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너무 어려운 학생들이 놓치고 있는 기본적인 학습 전략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영어 공부에 대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단어는 열심히 외우고 있어요."
학생은 억울하고 학부모들은 답답합니다.
단어장을 아예 보지 않는 것도 아니고, 학원 숙제를 빠뜨리는 것도 아닙니다. 단어 시험을 보면 잘 맞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어 지문 앞에 앉으면 읽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멈추고, 해석은 대충 되는 것 같은데 문제를 풀면 답이 흔들립니다.
영어 단어 암기는 독해의 출발점입니다. 단어를 모르면 지문을 읽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단어를 외웠다는 말에도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대표 뜻만 외웠는지,
문장 구조 속에서 단어를 입체적으로 공부했는지,
단어가 자주 함께 쓰이는 표현, 즉 콜로케이션까지 익혔는지,
그 단어로 '작문'도 해봤는지로 말이죠.
네 학생 모두 '단어를 외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지문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을 보겠습니다.
Research suggests that excessive smartphone use is associated with poor sleep, which can prevent students from paying attention in class and eventually lead to lower academic performance.
단어를 하나씩 외운 학생은 이 문장에서 꽤 많은 단어를 압니다.
research 연구
suggest 제안하다
excessive 과도한
smartphone use 스마트폰 사용
associated 관련된
prevent 막다
attention 관심 또는 주의
lead 이끌다
performance 수행
*단어장처럼 품사나 예문을 적지 않은 것은 영어 공부를 잘못 하고 있는 학생들 머릿속에 실제로 저렇게 1대1 대응으로 암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어보면 단어를 제법 압니다. 성실하지 않은 학생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장 전체를 읽으면 의미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연구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제안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가난한 잠과 관련된다?'
'학생들이 관심을 지불하는 것을 막는다?'
'낮은 학업 수행으로 이끈다?'
단어의 뜻은 하나씩 떠오르는데, 문장은 어색하게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문장이 너무 길어요..."
그럼 이 장면에서 이제 문법 공부를 해라, 문법 특강을 다녀라 등등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강의팔이를 하는 학원 강사들에게 홀딱 넘어가버립니다. 당연히 - 효과가 전혀 없죠.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단어의 뜻을 하나 더 외우는 일이 아닙니다. 단어가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익히는 일입니다.
이 문장을 잘 읽는 학생은 단어를 낱개로 보지 않습니다. 덩어리로 봅니다.
Research suggests that은 '연구는 ~을 시사한다(나타낸다, 드러낸다)'입니다.
be associated with는 '~와 관련이 있다'입니다.
poor sleep은 '가난한 잠'이 아니라 '수면의 질 저하'입니다.
prevent A from -ing는 'A가 ~하는 것을 막다'입니다.
pay attention은 '관심을 지불하다'가 아니라 '집중하다'입니다.
lead to는 '~로 이어지다, ~로 이어지는'입니다.
academic performance는 '학업 수행'이라는 직역보다 '학업 성취' 또는 '성적'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문장이 갑자기 선명해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 수면의 질 저하와 관련이 있고 / 이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해 / 결국 낮은 학업 성취로 / 이어질 수 있다 /
'구' 단위로 독해하여 '스르륵'읽히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읽는 방식이 다릅니다.
단어만 외운 학생은 단어를 하나씩 한국어로 바꿉니다. 독해가 되는 학생은 단어가 자주 만드는 덩어리와 문장의 흐름을 함께 봅니다.
이 문장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수면의 질 저하와 관련됨
수업 집중을 방해함
학업 성취 저하로 이어짐
단어를 많이 외웠는데도 독해가 흔들리는 학생은 바로 이 흐름을 놓칩니다.
단어는 알고 있지만, 단어들이 손을 잡고 움직이는 방향을 아직 충분히 익히지 못한 것입니다.
영어 지문은 단어의 모음이 아닙니다.
단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내는 생각의 흐름입니다.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The effect of vocabulary memorization on reading ability depends not on how many words students memorize, but on whether they meet those words again in real sentences.
이 문장도 단어만 보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effect 효과
vocabulary memorization 단어 암기
reading ability 독해 능력
depend 의존하다
meet 만나다
sentence 문장
단어 뜻만 붙이면 문장이 어색해집니다.
'단어 암기의 효과가 독해 능력 위에 의존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단어를 외우는지가 아니라, 그 단어들을 실제 문장에서 다시 만나는지에 의존한다?'
