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릴 때부터 아침마다 하는 인사가 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른을 만나면 그렇게 인사하라고 배웠고,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해 왔다. 인사를 건네고 대답을 들으면 하루가 시작된다. 그 말의 뜻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뜻을 풀어 보면 간단하다. 안녕(安寧)은 편안하고 탈 없이 무사하다는 뜻이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는 밤사이 편안하셨느냐, 그 밤 동안 아무 일 없으셨느냐고 묻는 말이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선생님이 이 인사에 대해 해 주신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는 세상이 지금처럼 안전하지 않아 자다가 변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아침에 만나면 밤을 무사히 넘겼는지, 살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 말씀이 사실 그대로인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그 뒤로 이 인사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잠은 하루 중 가장 무방비한 시간이다. 눈을 감고 나면 그다음은 내 뜻이 아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에 눈을 뜰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그것을 누구에게 약속받은 적은 없다. 그래도 걱정하며 잠드는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는 잠이 죽음을 간접적으로 겪어 보는 일이라 했다. 눈을 감으면 생각도 걱정도 멈추고, 그동안 나는 세상에 없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잠은 깨어나는 죽음이고, 죽음은 깨어나지 않는 잠이라는 점이 다르다. 우리는 밤마다 그 연습을 하고, 아침마다 그 연습에서 돌아온다.


그래서 아침 인사는 하루에 한 번씩 그 돌아옴을 슬쩍 확인한다. 밤새 별일 없으셨느냐고 묻고, 별일 없었다고 답한다. 뜻은 잊고 지내도 그 작은 확인은 아침마다 오간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그 인사를 건넬 것이다. 눈을 뜨는 일이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늘 그랬으니까. 그래도 초는 밤새 꺼지지 않았고, 오늘도 하루만큼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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