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성과다 그래도

깐짜나부리 2일 차 - 에라완 국립공원

by일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호텔 1층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아빠와 숙소 주변을 잠시 산바카라했다. 한적한 아침 거리엔 새들의 지저귐만이 들렸다. 약하게 비가 내리고는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잠시 비가 내리다 또 금방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 물놀이를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래시가드를 입었고, 아빠는 옷 안에 수영복을 미리 챙겨 입으셨다. 우리의 배낭은 호텔 프런트에 잠시 맡겨졌고, 물놀이를 위한 짐을 챙겨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에라완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올라탔다. 조금 독특한 디자인의 귀여운 미니버스엔 우리를 비롯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약한 비가 여전히 내리는 와중에 국립공원이 있는 산에 가까워지자 창 밖으로 멋진 풍경들이 보였다. 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강의 물줄기와 산의 풍경에 아빠와 나는 창밖에 심취했다. 아빠는 저 강가에서 낚시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옆으로 이어진 방갈로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 풍경을 보면서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여기서 며칠 지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낚시를 즐기고 나는 강 풍경을 즐기면서 말이다.


버스가 에라완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다들 입장권을 구매하고, 폭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폭포가 있는 곳까진 걸어가도 되었지만, 시작부터 힘을 뺄 이유는 없으므로 나는 골프카트를 이용했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물놀이를 하러 왔는데 비라니 좀 신경이 쓰였다.


에라완폭포는 7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3~4단계 정도까지만 가보고 적당한 곳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1단계에서 구명조끼 대여를 하고 폭포로 향했다.


“물에를 다 들어간다고 그래.”
“발만 들어갈 거야.”
“조끼 입고 들어가면 돼. 따뜻해.”


사실 나는 물을 보는 건 좋아해도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수영을 못 하기도 하고 물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물에 들어갈 마음을 먹고 나오기는 했다. 아빠 혼자 물놀이를 하시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적당히 얕은 곳이라면 몸을 좀 담그고는 있겠지만 어쨌든 깊은 곳은 절대 못 들어가도 처음부터 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야 아빠가 더 즐겁게 물놀이를 하실 테니까 말이다.


어려서부터 물을 무서워했는데, 그런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한 장면이 있다. 아마 아빠와 함께 낚시를 갔을 때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몇 살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쯤 되었던 거 같다. 앞뒤 상황 모두가 기억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단 한 장면만 여전히 생생하다. 아빠의 등에 업혀서 어떤 호수 속에 있던 순간. 아빠의 목덜미에 매달려서 있던 그 순간. 물을 무서워하는 내가 따뜻했고 든든했던 그 등 덕에 물속에서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다른 것은 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오직 아빠의 따뜻했던 등과 호수의 장면만큼은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내가 최대한 물과 친해지기로 했다.


“저건 뭐지 송언가?”

“아니 왜 발 뜯어먹는 애들.”


‘에라완 폭포’에 사는 물고기들의 종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발 각질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기 전에 알아본 거긴 했지만 생각보다 물고기들이 너무 커서 솔직히 나도 좀 놀랐다. 아빠와 그 물고기들을 보면서 우리는 천천히 폭포 2단계로 나아갔다. 비는 그쳤지만 길이 젖어 있었다. 나는 앞서가는 아빠의 뒤를 따르며 혹여 미끄러지실까 살피며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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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_20251030122314_0056_D.MP4_20261012_235328.204.jpg에라완 2단계 폭포



“와 장관이다.”


2단계 폭포는 멀리서 봐도 멋졌다. 넓게 펼쳐진 폭포수가 시원한 울림으로 퍼지며 떨어졌다. 몇몇 사람들이 그곳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우선 기념사진을 남겼다. 3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가지고 온 음식물을 해결해야 했는데, 일회용 생수병은 뚜껑에 번호를 기록하고 일종의 보증금을 맡겨야 했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들어서 우리는 가지고 온 간단한 간식을 먹고, 생수병은 보증금을 맡긴 후 3단계로 나아갔다.


3단계 폭포는 2단계보다 그 폭은 좁았지만 높이가 높았고, 무엇보다 폭포 아래의 물길이 넓어서 놀기 좋아 보였다. 인터넷에서도 3단계에서 놀기가 좋다는 말들이 있어서 우리는 우선 이곳을 후보로 해두고 4단계 폭포를 마저 구경하러 갔다. 이동하다 보니 국립공원의 산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능선과 우거진 숲의 풍경을 감상하며 아빠는 잠시 숨을 골랐다.


