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쓸쓸할 때는

by김하정

추석 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익숙할 법도 한데 매번 처음같다. 사람들이 오가고 북적댈수록 낙엽 바스락 대듯 그저 쓸쓸하다. 온 길 모르고 갈 길 모르겠는 마음에 한 쪽으로 내몰리는 기분이랄까. 명절 앞두고 일을 왜 크게 벌이냐고 걱정반 말하지만 허둥대지 않으려면 일을 찾아야 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차라리 몸이 고단한 게 나았다. 뭐 대단한 일을 해야만 사는 건 아니니까. 뭘 해야 대단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알 수 없기도 하고..


다만 정체되지 않고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해졌다. 살아갈수록 후회는 불필요한 것이 됐고 이전과는 좀 다르게 나아가기 위한 추임새 정도로 쓰면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집정리를 하고 나니 피로는 쌓여도 뭔가 이룬 것 같다. 180도 변화는 아닐지라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개키는 일처럼 채비는 한 셈이다. 뭘 하든 하게 될 것이란 자기 최면 같은 것이다.


수고 끝에 생겨난 빈 공간에 울림이 좋다. 미니멀하다는 외래어가 모국어처럼 착 감긴다. 마음이 쫓길 때 일수록 쉬어가는 법을 안다. 이젤 위에 한참 전에 스케치 해놓은 캔버스를 올려 놓는다. 어떻게 채워갈 지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다 채색한 듯 좋다. 취미에 속할 뿐이지만 몰입하기엔 이만한 게 없다. 언제 완성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는 사이 마음이 기우는 곳 없이 평평해질 것이었다.


주위에 기대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내가 채워가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도 방향을 헷갈리지 않게 된다. 제 정비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안다. 애매한 것에 아슬아슬 희망고문하지 않고 일상을 구슬려 가는 것이 나를 방치하지 않고 올바로 잘 쓰는 방법일 것이다. 잠시 잠깐 남의 삶에 주눅들려 있다가 그나마 내가 익숙한 것으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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