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지는 오디세이 후기로 보지 않은 사람은 열외 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벌써 천만이 넘었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얼마만큼인지 알만 하다. 감독과 배우가 홍보 차 내한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스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는지 큰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만 했다. 흐름은 타고 보는 것이고 무엇보다 바카라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다. 호화 캐스팅이었지만 과장되지 않은 맷 데이먼의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방대한 양을 3시간 안에 압축해 내는 뚝심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촬영장에 휴대폰, 물병의 바스락 거림, 잠시 쉴 수 있는 의자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후일담으로도 가득하다. CG를 쓰지 않고 직접 재현해 내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를 몰입감으로 돌려줬다. 영화도 영화지만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담아왔던 것 같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만화 시리즈로 섭렵했고 20권을 넘기지 못하고 작가가 바뀌면서 그림 텍스쳐가 달라졌다고 아쉬워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 그 만화 시리즈를 웃돈을 주고라도 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유행처럼 복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놓을 의향이 있냐고 물었더니 절대 불가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향수에 가까운 모양이다. 아이들과는 다르게 만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천병희 님의 번역본으로 귀환을 지켜봤었다.
잘 만들어진 영화로 인해 읽었던 바카라을 다시 꺼내보게 됐다.
수장의 선택 하나하나에 부하들의 운명이 갈렸다. 다수를 위해 소를 희생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없다. 신중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으니 영웅이라기보다는 모든 결정 앞에 고심하는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부하들의 넋을 하나하나 기리며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많은 선택 앞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신들의 세계에서는 후회를 용납하지 않는다. 허용한 범위를 넘어섰을 때 되돌릴 수 조차 없는 응징으로 답할 뿐이다. 다만 오디세이에게만 주어졌던 특혜라면 내비게이션처럼 경로를 안내하면서도 지켜지지 않았을 때 오는 고난도 함께 일러주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안내자가 있으면 좋겠다 잠깐 부럽기도 했다. 오디세이처럼 유혹에 물들지 않고 견뎌낼 재간이 있을까 싶지만..
오디세이가 흥행하고 맷 데이먼이 맡은 배역들이 회자되고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본 시리즈, 마션 하나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한 얘기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그 이력으로 '퇴근하는 중년'으로 불릴만하다.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행으로 이어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들 한다. 집이 주는 안락함에 기인한 것이겠다. 9척 장승도 엄마 앞에서는 허물어지듯..
큰아이가 월요일 아침 풀 죽은 목소리로 전화했다. 명절 때 내려오는 기차표를 티켓팅하는 날인데 차질이 생긴 것 같았다. 속도면에서 조금이라도 빠를까 PC방까지 가서 대기했는데 기차표를 날렸단다. 버스표도 원하는 시간대로 되지 않고 한참 밀려난 표다. 제 날자에 오면 함께 시골에 갈 예정이었는데 그 계획도 무산될 판이다. "뭐야, 맷 데이먼도 아니고.. 잘하면 영화 한 편 찍게 생겼네" 했더니 허탈하게 웃는다.
수요일 아침에 KTX 예매가 남아있다고는 했다. 명절 때 고립되지 않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이번엔 둘째 아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6시 30분부터 양쪽에서 대기했던 게 당사자는 놓치고 추석 다음 날 서울에서 오후 2시에 내려오는 표라도 차지했으니 다행이었다. 졸지에 명절에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독거청년이 되고 말았다. 뒤늦음은 공통분모가 됐지만 오디세이의 10년에 비하겠는가. 그나저나 집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