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나를 숨쉬게 만드는 -

by아리김


일할 때의 여유는 단지 시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공간에서도 여유는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종종 공간의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바카라상이 특별히 좁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결국 창문 때문이다.
창으로 빛이 충분히 들어오면 공간은 실제 크기보다 더 환하고 넓게 느껴진다. 그런데 내 옆의 창문은 유난히 좁다. 마치 틈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은 것 같은 작은 창. 그래서인지 공간이 어딘가 답답하고 옥죄는 느낌을 준다.

일에 몰두할 때는 이런 것조차 잊게 된다.
하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존재한다’는 감각으로 공간을 느끼는 순간, 그 답답함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만약 이곳에 더 크고 밝은 창문들이 나 있었다면, 부서의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졌을까.
사람들이 특별히 차갑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딘가 삭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쩌면 조명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족한 빛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창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단지 벽을 조금 파낸 공간일 뿐인데, 그 방향과 크기 하나만으로 사람의 평상시를 바꾸어버린다.
잘못 난 창 하나가 공간의 공기를 바꾸고, 그 공기는 사람의 마음에까지 영향을 준다. 작은 설계 하나가 일상의 감각을 좌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넓은 베란다 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소파에 눕는다. 마치 몸이 본능적으로 빛을 찾는 것처럼.
햇빛이 천천히 몸 위로 내려앉을 때면, 하루 종일 웅크리고 있던 식물이 다시 활짝 펴지듯 나 역시 몸이 길게 늘어진다. 긴장이 스르르 풀리고 마음도 조금 느슨해진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의 창은 어떨까.
돌아보면 마음을 꼭 닫고 살 때는 사람들의 작은 말과 행동도 자주 나쁘게 느껴지고 싫은 것들이 자꾸 생겨났다.
하지만 마음을 조금 더 열고 살아가면, 마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 듯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게 된다. 손을 뻗어 말을 건네고, 함께 웃고 나누게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 역시 햇빛을 받은 공간처럼 조금씩 밝아진다.

그래서 창은 중요하다.
단지 벽에 난 틈이 아니라, 빛과 바람이 드나드는 곳이며, 사람을 숨 쉬게 만드는 통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나는 다시 큰 베란다 창 앞에 나른하게 몸을 누인다.
느긋하게 마음의 창도 조금 더 열어둔 채, 들어오는 빛을 천천히 받으며 고양이들과 함께 오늘따라 더 축 편안히 늘어진다.

넓은 창과, 닫혀버리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삶에 감사하면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