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024. 수능은 머리가 좋아야 잘 보는 시험일까요?

9모 대비 특집 (2/3)

by듀르크하임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오늘은 "수능은 머리가 좋아야 잘 보는 시험일까요?"

또는 "제가 수능 점수가 안 오르는 이유가 머리가 나빠서일까요?"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머리가 나빠서 안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들으면 자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겸손한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생각보다 공부에 해롭습니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안 돼."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순간, 학생은 지금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공부 방법을 바꿀 수도 있고, 반복해야 할 문제를 찾을 수도 있고, 시간 관리 방식을 고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를 '머리'로 묶어버리면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됩니다.

수학 문제를 틀려도 머리 탓,
국어 지문이 안 읽혀도 머리 탓,
영어 빈칸에서 흔들려도 머리 탓이 됩니다.


탐구 자료 해석이 느려도 머리 탓이 됩니다.

물론 정말 타고난 지능이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타고난 재능 탓을 하면, 공부는 체념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질문을 조금 더 정확히 다뤄보겠습니다.




Q. 수능은 정말 머리가 좋아야 잘 보는 시험인가요?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른 학생은 유리합니다.
독해 경험이 많은 학생도 유리합니다.
수학적 감각이 좋은 학생도 분명히 유리합니다.
낯선 자료를 봐도 쉽게 겁먹지 않는 학생 역시 시험장에서 흔들림이 적습니다.


그러니 수능을 두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한 시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마다 출발점이 다르고, 학습 경험이 다르고, 이미 몸에 밴 독해 습관과 문제풀이 감각도 다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그러니까 수능은 머리로만 보는 시험이다'라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수능은 순수한 지능 검사가 아닙니다.

수능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낯선 정보를 처리하는 시험입니다. 그리고 그 처리 방식은 상당 부분 훈련될 수 있습니다.


국어 지문을 어떤 전략으로 읽을지.
수학 발문의 조건을 어떻게 식으로 옮길지.
영어 문장을 어떻게 빨리 정확하게 끊어 읽어낼지.
탐구 자료에서 축과 단위를 먼저 볼지, 조건 변화를 먼저 볼지...


이런 것들은 타고나는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반복해서 익힐 수 있고, 기출을 통해 패턴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실전 연습을 통해 시간 감각을 몸에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능을 너무 신비롭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수능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는 시험이라기보다, 낯선 정보를 익숙한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훈련한 학생이 점수를 확보하는 시험입니다.



Q. 그런데 왜 학생들은 자꾸 "머리가 나빠서 안 된다"고 말할까요?



그 말이 가장 쉬운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복잡합니다.

개념이 비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출 분석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 안배가 흔들렸을 수도 있습니다.
오답을 다시 보는 방식이 약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험장에서 불안이 커져 평소보다 실수가 늘었을 수도 있습니다.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구분하지 못해 시간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유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려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학생은 가장 짧은 설명으로 도망갑니다.

"나는 머리가 나빠."

머리가 나빠서 안 되는 거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반복할 이유가 약해집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볼 힘도 줄어듭니다.
공부 방법을 고쳐보려는 시도도 작아집니다.

어차피 안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능 탓은 아프지만 편합니다.

내가 지금 바꿔야 할 행동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Q. 수능이 '숙달의 시험'이라는 표현을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수능은 처음 보는 문제를 푸는 시험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처음 보는 사고를 요구하는 시험은 아닙니다.

국어 지문은 매번 새롭습니다. 그러나 글의 구조를 잡고, 문단 간 관계를 읽고, 선지의 근거를 지문에서 확인하는 방식은 반복됩니다.

수학 문제도 겉모습은 매번 달라집니다. 그러나 조건을 식으로 바꾸고, 개념을 연결하고, 출제자가 숨겨놓은 발상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반복됩니다.

영어 지문도 소재는 계속 바뀝니다. 그러나 주제, 빈칸, 순서, 삽입, 요지 문제에서 요구하는 독해의 방향은 일정한 패턴을 가집니다.

탐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념과 자료를 연결하고, 선지의 표현을 검토하고, 그래프와 표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정보를 찾는 방식은 반복됩니다.

이 반복을 몸에 익히는 것이 수능 공부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유명 스타강사도 이것을 배구 리시브와 같은 단순 반복 동작에 비유해왔습니다.

