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이번 역은 타인의 삶입니다 18화.

#이번 역은 힐링 ㅡ 마음회복 중입니다.

byonharu


신도림역.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소희는 거의 떠밀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몇 걸음 걷다 멈춰 섰다.

평소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환승 통로를 지나 터벅터벅 집에 곧장 갔을 텐데..

하지만 오늘은 진짜 싫었다.

“…아, 싫어.”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목소리가 지금의 기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남자가 자꾸 머릿속을 헤집었다.

스피커폰으로 터져 나오던 꼴사나운 웃음소리,

사람들의 찌푸린 시선, 그걸 즐기던 기분 나쁜 희열,

그리고 마지막에 텅 빈 공허함까지.

전부다… 소희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 찝찝한 기분을 집까지 들고 가기 싫어.”

오늘 하루 이유 없이 겪어야 했던 일들 전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소희는 평소와 반대 골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뭐라도 하자. 아무거나.”

목적지 따윈 없었다. 집만 아니면 됐다.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소희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이쁜 디저트 카페가 보였다.

‘탕 떨어져... 좀 채워 넣자’

자기 합리화를 마친 소희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케이크를 골랐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 ㅡ7,500원)

“헉…7,500원?”

소희는 메뉴판을 다시 봤다.

잠시 치열한 내적 갈등이 일어났지만,

소희는 결심한 듯 폰을 내밀었다.

띡 ㅡ.

“그래. 오늘의 나는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어.”

창가 자리에 앉아 딸기에 생크림을 가득 올려 입에 넣었다.

달콤함이 사르르 퍼지자 그 찝찝함이 조금이나마 녹아내렸다.

“아… 살 것 같네.”

기세를 몰아 소희가 향한 다음 코스는

코인노래방!!!

“아아아아아악!”

그냥 광기의 외침이었다.

“아하아앜 ㅡ 컥”

삑. 고음 불가...

61점.

소희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 뭐..? 61점?”

지는 건 못 참는 성격에 불이 붙었다. 바로 다음 곡 시작.

두 번째 곡, 74점.

“오.”

세 번째 곡, 82점.

“나 좀 하는데?”

네 번째 곡, 48점.

“아이씨... 안 해 …”

소희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푸흡, 내가 지금 뭐 하는 거냐.'

좁은 방구석에서 기계 따위의 점수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그래, 이게 나답지 ㅡ.'

소희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엔 간주에는 댄스까지 추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혼자라 아무도 안 봐서 완벽했다.

아니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한 곡이 끝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생수를 들이켰다.

“후우… 찢었다”

그때, 너무 신나게 즐겼는지 출출함이 밀려왔다.

“… 집에 가기 전에 라면이나 때리고 갈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진열대 사이를 어슬렁거리다 소희가 집어든 건 컵라면과 삼각김밥.

계산을 마치고 창가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기다림 끝에 컵라면 뚜껑을 열자, 매콤한 향과 뜨거운 김이 확 피어올랐다.

소희는 젓가락으로 면을 가득 집고 후후 불며 입안 가득 밀어 넣었다.

“후루룩―.”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져서 재빨리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유리창 너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퇴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장난을 치며 지나가는 학생들, 맥주 캔을 들고 웃으며 걸어가는 동네 주민들. 무언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창밖의 평범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희는 미소 지었다.

지금 이 순간, 편의점 창가에 앉아 뜨거운 컵라면을 후루룩 거리는 이 소소함이 새삼 소중했다.

후루룩―.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캬….”

편의점을 나서자, 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 집에 가자 소희야!’

감정에 휩쓸리기보단 스스로 그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자신이 참 기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