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있습니다, 글을
처음엔 호기로웠다.
등단 기준엔 못 미치되, 상금은 많은 상.
그게 내 목표였다.
지금은, 등단은 꿈 이야기다.
다만 고민은 하나다.
어디에, 어떤 글을 보낼 것인가.
연애로 치면 이렇다.
내가 누구에게나 매력있는 타입이라면,
내 기준을 들이대며 내 마음 가는 곳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나는 부족하고,
꼬시는 입장이다.
그러면 하게 된다.
이 사람이 그동안 어떤 타입을 좋아했는지 알아보고,
나 같은 타입은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해 보고,
이상형도 묻고, 스타일도 좀 바꿔 보고.
"너 왜 네가 아닌 딴 사람이 되려고 해."
이런 소리를 들으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나를 한 번은 쳐다보게 하려면,
그 사람의 눈을 붙드는 무언가를 찾는 노력쯤은 해야 마땅하지 않나.
내 매력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 하고
그냥 서 있을 게 아니라.
라고 쓰고 보니, 나는 정작 연애에 소질이 없다.
남편과는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종이 띵- 울린 건 아니었지만, 반한 건 나였다.
고백은 하지 않았다.
대신 좋아하는 걸 숨기지도 않았다.
남편은 유우명한 철벽남이었다.
주변에서는 나를 걱정했다.
"저 사람, 조금만 더 다가온다 싶으면 선을 그어 버려. 괜히 상처받지 말고 마음 잘 잡아."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었다.
철벽남이 나오라면 나가서 밥을 먹었다.
차를 마시자면 마셨다.
몇 번 그러던 어느 날, 철벽남이 물었다.
"재하 씨는 왜 나 좋아한다고 말 안 해요?"
"좋아하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사귀자거나, 그랬으면 좋겠다거나, 그런 말을 안 하잖아요."
"네? 좋아는 해요. 근데 좋으면 사귀어야 해요?"
철벽남은 내 대답이 소화가 안 된 듯 쳐다보았다.
나는 덧붙여 말했다.
"저는 사귈 생각이, 전혀, 없는데요."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말갛게 말했다.
"지금 저랑 장난해요? 저 가지고 노신 거예요?"
그 후로도 연애하는 동안 철벽남이 화낸 건 그날이 유일했다.
그리고 다음 날 보니,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언제 합의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이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밥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다였다.
주변의 조언대로 다가가지 않았더니,
덜컥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으로 연애에 성공해 버렸다.
참고로 남편은 지금도
내가 졸졸 따라다녀서 사귀게 된 걸로 자알 기억하고 있다.
그런 내가 지금, 심사위원의 취향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 수상작을 읽고, 심사평을 읽고, 심사위원의 작품까지 찾아 읽었다.
이 공모전은 뭘 하려는 곳인지,
이 사람이라면 어떤 글을 걸어 두고 싶어 할지.
예전의 나는 생각 없이 나를 보여줬다.
"따뜻하면 됐잖아?" 하면서.
이번엔 편지를 쓰기 전에 상대를 읽었다.
문득 생각했다.
받는 쪽에도 고민이 있을 거 아닌가.
좋은 글은 많을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뭘 찾고 있을까.
진지하게 오래 만날 사람일까,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새로운 매력의 사람일까.
아니면, 친구에게 나를 뭐라고 소개할지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계속 뭐든 넣어볼 생각이다.
물론 신춘문예도.
오래 그 자리에 머문 사람들과
겨뤄 보겠다는 포부가 아니다.
오래 그 사람 곁을 지켜 온,
게다가 인기 있고 매력 있는 타입과
정면으로 붙어 보겠다는 자만심도 아니다.
다만 주머니 속에 꼭 쥐고 있던 작은 연애편지 하나는
그의 앞에 내려놓을 생각이다.
가만히, 답장의 형태를 기다리면서.
사귈 생각,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