처음 배구공을 받으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손목 각도도 어색하고, 몸의 중심도 흔들립니다. 공을 받는 순간마다 당황합니다.

그런데 계속 받아보면 달라집니다.

공이 오는 방향을 조금 더 빨리 봅니다.
몸이 먼저 움직입니다.
손목 각도를 조절합니다.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수능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지문 하나가 통째로 낯섭니다.
조건 하나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자료 하나를 보고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선지 두 개 사이에서 계속 흔들립니다.

하지만 반복하면 보이는 것이 생깁니다.

이 지문은 대비 구조구나.
이 문제는 조건을 식으로 바꾸는 문제구나.
이 선지는 표현이 너무 세서 위험하구나.
이 자료는 축과 단위를 먼저 봐야 하는구나.
이 문장은 앞뒤 연결어가 핵심이구나.

이 감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받아본 공이 많아야 생깁니다.

풀어본 문제, 다시 분석한 지문, 고쳐본 실수, 반복한 시간 감각이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수능 막판에 필요한 질문은 '나는 머리가 좋은가, 나쁜가?'가 아닙니다.

"나는 어떤 공을 아직 잘 못 받고 있는가?"입니다.



Q. 늘 풀 수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요. '시간이 부족한 것'과 '실력이 부족한 것'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능은 원래 시간이 빡빡한 시험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만 더 있으면 풀 수 있는데요."

이 말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 있습니다. 개념은 알고 있고, 천천히 풀면 맞히지만, 시험 시간 안에서는 끝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시간을 충분히 줘도 풀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 훈련이 아니라 개념 회복입니다.

그래서 한 번은 이렇게 측정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주고 풀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 문제나 붙잡고 하루 종일 고민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수준에서 도저히 접근이 안 되는 문제는 표시하고 넘어가도 됩니다. 다만 시간 압박을 제거했을 때, 내가 어느 정도까지 풀 수 있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학생의 상태가 나뉩니다.


시간을 충분히 주면 맞히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에게는 실전 속도, 풀이 순서, 반복 숙달이 필요합니다. 아는 것을 시험 시간 안에 꺼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오히려 복습이, 예전부터 풀어봤던 문제를 '더 빠르게 풀어내려면 무엇을 했어야 했나,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1주일 이상 길게 잡고 되짚어보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전략이 됩니다.


시간을 줘도 오답률 50% 이하 문제도 못 푸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개념이 비어 있습니다. 기출을 많이 돌리는 것보다 먼저 해당 단원의 기본 개념과 대표 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교과서와 EBS수능특강을 우선으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변별력있는 문제는 읽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 학생은 접근법이 약합니다. 출제 의도를 읽고, 조건을 해석하고, 어떤 개념을 꺼내야 하는지 연결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기출분석이 너무 약한 것입니다. 기출 문제들을 끈덕지게 잡고 집중해봐야 합니다.


평소에는 맞는데 시험장에서 흔들리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 학생은 불안과 실수 관리가 중요합니다. 실전 루틴, 검토 방식, 문제풀이 순서를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머리가 나빠서'라고 묶어버리면 처방이 사라집니다.



Q. 과목별로는 무엇을 확인해 보아야 하나요?

수능 마무리 시기에는 질문을 자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이 작아져야 행동도 구체화됩니다.


국어라면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지문 첫 문단에서 글의 방향을 잡고 있는가
문단이 넘어갈 때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가
선지를 판단할 때 지문 근거로 돌아가고 있는가
문학 작품을 감정으로만 읽고 있지는 않은가
시간이 부족한 이유가 독해 속도인지, 선지 판단인지, 풀이 순서인지 확인했는가.


수학이라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조건을 출제자가 원한 식으로 잘 바꾸고 있는가
개념은 아는데 낯선 문제에서 적용이 안 되는가
쉬운 문제에서 계산 실수가 반복되는가
어려운 문제에 너무 오래 붙잡혀 전체 시간을 무너뜨리는가
틀린 문제를 해설만 읽고 넘어가지는 않는가.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는 아는데 문장 구조가 안 보이는가
긴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를 놓치는가
문단의 흐름을 잡지 못하는가
빈칸, 순서, 삽입에서 연결어와 지시어를 놓치는가
단어를 뜻으로만 외우고 사용법을 익히지 않았는가.


