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러니까 제가 명실상부한 암환자라는 거지요?

유방암 헤쳐나가기

by김지축

29일에 올린 글을, (온라인카지노북으로 발행하지 않아) 재발행합니다.


26년 9월 29일 오전 9시 45분, 00 차병원.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예약 며칠 전 문자가 먼저 왔다.
병리 조직 특수검사가 추가되었으니 진료 전 진료비를 수납하라는 안내였다.

좋은 신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기실에는 사람이 많았다.
내 차례가 왔다.

선생님은 신뢰가 가고 또한 인상이 좋으시다. 이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좋지 않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만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유방을 보존을 할지 어떨지는 CT와 MRI, 뼈 스캔을 해보고 판단합니다."

잠시 유방 한 쪽이 잘려나간 내 가슴을 떠올려본다.

'내 가슴은 예쁜데....'


나는 멍하니 듣다가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부터 생각했다.

“선생님,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러다가 갑자기,

“저는 애가 고2, 고3이고요. 개도 있고요. 일도 해야 돼요.”

라고 말이 속사포처럼 튀어나왔다.

왜 하필 그 말들이 먼저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내가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그것들이었던 모양이다.

말을 하면서 와락 눈물이 났다.

선생님 손이 닿는 곳에는 티슈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마 이런 순간을 수없이 겪어온 사람처럼, 선생님은 익숙하게 휴지를 건넸다.


"치료 기간에 외형변화가 옵니다."

난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마 가발이 필요하실 거예요. "

나는 삭발을 한 나를 떠올렸다. 한 번에 모습이 바뀌면 주변이 놀랄 수 있으니 먼저 똑단발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이제, 제가 명실상부 암환자라는 거지요?

선생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진단을 받고 각종 검사 날짜와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러고는 간호사가 '산정특례신청서'라는 것을 내밀었다.
수납창구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암 진단을 받았으니 이제 건강보험에서 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서 처리해 주는 절차라고 했다.

수납창구에 서류를 냈다.

오늘 진료비는 원래 8,700원이었다.
800원이 되었다.

7,900원이 할인되었다.

아, 그렇구나.

나는 이제 의사의 말로만 암환자가 아니었다.
병원 전산에도 등록되었고, 건강보험도 인정했다.


나는, 그러니까 만 47세의 나는, 국가가 인정한 암환자가 되었다.


오후에 출근을 서두르며, 나는 진료실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을 떠올렸다.


“수술 잘하고 관리하면, 99퍼센트는 건강하게 사십니다.”


나는 그 말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