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흔들린 순간, 우리는 끝내 서로를 다시 선택했다
사랑이 오래되면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편안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싶고,
오늘 조금 서운해도 내일이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분명 마음은 그대로인데 관계의 온도만 조금 달라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전보다 만나는 시간이 줄었고,
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묘하게 어색한 순간이 생겼다.
예전에는 쉽게 넘겼을 작은 감정들이
어느 날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마음에도 없던 말이 대화 사이에 놓이기도 했다.
감정이 앞섰던 순간이었고,
지나고 나서야 서로의 진심은 그 말보다 훨씬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한 번 나온 말은 마음에 남는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도 하게 만들고,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잠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사랑이 흔들렸다고 해서
그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 이야기했고,
서로가 무엇을 서운해했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조금씩 들여다봤다.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더 많이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
아직 서로에게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같은 편이 되기로 했다.
가끔 그런 말을 듣는다.
나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고.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덜 힘든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아마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꼭 더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관계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참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하고,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그러려고 한다.
조금 더 듣고,
조금 덜 단정하고,
서운한 마음을 오래 쌓아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사랑해보고 싶다.
연애 초반처럼 모든 것이 새로워서 자연스럽게 커지는 마음이 아니라,
익숙해진 뒤에도 계속 마음을 쓰는 사랑.
어쩌면 오래가는 관계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맞는 두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몇 번쯤 흔들리고,
서로에게 조금 실망하기도 하고,
그래도 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우리는 가끔 흔들릴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날도 있을 것이고,
괜히 서운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기억하고 싶다.
사랑은 한 번 선택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 멀어진 날에는 다시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마음이 흐려진 날에는 왜 좋아했는지를 다시 떠올리는 것.
나는 아직 그렇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이 증명하기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더 완벽해지기보다,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면서.
그리고 언젠가 또 흔들리는 날이 오더라도
그때도 다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의 반대편이 아니라,
다시 같은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