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나의 오랜 벗 원이 언니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본 원이 언니는 생각보단 괜찮아 보였다.
조문객들 옆에 앉아 웃기도 하고
음식을 나르고 바닥을 쓸기도 했다
이후 꽤 오랜 기간을 언니가 슬픔에 젖는 기간을 보았다.
자다 깨서 새벽에
엄마가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술을 먹다 울기도 했다
어느 날은 담담해 보였다가
어떤 날은 가만히 앉아있다 눈물이 툭-
떨어진다고 했다
나는 이럴 때가 참 어렵다.
무슨 말을 하든 아직 부모가 살아있는 내가 하는 말이
언니에게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매뉴얼로 그냥 방법이 나와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번 이렇게 말해, 2번 이렇게 해라. 하는 식으로
엄마 장례 끝나고 학교를 갔는데
애들이 괜히 저랑 어떤 애랑 싸움을 붙였어요.
절대 날 이길 수 없는 놈 하고.
근데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내가 져야 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그냥 져줬어요.
부모가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팔 한 짝이 없어진 거 같더니
엄마까지 돌아가시니까
두 팔이 없어진 거 같더라고요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가 언니라면 지금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랄까
자연스럽게 들어주자
생각보다 얘기할 곳이 없을 것 같았다.
잘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죽음 얘기를 할 데가 없다.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자기 다리 얘기를 한다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이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대는 황급히 위로하고 슬그머니 주제를 돌리거나,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눈알을 굴리며 고민한다.
말한 사람도 순간 괜히 말했나 싶은 불편한 상황이 연출된다.
우리는 살면서 정식으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배운 적이 없다.
슬롯 분위기 역시 죽음을 부정적이고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로 여긴다
날씨 얘기를 듣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자.
이게,
내가 택한
언니를 위로하는 방식이었다
누구나 한번은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예외는 없다.
그런데
하다못해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가도
맛집이 어디인지, 가서 무엇을 할지
미리 알아보고 가는데
누구나 떠나게 되는 그토록 긴 여행을
아무 준비 없이
평생을 회피만 하다가 가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원이 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3년이 지났다.
감정의 오르락 내리 락을 지나
언니도 많이 편안해졌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담은 김장김치는
이제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지만
언니는 마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겠다고 했다
아직 엄마 기일이 되면 슬퍼하고
가끔 멍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평소엔 일상을 살아간다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사람이 죽어 영혼이 시신에서 분리되면,
시신은 입다가 남겨진 옷에 불과하다고
남겨진 시신은 죽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가 입었던 옷에 불과하므로
티베트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독수리에게 시신을 주는 것이다
그날은 그녀가 노래를 보내왔다
재생을 누르고 처음엔 끝까지 듣지를 못했다.
가까운 사람의 슬픔을 온전히 옆에서 지켜본 나는
언니의 마음을 모두 담은 노래 가사가
가슴을 후벼 팠기 때문이다.
These tears mean I'm letting you go
이 눈물은 당신을 놓아주겠단 뜻이에요
I'm learning how to bo alone
혼자 살아가는 걸 배우는 중이에요
I'm broken, but give it time
가슴이 찢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I'm gon' be alrigt
난 다 괜찮아질 거예요
These tears mean it's settling in
이 눈물은 제가 적응하고 있단 거예요
It's the hardest pill to swallow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이었지만
But I'm starting to get it down
이제야 진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I see you everywhere
모든 곳에서 당신이 보여요
On the sedewalks of my dreams
꿈속의 도로변에서도요
Like a distant melody
아련한 멜로디처럼
I hear you calling and calling to me
당신이 절 부르고 부르는 게 들려요
And I love you
당신을 사랑해요
But I leave you in the past baby
하지만 과거 속에 묻어둘게요
Because I need to
그래야만 해요
To not ho insane
미치지 않으려면요
I know I love you the same
그래도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해요
These tears mean I'm letting you go
이 눈물은 당신을 놓아주겠단 뜻이에요
I'm learning how to bo alone
혼자 살아가는 걸 배우는 중이에요
이제는 내가 더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언니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쿠팡에서 옷을 샀단 얘길 하듯이 한다.
요즘은 이런 대화도 가능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음, 무뎌지는덴 그래도 2-3년 지나야 하는 듯
언닌 환생을 믿어?
글쎄, 있다면 엄마도 지금 어디 태어나 있으려나 ㅎ 준비 중인가 ㅎ
언닌 죽으면 소멸했으면 좋겠어, 아님 다시 태어나는 게 좋아?
훔, 난 소멸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소멸은 좀 무섭잖아. 없어지는 건데. 난 환생을 택할래
개로 태어나는 거 아이냐?
뭣이라!! 그럼 부잣집 개로해줘!!
귀뚜라미는 어때?
명줄 좀 긴 애는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