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야시장에서

깐짜나부리 1일 차 part 2

by일화

깐짜나부리의 우리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사실 콰이강 근처에 전망이 좋은 숙소들도 많았지만, 우리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버스터미널이 가까운 것이 더 중요했다. 어차피 하루 머물 곳이었는데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는 곳이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시설이 화려한 곳은 아니었지만 깔끔해서 아빠도 나도 만족했다. 사실 나나 아빠나 야전캠핑에도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숙소에 대한 기준이 많이 높지 않기도 했다. 이불 깨끗하고 화장실 깨끗하면 최고의 숙소 아닌가.


짐을 내려놓고 재정비를 한 후에 우리는 숙소를 나와 ATM기를 찾았다. 현지에서 돈을 인출해도 지장이 없는 카드를 준비해서 왔었고, 사전에 인터넷으로 숙소에서 멀지 않은 ATM기도 체크해 두었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 이게 왜 안 되지?”


10분을 ATM기기 앞에서 끙끙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른 카드로의 인출을 시도해야 했다. 문제는 그 카드를 쓸 수 있는 ATM기는 10분은 걸어가야 한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아빠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아빠가 이 도시의 풍경을 좋아하시는 거였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깐짜나부리 야시장을 지나가야 했는데, 상인들이 마침 가게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야시장이 열릴 시간은 좀 남아 있어서 그 사이에 ATM기를 찾아가서 돈을 찾았다. 저녁에 다시 콰이강다리 근처 식당이나 강이 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다녀온 강에 다시 가는 것보다 야시장을 아빠가 더 흥미로워하시는 것 같아서 계획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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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진짜 크다.”


아빠 말대로 꽤 긴 거리에 점포들이 늘어섰다. 내가 태국 야시장을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거리도 깨끗하고 테이블이나 점포들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점포마다 메뉴를 그림으로 걸어 두어서 가게를 고르는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그중 하나를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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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이건 만두 팟타이? 튀긴 만두 같은 거래.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이고...”

“이거는?”

“그건 아빠 간식!”


아빠가 테이블에 놓여 있는 소주를 가리키며 웃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주류는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 와야 해서 사 왔더니만 장난을 치셨다. 나도 같은 초록병(음료수)이라고 되받아 치고 식사를 시작했다.


“로또 맞춰야 해. 없는 게 없네.”

“우리 아빠 와서 살겠네 살겠어.”


늦은 오후, 더위는 조금 가시고 거리 노점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술 한 잔. 아빠 기분이 좋으실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나오는 여행프로그램을 보실 때마다 아빠가 가장 흥미로워하시던 것은 이런 노점들이었다.


“길거리 음식이 장인들이 많데.”


어느 방송에서 봤는지 아빠는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또 음식에 나온 야채 하나하나를 궁금해하셨다. 음식은 다 맛이 좋았다. 아빠는 이름은 몰라도 맛이 있으니 좋다고 하셨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소스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아빠는 모험을 하듯이 음식에 넣어 드셨다.


“양배추 비슷하다 식감이.”

“태국 음식이 나한테 맞는다.”

“야시장 맛집이네, 이 집이.”


식사를 하시며 아빠가 하는 말들이 이 모든 상황을 긍정하고 있었다.


“누가 태국여행 어땠냐고 물어보면, 제2의 고향이라고 그래.”

“다시 가야 할 곳이야~”


기분 좋아 보이는 아빠에게 이번엔 내가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아빠도 기분 좋게 웃으며 답하셨다.


“이거 매운 거 먹으려고 내가 메모해 가지고 왔는데.”

“이름 알려줘. 방콕 돌아가면 찾게.”


아빠가 먼저 무언가를 메모까지 해서 기억했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놀랐다. 내색은 안 하셨어도 아빠도 여행을 기대했구나 싶었다. 남은 일정 동안 하고 아빠가 더 많은 것을 즐기실 수 있도록 가이드의 바카라임이 막중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빠가 말한 메뉴를 파는 식당을 열심히 검색했다. 방콕으로 돌아가면 바로 드실 수 있게 준비해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찾기가 어려웠고, 나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 안에 꼭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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