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등산과 같아서
나는 아직도 언니를 좋아해.
연락 좀 자주 하자, 언니
나의 절절한 고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락이 뜸해졌고,
결과적으로 싱글(?)인 나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 둘을 키우는 둥이 언니와의 공감대는 점점 줄어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이
늘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둥이 언니가 먼 거리로 이사를 가면서, 멀어지는데 가속도가 붙었다.
언니는 같은 동네에 사는 공감대가 있는 아이 엄마들과 많이 친해졌고,
나는 매일 붙어있는 온라인 게임 동료들과 깊어지면서 자연스레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둥이 언니와는 첫 온라인 게임인 00캐피탈 신차 상담을 하는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 야, 에로틱 서스팬스 영화 보러 가자 "
" ... 에로틱.. 뭐라고? "
당시에 전도연, 이정재 주연의 [하녀]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둥이 언니는 포스터에 전도연이 요염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흉내 내며, 혀를 날름 거리고 장난을 쳤다
" 나는 절대 야해서 보러 가는 게 아니야, 작품성 땜에 보는 거지. 작품성 "
"늬예~늬예~ 언니의 작품성 사랑 잘 알지~ 암~ "
언니의 유머러스함과 재치에 나는 반쯤 반해버렸고, 회사를 그만두고도 그 인연은 오래 이어져 왔다.
통계적으로는 같이 노는 사람이 15년 주기로 바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둥이 언니와 가깝게 지낸 것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난듯 하다.
언니가 내가 싫어져서가 아님을 안다
모든 관계엔 유효기간이 있고, 뜨거웠던 시절이 있으면 미지근하게 식는 시기도 온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커피가 식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예전엔 이 파도를 타지 못했다
인연은 가야 할 시기인데, 감정과 열정은 남아서 인정하지를 못했다
편지를 쓰고, 생떼를 부렸다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지에 대해서 말했다.
노력이란 말로 포장했다
이제는 조용히 그저 느낀다.
이 사람이 내 인생에서 나갈 시기이구나
만나야 할 시기가 있으면 또 만나겠지
내 인생에 한 시절을 행복하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 비밀번호 0707이야! "
엄마랑 싸워서 가출(?)을 감행한 날, 갈 데가 없어 언니 집으로 갔다
" 작은방이 추우니까 장롱에 전기장판 빼서 깔고, 밥은 먹고 나왔냐?
갈비찜 냄비 안에 있으니까 데워먹고
냉장고에 맥주도 있다. 먹고 있어.
가출도 따뜻한 봄에 하는 거라니까, 넌 꼭 추울 때 나와서 이 고생을 하냐? "
" 싸움이 날씨 봐가면서 하니, 언니는.. "
남동생이 샌드위치 가게를 개업했을 땐, 남편이랑 깜짝 방문을 해서 매상을 올려주고 가기도 했다.
언니랑은 딱 한 번 싸운 적이 있었는데,
말 한마디에 며칠을 내가 삐쳐있었다.
서운한 게 있냐고 언니가 물었고,
구구절절 서운함을 토로한 메시지를 오전에 보냈는데 오후까지 답이 없었다.
늦게야 온 답장을 앞에 2-3줄을 읽는데 벌써 풀렸다.
100퍼센트 내 입장에서 생각한
오래 깊이 생각하고 보낸 답장이었다.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나는 언니한테 사과하는 법을 배웠다.
메시지를 다 읽을 때쯤 전화가 왔다.
" 집에 와, 태고야. 맛있는 거 해줄게 "
그날 언니와 먹은 맥주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는 나와 인연이 닿아있던 시절,
모든 시간 매 순간을 내게 온 마음을 다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니를 잘 배웅해 주어야겠다
언니가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지금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기를 바라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그녀를 묵묵히 배웅하고
인연이 남아 언젠가 또 가까워지는 시기가 온다면
기다렸다는 듯이
5월의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언니를 향해 웃어 주리라
위녕, 삶이란 말이야, 등산과 같아.
그리고 친구는 그 등산길의 동료와 같아.
등산로 입구에서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들 가버렸는지
올라갈수록 인적은 드물어지고 그리고 외로워진다는 것을 말이야.
설사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걸을 수는 있지만 때로는 운이 좋아 정상까지 함께 갈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갈림길에서 헤어지거나,
각자가 걷는 속도에 따라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한다는 것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산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