대충 알 것 같지만, 문장의 중심이 또렷하게 잡히지 않습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의 개별 뜻보다 구조입니다.
the effect of A on B는 'A가 B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depend not on A, but on B는 'A가 아니라 B에 달려 있다'입니다.
meet words again in real sentences는 '단어를 실제 문장 속에서 다시 만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문장은 이렇게 읽힙니다.
단어 암기가 독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 ~에 달려 있지 않은데/ 학생이 단어를 얼마나 많이 외웠느냐(에 달려있지 않고) / 그 단어를 실제 문장 속에서 / 다시 만나느냐에 달려있군 /
이 문장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단어를 많이 외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단어를 실제 문장 속에서 다시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가 어떤 말과 붙고, 어떤 구조를 만들고, 어떤 의미 방향을 만들어내는지 알아야 합니다.
단어장은 단어를 처음 만나는 장소입니다.
지문은 그 단어가 실제로 움직이는 장소입니다.
단어장 안에서 effect를 '효과'로만 외운 학생은 지문에서 effect를 만나도 잠시 멈춥니다. 하지만 the effect of A on B라는 표현으로 익힌 학생은 문장을 빠르게 묶어냅니다.
A가 B에 미치는 영향.
이 덩어리가 바로 보여야 독해가 가능해집니다. 독해 속도 역시 달라집니다.
영어 지문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일수록 사용법을 함께 익혀야 합니다.
prevent를 '막다'로만 외우면 문장 속에서 자주 흔들립니다.
prevent A from -ing, 즉 'A가 ~하는 것을 막다'로 익혀야 합니다.
effect를 '효과'로만 외우면 관계가 흐려집니다.
the effect of A on B, 즉 'A가 B에 미치는 영향'으로 익혀야 합니다.
contribute를 '기여하다'로만 외우면 뒤 문장과 잘 붙지 않습니다.
contribute to, 즉 '~에 기여하다', 문맥에 따라 '~의 원인이 되다'로 익혀야 합니다.
lead를 '이끌다'로만 외우면 lead to가 나올 때 해석이 어색해집니다.
lead to는 '~로 이어지다'입니다.
result도 중요합니다.
result in은 '~라는 결과를 낳다'입니다.
result from은 '~에서 비롯되다'입니다.
방향이 반대입니다.
A results in B는 A가 B를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A results from B는 A가 B 때문에 생겼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원인과 결과가 뒤집힙니다. 영어 독해 문제에서 원인과 결과가 뒤집히면 답도 함께 흔들립니다.
이제 세 번째 문장을 보겠습니다.
Students who memorize words in isolation are likely to recognize them on a vocabulary test but fail to use them as clues when reading a passage.
이 문장은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독해가 잘 안 되는 학생을 정확히 설명합니다.
단어만 외운 학생은 이렇게 읽습니다.
students 학생들
memorize 암기하다
words 단어
isolation 고립
likely 아마도
recognize 알아보다
vocabulary test 단어 시험
fail 실패하다
clues 단서
passage 지문
단어를 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장 전체는 여전히 딱딱합니다. 다음과 같이 읽었으면 아직 영어 독해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은 학생입니다.
'고립 안에서 단어를 외우는 학생들은 단어 시험에서 그것들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문을 읽을 때 그것들을 단서로 사용하는 데 실패한다.'
크게 틀린 해석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머릿속에 문장이 살아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이 문장을 빠르게 읽는 학생은 이렇게 봅니다.
in isolation은 '따로따로, 맥락 없이'
be likely to는 '~할 가능성이 높다'
recognize A on a test는 '시험에서 A를 알아보다'
fail to V는 'V하지 못하다'
use A as clues는 'A를 단서로 사용하다'
그러면 문장은 훨씬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단어를 맥락 없이 따로 외우는 학생들은 / 단어 시험에서는 그 단어를 알아볼 가능성이 높지만, / 그 단어를 단서로 활용하지 못한다 / 지문을 읽을 때는 /
이것이 단어 암기와 독해력 사이의 차이입니다.
단어 시험에서는 단어를 알아보면 됩니다.
독해에서는 그 단어를 단서로 활용하면서 '덩어리'가 단 번에 의미를 띄고 눈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점검할 때는 학생을 두 방향으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어휘량 자체가 부족한 학생입니다.
이 학생은 지문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습니다. 단어를 몰라서 문장이 끊기고, 문장이 끊기니 문단의 흐름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독해 전략보다 먼저 기본 어휘량을 쌓아야 합니다.
이 학생에게 단어 암기는 선택이 아니라 기초 공사입니다.
