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서로를 놀리고 있을까

by키다리아저씨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만약에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면 어떨까.

지금처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닐 수 있을까.
여행을 가면 여전히 사진을 잔뜩 찍을까.
별것 아닌 걸로 서로 놀리다가 같이 웃고 있을까.

아마 지금보다 걷는 속도는 많이 느려질 것이다.

조금만 걸어도 쉬어가자고 할 테고, 예쁜 카페를 발견해도 커피보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먼저 찾을지도 모른다.

서로 했던 말을 깜빡해서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분명 처음 듣는 척하다가 결국,

"그 얘기 아까도 했어."

라고 놀릴 것 같다.

그때도 당신은 지금처럼 나를 한 번 째려보고 웃을까.

나이가 들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도 대부분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오늘 조금 서운했던 일도, 사소하게 다퉜던 일도, 당시에는 세상 중요한 것 같았던 고민도.

아마 그때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보면서 웃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저런 걸로 싸웠다고?"

그러고는 서로 기억이 맞다, 아니다를 두고 또 티격태격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조금 웃긴다.

사실 먼 미래까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영원이라는 말을 쉽게 믿는 편은 아니다.

대신 이런 상상은 좋다.

몇십 년 뒤에도 둘이 같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

천천히 손을 잡고 걷는 모습.

서로의 흰머리를 보면서 늙었다고 놀리는 모습.

그리고 어느 날 오래된 사진을 발견해서,

"우리 이때 진짜 어렸다."

하며 한참을 들여다보는 모습.

그 사진 속에는 아마 지금의 우리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오늘도 있을 것이고, 그냥 평범하게 함께 보냈던 하루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런 날들이 가장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정말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면.

거창한 건 바라지 않는다.

그때도 지금처럼 맛있는 걸 먹으면 서로 한입 먹어보라고 건네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 웃고,

가끔 서로를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옆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어느 날을 떠올리면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 꽤 재밌게 살았지?"

그러면 당신이 이렇게 대답했으면 좋겠다.

"응. 다시 살아도 재밌을 것 같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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