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의 들판 샹젤리제
욕망의 한 시대를 잘라낸 단두대가 서 있던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샹젤리제에 들어섰다.
그리스 신화 '엘리시온의 들판'이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거리는 적막에 휩싸인 콩코르드 광장과 달리 낙원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늦은 밤에도 활기차다.
거리를 달려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가로등은 쉬지 않고 불빛을 모든 방향으로 뿜어대고 있다.
개선문까지 길게 줄지어 선 가로수들은 그 빛 덕분에 파르테논 신전의 그 돌기둥처럼 보인다.
이따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잎은 파리의 늦은 밤이 쉬이 저물지 않게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디올, 루이뷔통, 겔랑 등 명품과 욕망을 담은 물건을 파는 가게들로 즐비하다.
사람의 욕망이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인지 산 자는 알 수 없다.
콩코르드 광장의 적막과 쓸쓸함이 샹젤리제를 더욱 화려하게 보이게 만드는데, 그 사이 거리는 삶과 죽음의 간극만큼 멀고 깊다.
그가 떠난 오늘 밤 나는 슬픔에 쫓기듯 파리의 밤으로 떠밀렸지만, 나는 지금 도리어 불침번처럼 파리의 밤을 지키고 서 있다.
광장과 거리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공간과 시간이 있다. 그곳에 사람들의 마음이 가있다.
내 마음은 그 어디쯤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가다 서서 물끄러미 어딘가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기가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누구나 거기서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