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아닌가봐요.

익숙하지만 낯설어진

귀걸이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했다. 새로 뚫은 구멍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있던 자리였다. 귀걸이를 한동안 하지 않았다고 해도 흔적은 선명했다. 나는 몇 번 귀걸이 침을 돌려가며 자리를 찾았다. 들어갈 듯하다가 막혔다. 이미 길이 있는데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힘을 주었다.


결국 귀걸이는 들어갔다.


그런데 귓불이 아프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일이 없었다. 붓기도 심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만 아팠다.


왜 원래 있던 구멍인데 갑자기 아플까.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귀걸이 구멍은 없어지지 않더라도 안쪽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곳에 예전과 같은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귀걸이를 밀어 넣으면서 나는 안쪽의 살을 긁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듣다가 사람 사이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가까웠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면 우리는 자주 과거의 거리에서 관계를 시작한다. 예전에 속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지금도 물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오래 알고 지냈으니 이 정도 농담은 괜찮다고 여긴다. 한때 내게 열려 있던 사람이니 여전히 그곳에 내 자리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는다.


만나지 않은 시간 동안 각자 다른 일을 겪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생각과 형편도 달라진다. 관계의 흔적은 남아 있어도 그 사이를 오가던 길의 폭은 달라져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잘 들어가지 않는 귀걸이를 밀어 넣듯 관계에 힘을 준다.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지느냐고,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래 알았는데 그러느냐고.


상대가 달라졌다는 사실보다 내가 알고 있던 관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더 어려워서인지도 모른다.


내 귓불을 아프게 한 것은 구멍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있던 구멍을 예전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관계도 그런 것 같다.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 영구적인 허가증이 아니다. 어제까지 허락되었던 거리가 오늘도 당연히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웠던 사람일수록 지금의 거리를 다시 살펴야 한다.


잘 들어가지 않을 때는 더 세게 밀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야 한다.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 길이 여전히 같은 폭으로 열려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쩌면 관계를 오래 이어주는 것은 어떻게든 가까워지려는 힘이 아니라, 지금은 여기까지라는 간격을 알아보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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