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싶은데

마음에는 없던 가시가 말끝에 돋아날 때

by키다리아저씨

나는 너에게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싶고,
힘든 날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나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서툰 말을 할 때가 있다.

마음속에는 분명 꽃을 들고 있었는데
입을 열고 나면 가시만 건네버린 것 같은 날.

별것 아닌 일에 툭 던진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네 마음에 머물기도 한다.

조금만 부드럽게 말하면 될 것을 괜히 날을 세우고,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오히려 네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세게 밀어버린다.

그러고 나면 뒤늦게 생각한다.

그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사실 화가 났던 것도 아니고,
너를 미워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노크하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내 집처럼 편안해져
문을 여는 방법까지 잊어버린 것처럼.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알겠지.
이 정도 말은 이해해 주겠지.

그 믿음에 기대어
나는 가끔 다정함을 빼먹는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말에는
혹시 모서리가 있지는 않은지 몇 번이고 살펴보면서,

정작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는
다듬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건네곤 한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그 모서리쯤은 모두 둥글어질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큰마음을 한 번 보여주는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요즘 조금씩 배운다.

서운한 일이 있다면 서운하다고 말하되
상처가 되지 않는 온도로 말하는 것.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내 안에 내리는 비를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쏟아붓지 않는 것.

이미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면
자존심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것.

어쩌면 다정함이란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그런 작은 순간마다 마음의 온도를 조금 낮추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런 것들이 서툴다.

앞으로도 가끔은 실수할 것이고,
마음과 다른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잊지 않고 싶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다정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가장 편한 사람이니까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한 번 더 따뜻하게 말하는 것.

내 마음에는 분명 너를 향한 사랑이 많은데
그 사랑이 입 밖으로 나오는 길에서
자꾸만 모양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을 들고 있다면
가시가 아니라 꽃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내 사랑이 네게 닿을 때
아프지 않게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너에게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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