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지 15년 만에 만나도 싸우더라.]

드라마는 없었다

by태고

여느 날과 똑같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엄마 집 신발장에 아빠가 서있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15년 만에 보는 아빠가.





아빠를 만나는 상상을 하긴 했다.


15년 만이니 부둥켜안고 울어야겠지?


드라마처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소리를 지르려나


현실은




" 태고야, 아빠가 왔다 "


엄마도 황당한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드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서있던 나는 멀뚱멀뚱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


눈썹을 보니 아빠 같기도 하다


살도 많이 쪘다.


재혼한 아빠네서 중학교 2학년 때쯤..

3년 살다가 엄마한테 돌아왔으니...

15년 만인가


오랜만에 본 아빠는 얼굴이 흘러내린 느낌이었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흔히 보는,

입을 벌린 채 꾸벅꾸벅 졸던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로 넘어가는 사람


그런 아저씨가 우리 집 신발장에 서있다.




들어와서 얘기해.


남의 집에 이리 들어가도 되나?


그럼 여기서 얘기할 거야???!!! 동네 창피하게!!!!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얘나 지금이나 꿍한 아빠는 주춤대며 우리 집 신발장으로 들어왔다.


살은 왜 그렇게 쪘어? 관리 안 해??


나이가 들으니 쪘지~ 이 사람아~~


아이 둘을 낳고 십여 년을 함께했던 부부는

오랜만에 만나도 서로 얼굴을 붉히며 바락바락 소리를 치며 싸우고 있었다.



" 배고프다. 밥 줘 "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이 광경을 구경하던 나는

다리가 아파 그만 들어와 버린 것이다


울어야 할 것 같은데(?) 눈물이 안 났다.


오히려 이 광경이 조금 재미있었다.




그날 내 연락처를 따간 아빠는 시시때때로 카톡을 해왔다.


어디인지 묻기도 했고


이젠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말도 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기 인생을 말하기도 했다


이상하다.


할 말이 없다


짤막 짤막하게 답장을 하고


어떤 날은 할 말이 없어 답을 하지 않기도 했다.


딸, 아빠 메시지에 답장은 좀 하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아빠와 15년을 떨어져 지냈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 났다.

순간 짜증이 났다.


갑자기 나타나서 준비도 되지 않은 내게

살가운 딸 모습까지 원하는 거야.!


아빠...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답을 하고 안 하고는 제가 결정해요.
저한테 신세한탄하지 마세요.
본인이 선택한 삶에 충실하세요.


소심한 아빠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카톡 창을 한참 보고 있었다.


하고 싶었던 말을 했는데

속이 시원하지 않다


왜 우는지도 모르겠는데 눈물이 났다



소심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