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만원

아무것도 없이 작가가 되어보겠다는 사람의 시작

by서재하

나는 착하게 생겼다. 진짜로.

눈이 오면 '눈이 오네요' 인사를 건네듯이 사람들은 본 것을 그대로 말하는 냥 내게 '인상이 좋으시네요, 착하게 생겼네.' 등을 말하곤 했고, 나 역시 그것을 칭찬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뿐이니까.


나는 늘 웃는다.

웬만한 농담도 재미있고, 보통은 그냥, 다 재미있다.


그러다 어느 날 병이 났다.


수술을 해야 했고, 여러 군데가 성치 않았다.

가는 병원마다, 의사가 보는 부위마다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담도 받으라고 권유를 했다.

왜? 난 행복한데, 좋은데.


그 무렵 지인들도 가족들도,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쌓아두지 마, 참으면 안 돼."


나는 내가 뭘 참는지 몰랐고, 그냥 마냥 모든 게 재미있었다.

그래도 걱정해 주니까, 계속 아픈 건 더더욱 안 되니까 시간을 들여 나 스스로를 톺아보았다.


결론은 그거였다.


나는 말할 줄 모르는 사람.


힘들다. 아프다. 외롭다. 괴롭다. 등등.


아, 정말로 말해본 적이 없었다.



혼잣말이 아닌 이상 말은 항상 어딘가로 가서 닿는다.

수신인이 명확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가서 닿는다. 나는 그게 싫었고, 잘 표현하는 재주가 없었다.


말을 꼭 해야 하나, 그거 안 한다고 죽나. 생각했지만 몸에서는 타닥타닥 불이 일고 있었다. 말을 안 하고도 꺼내놓는 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주 오래전에 내가 적어둔 짧은 글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택한 것이 글이었다. 쓰자고 마음먹으니 참기름이라도 짜내듯 시 비스무리한 것들은 한 방울씩 톡톡 계속 손끝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써보는 소설은 내 안에 시커먼 것들을 취재하는 르포물이 되어있었다.


근데 희한하지.


분명 힘든 게 없었는데, 아픈 게 난 분명 없었는데, 글이 대신 아파주니까 낫는 것 같았다. 하루 두 시간 이상 자기 힘든 날이 많았는데 밤 11시만 되면 핸드폰을 떨구며 잠이 들었고, 두통도 좋아졌다. 물론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연재도 시작했다. 수신인은 없기에 읽어도 안 읽어도 무방한 글.


한 가지 욕심은 생겼다. 진짜 평가하는 사람에게 읽혀보고 싶다. 그분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미안하지만, 돈 받고 하시는 일일 테니까, 그리고 흥미를 돋우지 못한다면 아마도 두어줄 읽고 몇 초 만에 쓰윽 알아서 지나가실 테니까 미안해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결론은

[공모전에 내보자]

가슴속 자음 모음들이 하나로 뒤엉켜서 입가에, 손끝에 머무르게 두지 말고, 어딘가 멀리 내보내 보자.


그럼, 목표는 하나 정하는 게 좋겠다고 싶어서 적어 내려갔다.


- 대작가가 되겠다는 파렴치한 마음은 없다.

- 순문학인데 밥은 먹어보고 싶다. 이게 끝.


계산을 해본다.



내가 원하는 것, 음,


* 점심값을 아끼지 않고 먹고 싶어. 그럼 식대에 하루 만 원만 더하면 충분할 거야.

* 저녁도 기왕 먹는 거 만 원을 더하자, 대신 혼자가 아니니까 만 원이 더 필요해.

= 그럼 총 하루 3만 원.



2027년 기준, 평일은 총 248일 (공휴일 빼고)

248일 x 30,000원 = 7,440,000원


그럼 내년 즐거운 점심과 저녁을 먹으려면 744만 원을 글로 벌자-라는 순진한 생각.


되겠나.

안 되겠나.


뭐 어때,

밑져야

본전인데.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