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홍대입구ㅡ 순수한 설렘입니다.
계단을 올라오는데 발이 저절로 빨라졌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음악 소리, 사람 소리, 어디선가 와플 굽는 냄새.
"다 왔다!!"
유진이가 소리쳤다.
옷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넷이 동시에 멈췄다.
쇼윈도 안에 마네킹이 입은 니트 원피스가 있었다.
"저거 정말 예쁘다."
"저거 얼마일까?"
혜미가 가격표를 찾아 눈을 굴렸다. 잘 안 보였다.
"몰라 그냥 보기만 하자."
넷이 유리에 붙어서 한참 구경했다. 안 살 거면서도 눈은 계속 옷을 훑었다.
다음 가게는 액세서리 숍이었다. 문 앞에 걸린 헤어핀들이 반짝였다.
"이거 봐봐, 이거 완전 내 스타일."
소민이 하나를 집어서 자기 머리에 대봤다.
"오 어울려."
"진짜?"
"완전."
유진이가 다른 걸 들어서 혜미 머리에 대줬다.
"혜미 너는 이런 게 어울릴 것 같아."
"나?"
혜미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봤다. 평소랑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똑같은 것 같기도 했다. 근데 그 순간이 괜히 좋았다.
결국 아무도 안 샀다. 그냥 다음 가게로 넘어갔다.
옷가게, 편집숍, 문구점.. 딱히 뭘 사려는 게 아니었다.
그냥 구경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우리 이러다 시간 다 가겠다."
"그래도 재밌잖아."
"인정."
포토부스 앞에 줄이 있었다. 다섯 팀 정도.
"하… 기다려야 돼?"
"기다리자.. 그냥 찍고 싶어."
민경은 기다리는 동안 근처 붕어빵 냄새를 계속 킁킁 맡았다.
"나 저거 하나만 먹으면 안 돼?"
"민경아 안 돼, 우리 예산 짰잖아."
"아 맞다."
민경은 스스로 참았다. 근데 자꾸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드디어 차례가 됐다.
부스 안은 살짝 좁았지만 넷이 앞뒤로 자리를 잡고
카메라 각도에 맞춰 섰다.
"어디 봐야 해?"
"저 불빛!"
"나 키 작아서 잘릴 것 같은데."
"까치발 해!"
찰칵.
"다시 다시, 표정 이상해!"
두 번째, 세 번째. 소민이 갑자기 혀를 내밀었다.
셋이 뒤늦게 보고 같이 터졌다.
네 번째 컷은 그냥 웃다가 찍혔다.
툭ㅡ. 사진이 나왔다.
유진이가 먼저 받아 들고 소리쳤다.
"대박, 이거 인생샷이다."
넷이 머리를 맞대고 사진을 봤다.
아무도 안 예쁘게 나왔다고 안 했다.
다 자기가 제일 웃기게 나왔다고 우겼다.
"나 이 사진 코팅해야겠어."
"코팅? 그런 것도 있어?"
"문구점 가면 해줘. 그럼 안 구겨져."
"오 그거 하자."
혜미는 사진을 가방 안쪽 지퍼에 조심히 넣었다. 이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다음 행선지는 다이소.
그곳은 전쟁터였다.
유진이는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했다가 바구니가 금방 찼다.
샤프심, 스티커, 머리끈, 그리고 어쩌다 캐릭터 컵까지.
"이거 필요한 거 맞아?"
"어... 필요할 것 같아서."
소민은 입구에서부터 계속 "이것도 필요해"였다.
네일 스티커, 이상한 모양 지우개, 키링.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했다.
"이거 봐, 이거 귀엽지 않아?"
"정말 귀여워."
넷 다 그렇게 말했다. 진짜 귀여웠으니까.
민경은 과자 코너에서 제일 오래 있었다. 봉지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이거 사도 돼?"
"네 돈이잖아."
"그래도 예산 넘으면 어떡해."
계산기 앱을 켰다. 천 원 남짓 초과였다.
"괜찮아, 버블티 사이즈 작은 거 시키면 돼."
"오케이."
결국 샀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바로 뜯었다.
점심은 소민이 찜해둔 분식집이었다.
떡볶이, 튀김, 순대. 넷이 플라스틱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테이블이 작아서 쟁반을 두 개 붙여놨다.
"여기 완전 맛집이래, 리뷰 4.8점."
"헐 대박."
떡볶이가 나오자마자 넷 다 한동안 조용했다. 먹느라 바빴다.
"이거 오늘 최고다."
"인정."
먹으면서도 소민은 말이 많았다.
아까 다이소에서 못 산 거 아쉽다는 얘기, 다음에 또 오면 뭐 할지 얘기.
유진이는 중간중간 폰 시계를 확인했다.
"얘들아 우리 3시까지는 여기 있어도 돼."
"오케이 대장ㅋ."
나오면서 버블티 집을 발견했다.
"저거 먹고 가자!"
"한 잔에 오천 원인데."
"괜찮아 예산 안에 있어."
넷이 각자 고르는 데도 한참 걸렸다.
소민은 메뉴판 앞에서 삼 분을 고민했다.
민경은 가장 달아 보이는 걸로 바로 골랐다.
유진이는 가장 기본적인 걸로. 혜미는 딸기 버블티로 골랐다.
기다리는 동안 넷이 또 사진을 찍었다. 포토부스 사진 꺼내서 비교해 보고, 폰으로도 또 찍고.
"이거 단톡방에 올려도 돼?"
"나 이 사진 말고 딴 거로."
"나는 이게 더 좋은데!"
버블티를 들고 걷는데 혜미가 빨대로 타피오카를 빨아올리다가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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