다만 이때도 단어 뜻 하나만 외우는 방식으로 오래 끌고 가면 한계가 빨리 옵니다. 처음에는 대표 뜻을 정확히 외워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품사와 예문을 함께 봐야 합니다. 동사인지, 명사인지, 형용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단어가 어떤 전치사와 자주 붙는지, 어떤 명사와 함께 쓰이는지, 어떤 문장 구조를 만드는지 조금씩 붙여가야 합니다.
단어를 외우는 학생에게 필요한 첫 번째 공부는 어휘의 바닥을 까는 일입니다.
짧게 자주 보고, 며칠 뒤 다시 보고, 지문에서 다시 만나는 방식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단어 뜻은 꽤 아는데 독해가 안 되는 학생입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학생에게 단어장을 한 권 더 주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작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문장 속에서 사용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때 필요한 공부가 콜로케이션과 단어 사용법 공부입니다.
단어를 외울 때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이 단어는 어떤 말과 자주 붙는가.
뒤에 어떤 전치사가 오는가.
목적어를 바로 데려오는가, 전치사를 거쳐 데려오는가.
이 단어가 나오면 원인과 결과 중 어느 방향으로 의미가 흐르는가.
이 단어가 글쓴이의 주장, 예시, 반박, 결론 중 어디에서 자주 쓰이는가.
예를 들어 associated를 '관련된'으로만 외우면 독해 속도가 느립니다.
be associated with를 한 덩어리로 읽어야 합니다.
likely를 '가능성 있는'으로만 외우면 문장 흐름이 둔해집니다.
be likely to V를 한 덩어리로 읽어야 합니다.
attention을 '관심, 주의'로만 외우면 pay attention to가 나올 때 직역에 붙잡힙니다.
pay attention to는 '~에 집중하다'로 익혀야 합니다.
단어는 혼자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주 붙는 말이 있고, 자주 가는 방향이 있고, 자주 만드는 문장 구조가 있습니다. 그 길을 아는 학생은 지문을 빠르게 읽습니다. 그 길을 모르는 학생은 단어를 많이 알고도 문장 앞에서 자주 멈춥니다.
이제 공부법은 분명해집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는 세 줄로 정리하면 좋습니다.
첫째, 대표 뜻.
둘째, 자주 붙는 표현.
셋째, 짧은 예문.
예를 들어 prevent를 외운다면 이렇게 정리합니다.
prevent: 막다
prevent A from -ing: A가 ~하는 것을 막다
Lack of sleep prevents students from concentrating in class.
수면 부족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effect를 외운다면 이렇게 정리합니다.
effect: 영향, 효과
the effect of A on B: A가 B에 미치는 영향
The effect of stress on memory can be significant.
스트레스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
lead를 외운다면 이렇게 정리합니다.
lead: 이끌다
lead to: ~로 이어지다
Poor sleep can lead to lower academic performance.
수면의 질 저하는 낮은 학업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단어들을 전부 저렇게 공부해야 단어가 지문 속에서 바로 보입니다.
단어 시험을 위한 암기가 독해를 위한 암기로 바뀝니다.
물론 콜로케이션만으로 독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동사를 잡아야 합니다. 수식어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봐야 합니다. however, therefore, for example 같은 연결어가 글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봐야 합니다.
하지만 단어 사용법을 모르는 학생에게는 구문 공부도 자주 막힙니다. prevent A from -ing를 모르면 from 뒤의 ing를 보고도 구조가 잡히지 않습니다. the effect of A on B를 모르면 of와 on이 만들어내는 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result in과 result from의 방향을 모르면 원인과 결과가 뒤집힙니다.
그래서 단어 공부와 구문 공부를 분리하면 곤란합니다.
단어를 외우면서 사용법을 보고, 사용법을 보면서 문장을 읽고, 문장을 읽으면서 글의 흐름을 잡아야 합니다.
영어 독해는 단어장, 문법바카라, 문제집이 따로따로 쌓이는 공부가 아닙니다.
결국 하나의 지문을 끝까지 읽어내는 힘으로 모여야 합니다.
단어를 열심히 외우는데도 독해가 잘 안 되는 학생에게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공부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공부의 방향이 아직 독해 쪽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것입니다.
단어를 외웠다면, 이제 그 단어가 문장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 합니다.
뜻을 아는 단계에서 사용법을 아는 단계로 가야 합니다.
단어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단어를 단서로 쓰는 단계로 가야 합니다.
본 글은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 컨설턴트 박태찬의 교육상담 기록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의 저작권은 컨설턴트 박태찬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복제, 재배포, 2차 가공 및 상업적 활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