탐구에서는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개념 암기가 약한가
자료 해석이 느린가
선지의 함정 표현에 자주 걸리는가
그래프의 축과 단위를 놓치는가
개념은 아는데 자료에 적용하지 못하는가.


위와 같이 자세하게 물으면 할 일이 보입니다.

국어 머리가 없다.
수학 머리가 없다.
영어 감이 없다.

이런 말들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수능 마무리에는 큰 말보다 자세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작게 쪼개야 고칠 수 있습니다.



Q. 왜 재수생이 수능에서 유리한가요?

재수생이 수능에서 유리한 이유를 단순히 머리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재수생은 기출을 더 많이 봤습니다.

EBS와 출제 원리에 더 익숙합니다.
실전 모의고사를 더 많이 겪었습니다.
수능장에서 실패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어떤 과목에서 시간이 무너지는지, 어느 순간 멘탈이 흔들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재수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의 성격만 놓고 보면, 반복 숙달의 시간이 많은 학생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현역 학생은 더 냉정해야 합니다.


'재수생은 머리가 좋아서 유리한가 보다.'

그럴리가 없죠. 그럼 작년에 대학을 잘 갔을 겁니다.

재수생에게는 더 많이 받아내본 공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역에게 필요한 것은 남은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공을 최대한 정확하게 받는 일입니다.


기출 한 세트를 풀더라도 그냥 채점하고 끝내면 안 됩니다. 틀린 이유를 확인하고, 다시 풀고, 비슷한 문제에서 같은 실수를 줄여야 합니다.

수능 막판의 공부는 단순한 양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반복의 질이 중요합니다.


Q. 학생은 어떤 질문으로 바꿔야 하나요?

"나는 머리가 나쁜가?"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느 지점에서 처리가 느린가?

나는 어떤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틀리는가?

시간을 충분히 주면 풀 수 있는가?

시험 시간 안에서는 왜 못 푸는가?

개념이 없는가, 접근법이 없는가, 실전 속도가 부족한가?

즉, 오늘 반복할 리시브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이 학생을 움직이게 합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비하가 아닙니다.

진단입니다.

진단이 있어야 처방이 나옵니다.
처방이 있어야 행동이 나옵니다.
행동이 반복되어야 점수가 움직입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자기평가가 거칠어집니다.

'나는 안 돼.'

'나는 늦었어.'

'나는 머리가 나빠.'

'나는 수능 체질이 아니야.”'

이런 말들이 머릿속에서 커집니다.

그럴수록 질문을 더 작게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늘 약하던 경제 지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오늘, 수학에서 약점 유형 하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잘 풀던 문제를 틀렸다면 어떻게 문제 접근 전략을 회복할 것인가?

오늘, 영어에서 몇 문제의 문장들, 문단들을 제대로 해석해 볼 것인가?

오늘, 탐구에서 어제 놓친 자료를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



Q. 학부모는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학부모도 조심해야 합니다.

학생만 재능 만능론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도 쉽게 빠집니다.

"우리 아이가 머리가 안 되는 건 아닐까?"

"나는 수학을 못했는데, 아이도 그런 걸까?"

"어릴 때 바카라을 더 읽혔어야 했나?"

"이제 와서 해도 안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아이의 한계를 단정하면, 아이는 그 시선을 금방 알아챕니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표정에서 알고, 한숨에서 알고, 말끝에서 압니다.

수능 마무리 시기의 부모는 재능 판정자가 되면 곤란합니다.

부모는 진단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너는 왜 안 되니?"라고 물으면 아이는 방어합니다.

큰 불안을 던지는 질문보다,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위에 적어드린 '자세한 질문들'을 다시 살펴보시고, 아이와 함께 논의해보세요.

어려우시면 댓글로 질문해주셔도 됩니다.


수능은 머리가 좋은 사람만 통과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낯선 정보를 익숙한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훈련한 사람이 점수를 확보하는 시험입니다.

그러니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재능을 판정하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점수를 올리는 것은 판정이나 예측같은 것들이 아닙니다.

숙달입니다.



입시로 묻고, 교육으로 답한다. 본 글은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 컨설턴트 박태찬의 교육상담 기록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의 저작권은 컨설턴트 박태찬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복제, 재배포, 2차 가공 및 상업적 활용을 금합니다.

이전 24화Q023. [수능 D-97] 노력이 부족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