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오른손

꿩 대신 닭. 왼손 대신 왼발

by엉금

필자는 오른손잡이다. 왜 그렇게 자랐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저게 보통이겠지만. 발달 과정이 세세히 머릿속에 없는 본인. 괜히 발톱만큼 아쉽다. 주변 경향. 뇌에 품은 본능. 뭐 이런 사유일 테다. 기억 품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눈에 힘주고 돌이켜 본다. 왼손을 더 빈번히 사용한 적 있던가. 없다. 없어. 식기 사용. 전화. 컴퓨터 쥐. 필기. 오른손만 열일했다. 자판 뚜들기는 현재 역시. 오른손이 더 부지런하다.


자판에 손을 놓아보자. 왼손은 자음. 오른손은 모음에 가깝다. 음절을 두드릴 때는 왼쪽이 더 바쁘긴 하다. 당장 맨 위부터 여기까지를 보자. 자음이 두 개 들어가는 음절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자음 하나 모음 하나인 음절. 대강 훑어도 전자가 빈번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가 글 쓸 때 글자만 적나. 마침표, 따옴표, 물음표. 얘네가 어느 쪽에 있나.


혹자는 이럴까. 난 닭가슴살 좋아해서 그런 장식들 안 쓴다. 적으며 구상한 반론인데 그럴싸하지 않은가. 하나 더 물어본다. 여태 작업하며 문장을 고치지 않았는지. 재주가 출중하면 한 번 쓰고 저장할 수 있겠다. 물론 나와는 다른 우주라, 지우고 채우고 지우고 채우고. 두드리는 동안 얼마나 반복했고 하는지 모르겠다. 글자 없애는 자판이 또 어디 있는가.


곧 세 손가락 못지않게 오른쪽 약지가 바쁜 이유다. 아. 방향키도 오른쪽에 있네. ‘캐릭터 이동’에 관한 이야기냐고. 일곱 번째 앞 문장으로 돌아가자. 일일이 찍찍이로 해당 부분을 누르고, 지우고, 채우고, 누르고, 채.... 굳이 문장을 길게 만들 이유는 무엇일까. 키 두 개로 위아래를 넘나들 수 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한 귀찮음이다. 그래서 사람이지. 쪼그마한 그것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바꾸려는 동물. 변명을 더 적으면, 글이 길고 길어질수록 효용이 커진다. 행동 하나가 단순해 보일지언정 누적된다고 상상하니 어떤가. 티끌 모아 피로다. 문장 부호, 내용 검토, 지우기. 이 세 가지면 논거는 탄탄하다. 설령 ‘독수리’여도. 세 번째 문단을 막 적는 와중에 또 생각났다.


운전. 이 활동은 자동차 종류에 따라 상이하다. 양쪽 손의 불균형 정도가. 자동변속기 차량을 먼저 보자. 시동 걸기부터 오른손을 움직인다. 그 버튼이 운전대 오른쪽에 있으니. 포르쉐가 아니면 무조건 성립할 논제다. 의자 위치는 왼손으로 조정한다. 스위치가 그 왼편에 달려 있으니까. 다음은 변속기를 움직일 차례. 우측통행이라 우측에 있어 우수로 잡는다. 운전대는 무승부로 간주. 양손으로 잡으니까. 적고 보니 그다지 차이가.


수동변속기 차량은 어떨까. 서서히 출발할 때까지는 위 내용과 똑같다. 본격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뒤. 비교를 불허한다. 빠르기에 맞추어 수시로 변속기를 움직여야 하니까. 나아가 운전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 속력을 줄일 때. 그리고 엔진 힘이 필요할 때. 운전자가 부지런하면 그 빈도는 더욱 잦아진다. 아니 그냥, 저걸 그대로 방치하면 차가 망가진다. 자동변속기보다 손이 자주 갈 운명이지.


발도 설명해야겠다. 수에서 웬 족이냐고. 가만히 두면 전진을 못 하니까. 달리고 멈추고 서고. 달리지 못하면 나머지 두 행동은 구현 불가다. 대다수 차 바닥을 보면 가속페달은 오른쪽에 달려 있다. 브레이크 페달은 가운데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고. 오른발 하나로 두 개를 움직이게 만드는 설계다. 결국 왼발은 받침대에서 심심한 나날을 보내게 되지.


앞서 질리도록 양손의 균형을 따지지 않았는가. 이 파고들기의 동기, 뇌에 있다. 왼손은 우뇌 오른손은 좌뇌. 각자 엇걸려 이어진다. 발도 그것들과 저리 연결되어 있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두뇌의 퇴화는 곧 지능의 그것. 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현상이지. 발전이 미비할지언정 후퇴는 막아야 한다.


확실히, 왼손은 오른손의 정도를 재현하기 어렵다. 연필을 쓸 때 다가오는 그 좌절감은. 발이라도 손 못지않게, 열심히 굴리고자 하는 이유다.


수동변속기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발도 바빠진다. 이 물건을 움직이려면 동작이 하나 더 붙는다. ‘클러치’라는 페달 밟기. 그게 바닥 왼편에 달려 있으니 자연스레 왼발로 조작한다. 운전자에 따라. 도로에 따라. 오른손처럼 업무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양발 양손 모두를 움직일 수 있다니. 이토록 이로운 활동이 또 있을지.


적다 보니 어째 수동변속기 예찬으로 간다. 쭉 보면 운전도 주로 좌뇌를 사용하는 활동이다. 과장 약간 보태면 ‘만’으로 바뀔지도. 대신 운전자의 선택과 노력이 그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양손을 사용하는 작업은 당장 이만큼 생각난다. 면밀하게 따져보니 이들도 결국 오른손, 나아가 오른쪽 신체 기관이 더 바빠진다. 우연에 그치는가. 의도된 설계인가. 이 글 읽는 사람도 머릿속에서 나열해 보자. 운전과 타자 말고도.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그것들이 양손 양발을 고루 사용하는지를.


자고 일어나면 선풍기부터 왼발로 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