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읽었군요

끝까지 읽어주는 독자와 읽지 않고 지나가는 네티즌 사이

byItz토퍼

[사진 설명]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타인에게 메이와쿠를 범하지 않으려 경계를 지키고, 주어진 아주 작은 영역이라도 정성껏 다듬어 조화를 이루려는 성향이 일본인의 정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 Itz토퍼 Photography


갑자기

손목에 진동이 느껴진다.


"이렇게 빨리?"


스마트폰과 연결된

스마트워치의 알림이다.


"좋아요"가 벌써 눌러졌다.


철학자이면서 심리학자.


이 둘을 연구한다니

솔직히 지루한 학문인데.

아니, 사람을 졸리게 하는

수면제 같은 학문이다.


"너무, 비하적인가?"


아무튼,

그래서 내 글이 길고 지루하다고

이미 팔로우한 구독자도 떠나는데,

발행한 지 단 몇 초 만에 글을 읽은 건가??


그런데 곧 진동이 연이어 느껴진다.

어제, 그리고 심지어 그제의 장문에도

좋아요가 눌러졌다.




온라인카지노라는 이름의 어장 관리학


어느 날부터인가

내 온라인카지노 서재의 알림 창은

수족관 관리인의 바쁜 손놀림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바카라을 많이 볼 수밖에 없던 세대였기에

나 역시 속독법은 배웠으나 이 정도는 아닌데.


정말 어벤저스급이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읽을 수 있는지

대단한 내공이다.


도대체 누굴까?

프로필을 클릭해 본다.


역시나, 들어가면 정갈하게 차려진

상대의 글마당과 거창한 소개글이 반겨준다.


그들이 남긴 댓글은 더욱 아름답다.

"작가님, 글이 너무 공감됩니다.

제 마음도 힐링되고 갑니다."


어느 글에 붙여 넣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만능 양념소스 같은 문장.

읽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번화가 입구에서 영혼 없는 표정으로

휴지를 쥐여주며 "구경하고 가세요"를 외치는

누군가의 멘트와 닮은 것 같다.


이곳은 글을 쓰는 작가들의 공간인가,

아니면 수족관에 넣을 물고기를 낚기 위해

밑밥을 던지는 낚시터인가.


내가 너무 타락한 건가?

아니다. 그 정도까지는.


사실 사람들에게 여기를 힘들어하고,

마음이 식어지게 만드는 장면 중 하나다.

나까지 이렇게 식을 줄이야.




언젠가 일본 여행 중

교토의 주택가 골목을 산바카라한 적이 있었다.


정말 깔끔하다.


한마디로 이렇게 깨끗하면

귀신도 못 살겠다 싶을 정도로

뭔가 프로그램에 짜인 듯한

그들의 일상과 삶이 보이는 공간이다.


조용하고 깨끗하며, 질서 정연하다.


그런데 한 집 앞에 포도가

아주 먹음직스럽게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 높이가 어른 키 높이보다 조금 낮아서

아이들도 손을 뻗으면 따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모두가 멀쩡하다.


"이 동네는 아이들도 없나?

하긴 어른들이 그러지 않으니

아이들이 그럴 리가 없지."


조금 더 걸어가니 아예 담이 없다.


문 앞에 꽃과 화분이

가지런히 키재기를 하고 있다.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가꾼 이도 그렇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소인국?

아마 키 큰 북유럽인들은

충분히 그렇게 느끼겠다.


더 재미있는 것은 초인종이

무릎 높이에 있다.


잘 보이긴 하지만 그냥 거기서

소리 높여 불러도 될 거리인데

굳이 초인종을?


아마 이웃을 고려한 배려일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와 우리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일본을 싫어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본을 알고 일본인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 두려움까지도 느꼈다.


바로 이러한 일상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무서운 것이다.


왜냐하면 지나칠 정도의 '타인을 향한 배려'가

결국 가장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조금 냉철하게 말하면

이런 뜻이 담겨 있다.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은

마치 타인을 위한 희생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일종의

욕구를 발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주 목적성이 강한.


그래도 나는 일본 여행 중

주택가 골목 산바카라을 좋아한다.


마치 누군가의 온라인카지노 정원에 들어가서

글을 읽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어떤 부분은 공감하고

또 어떤 부분은 배우면서.


그런데

몇 초 만에 나의 지루한

'철학과 사유'를 설푼 글을 읽을 수 있다니.


내가 당신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었으니

당신도 마땅히 내 글에 와서 조회수를 올려주고,

댓글을 달고, 구독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묵시적 거래.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다단계 품앗이가 아닌가.


심지어 내 정원에 소담스럽게 열린

포도알도 빼먹고 가더라.


참으로 기묘한 위선이다.


"자신은 남의 글을 단 한 줄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남들은 자신의 글을 샅샅이 읽고

깊은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면,

이건 그냥 '위선'일 뿐이다."


한 지인이 왜 이 플랫폼을

비웃는지 나는 알 것 같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는 완전 무심하면서,

자신의 글에 찍히는 숫자에만 예민하다니.


글 쓰는 이가 읽기에 있어

이토록 불성실하고 위선적인데,

그 펜을 통해 나오는 문장.


과연 어떤 진정성과 진솔함이 있을까.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이는

마치 레스토랑 진열대 속에

화려하게 장식된 모형 음식을 만드는 것인가.


아닐 거다.

오히려 그러한 위선적 행위를

행하는 이의 글이 플라스틱 덩어리일 거다.


"작가님, 정말 제 글을 읽긴 하셨나요?

아니면 그저 당신의 어장에

물을 채우러 오신 건가요?"



나의 고민은

아직도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


by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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