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잠실ㅡ잠실역입니다.
또, 반복되는 하루ㅡ!
소희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2호선 문 안쪽, 왼편 봉. 에어팟 양쪽에 꽂고, 가방은 앞으로. 딱 일주일 전과 똑같은 자세였다.
달라진 건 눈빛이었다.
예전엔 온라인 게임인들을 보며
'저 사람 오늘 무슨 드라마 찍고 있을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저 어깨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저 손에 든 커피가 오늘 몇 번째인지, 뭔가 자꾸 생각하게 됐다.
강진우 과장의 하루가 손끝에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
이상하게 지하철이 예전이랑 다르게 보여.
소희가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하던 그때였다.
스마트폰 화면이 푸른빛을 내뿜었다.
[체험 티켓이 발급되었습니다.]
[대상을 지정하시겠습니까? (Y/N)]
소희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N]을 눌렀다.
지난번에 얼마나 혼났는데...
남의 사직서에 서명할 뻔했잖아.
창이 꺼졌다.
소희는 안도하며 에어팟 볼륨을 올리려 했다.
그런데.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귀에 익은 지하철 안내방송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마치 다음 역을 안내하듯.
"안내 말씀 드립니다."
"오늘의 대상자, 서아영. 27세. 현재 탑승 중인 2호선 열차, 잠실역 방면."
소희는 이어폰을 빼려고 손을 들었다.
"이어폰을 빼시면 주변 승객에게 안내 방송이 들릴 수 있습니다."
손이 멈췄다. 소희는 주변을 슬쩍 봤다. 양옆으로 사람이 빼곡했다.
하... 못 빼겠네.
"대상자는 오늘 마케팅 회사 면접 예정. 이번 주 두 번째 면접입니다."
소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듣지 않으려고 했다. 딴생각을 하려고 했다.
"면접 준비 기간: 사흘. 알바 병행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수정 시간 부족. 전날 밤새워 마무리."
...밤을 새웠구나... 힘들겠다 이 사람...
"오늘 면접 회사는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알려진 신생 마케팅 에이전시. 지원자 평균 연령 24세."
소희의 귀가 살짝 쫑긋했다.
"대상자는 현재 해당 공고 지원자 중 최연장자."
아...
"체험하시겠습니까? (Y/N)"
소희는 N을 누르려고 했다. 진짜로.
근데 손가락이 멈췄다.
밤을 새워서 만든 포트폴리오. 이번 주만 두 번째 면접. 경쟁자들 중에 혼자 나이가 제일 많고.
이 사람... 합격은 하는 거야?
결국,
소희의 손가락이 [Y]로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