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하기 싫어 도망 다닌 세월들.]

터줏대감 아주머니의 텃새

by태고

세어봤더니 하루에 9시간 이상 앉아서 일한다.


허리 통증, 손목 터널 증후근, 목 디스크, 하지 정맥, 어깨 통증


서서 일하는 사람은 서서 일해서 아프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앉아 있어서 아프다

운동을 하면 한데가 아프고, 안 하면 안 해서 아프다


그래도

나이 앞에 4 짜 달았으니 남은 인생은 운동을 좀 해봐야 안되겠어

주 2회만 가자, 욕심내지 말고

야심 차게 헬스 3개월을 일단 등록했다


지난달에 딱 2번 출석했다...

지지난달엔 좀 많이 갔다. 진짜다


괜찮다. 폐업률이 90%가 넘는다는 헬스장 창업에 나 같은 호구 고객도 좀 있어야

안 없어지지 않겠어?

일종의 선행이지, 선행



" 아가씨, 샤워기를 여기 꽂고 사용해 주면 안 될까?

물이 나한테 다 튀잖아 "


벌거벗은 내 몸을 옆자리 아주머니가 쿡쿡~ 찌른다

물살이 너무 세서 아뿔싸,


옆자리 대장 아주머니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 죄송해요... 제가 첫날이라 잘 몰랐어요.... "


당황한 나머지 기가 죽어서 내가 말했다

샤워기 수압을 반으로 줄이고 그날은 축구공 마냥 몸을 웅크리고 씻었다


물을 닦으며 나오니 이번엔 다른 아주머니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는다

아차,

다시 문 앞으로 돌아가 쭈그렁 방탱이가 되어 머리에 물기를 마저 닦아낸다


뒤에 여인 한 명이 더 샤워실로 들어온다

20대로 보인다


" 아가씨,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들어와야지. "


여인이 기가 죽어 주춤 뒷걸음질 친다


대장님들... 한 번만 봐줍쇼~ (굽신~ 굽신~ )




한 달 2회 출석률의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헬스 입문자로서,

사실 운동을 해서 나쁜 점은 하나도 없었다


적당히 러닝머신 위에서 헐떡대면 허리 통증도 풀리고

쇠질(?)로 살짝살짝 자극을 준 근육엔 피가 팽~ 도는 게 느껴지면서

눈도 갑자기 잘 보인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땀을 빼면 뇌에선 도파민이 살짝 분출되어 각성 상태가 된다

우울함은 날아간다

하고 나면 개운하고 가볍다. 잠도 잘 온다

아, 단점이 하나 있다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