히말라야의 빙하, 그리고 서구 언론의 타자화(Othering)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 전염병의의 주기를 이토록 급속하게 앞당겼을까? 우리는 이 모든 파괴적인 현상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거대한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바로 '기후위기(Climate Crisis)'다.
일부 정치인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을 탈퇴하고 기후위기를 "거짓말이자 사기극(Hoax)"이라 조롱하지만, 사실 누가 없다고 우긴다고 해서 존재하는 파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은 인간의 피상적인 정치적 수사나 행정 처리에 관심이 없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낭만적인 현상이 아니다. 최근 네팔 히말라야 지역에서 거대한 빙하가 붕괴하며 600명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돌발 홍수야말로, 기후위기가 어떻게 인간의 탐욕과 결합하여 실체적 재앙이 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서구의 주류 언론들은 종종 이러한 히말라야의 비극을 '자국 등반객의 조난'이나 '먼 오지의 이국적 재난' 정도로 타자화하여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네팔과 국경을 맞대고 갠지스강 등 히말라야 수자원에 국가의 생존이 결박된 인도 등 인접국의 시선은 훨씬 더 객관적이다. 인도 유력 경제지(The Economic Times)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의 심층 데이터가 고발하는 원인은 단순한 '자연재해'나 '온실가스'만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소비재로 전락시킨 인간의 허영이 빚어낸 인재의 측면도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몰려든 수많은 등반객과 지원 인력이 뿜어내는 열에너지, 특히 발전기 연료와 인간의 배설물(소변 등)이 배출하는 열기만으로 매년 무려 2,500톤에 달하는 빙하와 눈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자연을 향한 숭고한 도전이라는 포장 아래, 수천 개의 텐트가 뿜어내는 오물과 탐욕이 수만 년간 얼어있던 '세계의 지붕'을 문자 그대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 무너진 완충지대, 그리고 방어선의 상실
히말라야 빙하의 붕괴와 짧아지는 팬데믹의 주기는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인간은 거대 자본과 상업적 등반이라는 명목으로 빙하를 짓밟고, 숲을 파헤치며 인간과 야생 동물, 그리고 미지의 병원체 사이에 존재하던 최후의 '자연적 완충지대(Buffer Zone)'를 철저히 지워버렸다. 에베레스트의 빙하가 등반객의 배설물에 녹아내려 산아래 마을을 덮치는 것과,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한 대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의 폐를 망가뜨리는 것은 완벽하게 동일한 인과관계다.
자연은 지금 압축된 운율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라, 수만 년 동안 지구의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고대의 물과 미지의 병원체들의 잠금을 해제하는 자멸의 의식이다. 알량한 인간의 편의와 허영을 위해 자연의 방어선을 뚫어버린 대가로, 우리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바이러스와 대홍수의 시대를 맞이했다. 가벼운 기침 소리 뒤에 숨은, 이 서늘하고 짧아진 역사의 운율을 두려워해야 할 때다.
□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통계를 멈추고 기후위기를 부정하면 마치 위기가 사라진 것처럼 착각하는 시대.
그러나 우리가 자연의 방어선을 뚫어버린 대가로, 수만 년간 봉인되었던 고대의 병원체들이 해제되는 가장 가혹한 운율의 시대가 도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Pope Francis)께서 생전에 말씀하셨다.
‘God always forgives, men sometimes forgive, nature never forgives'”
신은 언제나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생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던 숭고한 어머니 같은 대자연이, 인간의 허영과 탐욕에 짓밟히다 못해 마침내 분노의 임계점을 넘었을 때. 그때 자연이 오만한 인간을 향해 가장 냉혹하고 서늘하게 쏘아 보내는 최후의 신호(Signal)가 바로 전염병이다. 결코 용서는 없는 거대한 자연의 분노 앞에서, 우리는 뼈저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압축된 역사의 운율 속에서 팬데믹은 더 이상 백 년에 한 번 어쩌다 찾아오는 '놀랄 만한 재난'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도래한 '상수'이자,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새로운 디폴트값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냉혹한 진실을 가장 먼저 수용하고 대비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가장 성숙한 시민성을 지닌 국가다. 스위스는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국가 팬데믹 플랜'을 가동하며 질병의 위협을 영구적인 상수로 공식화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모든 성인에게 매월 약 300만 원(2,500 스위스 프랑)을 주겠다"는 조건없는 기본소득(ein bedingungsloses Grundeinkommen)법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들은 '미래 세대에 대한 무바카라임한 빚'이라며 무려 76.9%의 압도적 반대로 단호히 부결시켰다. 심지어 2012년에는 '유급휴가를 연 6주로 늘리자(6 semaines de vacances pour tous)'는 법안 역시 "기업과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며 66.5%의 반대로 부결시킨 적도 있다. 눈앞의 달콤한 포퓰리즘이나 기만에 취하지 않고, 가장 차갑고 객관적인 팩트를 직시하며 스스로 미래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국민성의 증명이다.
국가가 행정적 통계를 멈추고 경보 시스템을 꺼버렸다고 해서 안심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가벼운 기침과 오한처럼, 위기는 이미 우리 옆자리에서 조용히 호흡하며 번지고 있다. 시스템이 공적 서사를 포기하고 위기를 은폐한다면, 이제 생존과 방어는 오롯이 깨어있는 개인들의 몫이다. 거창한 글로벌 대바카라이나 권력의 구원을 막연히 기다릴 것이 아니다. 외출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손을 씻고, 밀집된 인파 속에서 스스로 마스크를 고쳐 쓰는 지극히 실천적이고 주체적인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더 짧아지고 맹렬해진 파멸의 리듬 앞에서, 거대한 자연이 보내는 신호의 엄중함을 경외하고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허영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무너진 완충지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지성적인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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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
https://www.cdc.gov/cfa-modeling-and-forecasting/rt-estimates/index.html?tab=0
<한국 질병관리청 포털>
https://dportal.kdca.go.kr/pot/www/CVID19/TNDNCY_OCCR/TNDNCY_OCCR_guide.jsp?seq=TAB01_1
<스위스 국가연구프로그램(NFP 80)>
Nationale Forschungsprogramm «Covid-19 in der Gesellschaft» (NFP 80)
NFP의 연구 및 자문을 바탕으로 스위스 연방공중보건국 (BAG, Bundesamt für Gesundheit)과 연방 팬데믹준비위원회 (EKP, Eidgenössische Kommission für Pandemievorbereitung)에서 발표
<2016 스위스 국민투표: 조건없는 기본소득 법안 부결 (국민 76.9% 반대) >
<2012 스위스 국민투표: 유급휴가 6주 연장 법안 부결 (국민 66.5% 반대) >
https://www.swissinfo.ch/eng/swiss-politics/voters-say-no-to-longer-holidays/32271764
<해외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