4단계 폭포는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풍경이 멋있었다. 사람들이 그 바위를 미끄럼틀 삼아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날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빠와 내가 놀기엔 조금 깊어 보여서 우리는 구경만 하고 다시 3단계 폭포로 향했다.


3단계는 폭포 가까이는 수심이 조금 깊었지만, 워낙에 물길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발목만 겨우 잠기는 얕은 곳, 무릎까지 차는 곳 등 다양했다. 아빠는 깊은 물에 들어갔고, 겁이 많은 나는 당연히 가장 얕은 주변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물고기들이 너무 커서 달려드는 녀석들이 처음에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아쿠아슈즈를 신고 있었지만 그래도 달려드는 녀석들이 너무 무서웠다.


“아빠 일로 와 봐!”


아빠는 가장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하시다가 내가 부르자 나와서 내가 건넨 카메라만 받아 들고 들어가셨다. 겁이 많은 딸은 잠시 후퇴를 해서 물 바깥으로 향했다. 그 사이 아빠는 잠시 물고기들에게 발을 맡기셨는데, 나와 달리 물고기 떼가 달려들어 붙으니 아빠는 즐거워하셨다.


“발바닥을 물어! 입이 커서 발가락도 물어!”


물론 그게 강하게 물어뜯는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겁이 많은 나는 선뜻 물에 발을 담그기가 더 무서워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용기를 내야 했다. 아빠의 입에선 웃음소리가 계속 나왔다. 나는 조금 더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자리를 열심히 찾았다.


“거기 나무 있는데 앉아봐.”


내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 놀아야 아빠도 편하게 즐기실 수 있으니, 물이 얕으면서도 물고기들이 조금 덜 몰리는 곳을 찾아서 자리를 잡았다. 내가 좀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쉬기 시작하자 아빠는 다시 물이 깊은 쪽으로 이동하셨다. 수영을 해서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까지 나아가시더니 , 폭포수 앞에 있는 바위에 오르셨다. 어린아이들도 올라가 노는 곳이긴 했지만, 나는 걱정이 되어서 멀리서 지켜보았다. 아빠는 천천히 바위 위로 올라가셨다. 폭포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그곳에 서서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참을 거기 서서 폭포수를 구경하시던 아빠는 잠시 후에 바위에서 가볍게 다이빙을 하셨다. 깊은 물에서 그렇게 십 분 정도 수영을 즐기시던 아빠는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오셨다.



KakaoTalk_20261013_002005274.jpg아빠가 액션캠으로 가까이서 찍은 폭포
KakaoTalk_20261013_001840049.jpg3단계 폭포 앞에서 아빠


“바위 위에서 다이빙하니까 쑥 들어가네.”

“오~”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나는 아빠의 다이빙 모험담을 들었다. 얕은 물가에 앉아 있는 내 손을 아빠가 잡았다. 아빠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반대편 자리로 옮기라고 도와주신 거였는데, 칠순의 아빠에겐 여전히 내가 너무 아기였다. 아빠도 이제 힘이 든다면서 나와 나란히 물가에 앉았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다행히 아침에 내렸던 비는 그치고 날은 적당히 더워서 계곡에 놀러 온 것이 딱 좋은 상황이 되었다. 충분히 시간을 보낸 우리는 다시 2단계 폭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난 물놀이는 할 만큼 했어.”
“발만 담그면 끝이야? 하하하”
“어.”
“큰 성과다 그래도.”


그곳에 매점이 있어서, 감자튀김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샀다. 우리는 잠시 간식을 먹으며 체력을 충전했다. 나는 검색 끝에 이곳을 알게 되어서 일정을 잡았던 거였는데, 기대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다.


“여기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어.”

“재미가 있네.”


아빠가 재미가 있었다고 하시니 더 기분이 좋았다. 체력을 보충한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걸어 나가면서 다시 또 계곡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낚시 좋아하는 아빠에게 물고기 구경만치 신나는 일이 없었다.


“진짜 크다,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

“아빠는 아빠 발을 뜯어먹은 애들을 먹고 싶어?”

“야, 나도 뜯어먹어야지.”


카트를 타고 왔던 길을 이번엔 천천히 걸어서 산바카라하며 되돌아갔다. 가는 길 내내 아빠는 이것저것 구경도 하시고 사진도 찍고, 농담도 하셨다. 공원 초입에 있는 세면장에서 우리는 간단하게 정비를 새로 했고, 타고 왔던 버스와 같은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돌아갔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 맡겨두었던 배낭을 찾고, 방콕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KakaoTalk_20261012_234914127.jpg에라완과 터미널을 왕복하는 버스
KakaoTalk_20261012_234934956.jpg방콕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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