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진심이었다고 생각해?
제주도에 도착하자 그녀는 왠지 계속 서울말을 사용했다. (*글쓴이는 부산에 거주합니다)
그리고 뭔가 계속 있어 보이는 척을 했다.
첫날 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계속 회사 간부들과 통화를 했다.
업무적으로 바쁜 일이 있나 했지만 내용을 들어보니 그냥 사적인 얘기였다.
' 그러니까 그랬잖아. 그래서 내가 그런 거라니까. '
통화는 30분, 40분이 넘어갔다. 나는 한걸음 떨어져 뒤를 따라갔다.
옆에는 흐드러진 제주도의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산바카라 후 호텔에 돌아와 씻고 나오니 그녀는 자기 침대에 누워서 회사 사람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디냐고 묻는듯했다.
나 지금 병원 다녀와가지고.... 몸이 안 좋아서...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상대방은 걱정을 하는 듯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그녀는 계속 제주에 있다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그녀가 오기 전부터 말하던, 천혜향 농장을 하며 부자인 대단한 제주도 지인이었다.
나는 반쯤 포기한 채 운전을 했다.
2일째, 제주도 '우도'
화이트 백사장 위로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날따라 파도도 잔잔했고, 날씨도 좋았다.
하지만 그녀의 관심은 온통 차를 우도까지 들고 들어오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우도 안에서는 대부분 스쿠터처럼 생긴 작은 '전기차'를 렌트해서 둘러보고 나간다.
섬에 들어와 몇 시간 즐기다가 당일에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그 안까지 자동차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나 아까 스쿠터에서 내리는데 저기 남자가 쳐다봐서 창피해서 모른 척했잖아.
근데 저 자동차는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거지? 배에 실어 들어온 건가.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거지 "
그녀는 30분째 전기차가 창피하단 얘기를 그렇게 했다.
그리고 무언가 못마땅하고 어딘가 계속 화가 난 것 같았다.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틀째가 되니 나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 ... 실장님... 지금.. 계속 눈치 보게 만드는 거 알아요...? "
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바뀌었다.
앉아봐. 나를 백사장에 앉힌 그녀는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내가 지금 지점장 회의 있는데 그것도 마무리 못하고 여기 왔어. 아침부터 일하다가 지금 센터에 바카라상도 바꿔야 하고, 팀장들한테 데이터 세팅해라 지시도 해야 하는데, 너랑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여기 왔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지금 와~~ 결국은 와서 싸우네. 아씨,~ 진짜
그녀가 씩씩대면서 저쪽으로 가버렸다.
우도에선 배를 타고 본섬까지 나와야 했다.
배에서 한마디도 안 하고 나와 떨어져서 탄 그녀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도 없었다.
배에서 내려 그녀를 찾았다.
화난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를 타고 호텔까지 들어가야 했다.
제가 운전할게요. 저 감정 상태로 운전하면 위험하겠다 싶었다. 그녀는 말없이 차 키를 주었다.
차 세워봐. 아까 왜 운전 니가 한다고 했어? 물어봐야지. 니 마음로 하는 거야?! 그걸 왜 니가 판단해?
나는 운전석에서 앞을 보고 있었고, 그녀는 옆에서 큰소리로 10여 분 동안 나를 혼냈다.
그녀는 계속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미안해요.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너는 니마음데로야. 다 너 때문이야. 니가 여행을 망쳤잖아 지금!! 아 나 못하겠다. 나 부산 올라갈 거야. 됐어. 문 열어. 그렇게 나는 10여 분을 더 혼났다.
다 퍼부은 그녀가 의자를 약간 뒤로 젖히더니 기대앉았다. 그때 나는 보았다. 그녀가 묘하게 웃는 것을.
숙소에 도착한 그녀는 우아하게 커피를 타오더니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계속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했다.
3일째, 제주 '까멜리아 힐'
꽃을 좋아하는 그녀가 가고 싶다고 한 곳이다.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그녀는 계속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마지막 날이니 맞춰주었다. 최대한 많이 찍어 보여주자 그녀가 말했다.
너 진짜,, 사진 못 찍는다 ~
여러 장 찍었으니까 마음에 드는 거 한 장은 나오지 않을까요?
풉.. 안 나올 것 같은데, 됐어. 너 해, 그냥.
그녀가 획~ 하고 저쪽으로 가버렸다.
그때 우리 앞에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가 뒤쪽에 걸리는데 말을 못 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 잠깐 나와줄까요?
비켜주자고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그거 니 생각 아니야? 너. 참 포인트가 특이해.
마지막으로 공항에 가기 전 밥을 먹었다.
" 그 회사에서 친한 연수랑은 어떻게 친한 거야? "
" 입사 초반에 일 도와주다가 친해졌어요. "
" 둘 중 누가 더 조용해? "
" 연수가 조금 더 조용하죠. "
" 푸.. 둘이 똑같다~ 끼리끼리 친하지 뭐. 너 친하다는 친구들도 다 너 같은 애들일 것 같아 ~ "
이젠 감추지도 않았다
" 저만 가지고 얘기하세요. 제 친구들까지 건들지 말고.. "
" 풋~ 너 그거 자격지심이야. "
" 휴~ 그만 갈까요? 나가요 그만 "
" 나와의 여행을 빨리 끝내고 싶나 봐?? " 그녀가 씨익 웃었다.
집에 와서 약 2주 동안을 충격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왜 그랬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 대할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왜 그랬을까. 이유가 뭐였을까. 내가 몰랐던 걸까. 그동안 봤던 그녀의 모습은 뭐였을까. 나는 1년 동안 속은 건가. 내가 잘못 본 건가. 진짜 모습은 이거였는데 내가 보고 싶은 데로 봤던 걸까.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그럴 수가 있지. 왜 그랬을까.. 여행까지 와서 왜 그랬을까.. 나한테
그때 ,
한 번도 검색 한 적도 없었고, 비슷한 내용을 찾은 적도 없었는데
관련된 내용은 알지도 못했는데
"서람TV"라는 채널이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떴던 건
신의 계획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인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만 공부해 보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일종의 인격장애에 가깝다.
그들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자기가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을 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침묵과 비난, 깎아내리기, 무시 그리고 칭찬을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
며칠 만에 서람TV 의 모든 영상을 다 보았다.
나는 몰랐지만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바카라이 꽤 많았다.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스캇펙의 거짓의 사람들],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아직도 사랑이라고 생각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을 모두 찾아 몇 달 동안을 미친 사람처럼 읽었다.
궁금했다. 왜 나를 이렇게 대했는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건지. 원인이 뭔지.
내가 정말 화가 났던 건, 그 사람은 잘 산다는 것이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상사인 그녀를 좋아하는 파와, 싫어하는 파로 나뉘었는데
싫어하는 쪽의 이유는 교활하고, 연기를 잘하며, 사람을 잘 이용하고 버린다는 것이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 힌두교...
모든 종교는 결국 같은 것을 얘기한다. 착하게 살아라.
누가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도 내어주어라.
그렇다면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가. 저렇게 두 얼굴로 못되게 살아도 승진하고, 승승장구하고,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고, 돈도 많이 벌고, 잘 사는데, 이유가 뭔가.
왜, 착하게 살아야 하지?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이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리지 않으면 내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나에 제대로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면이 있는 나는 몇 달을 공부하고 나서야,
그녀가 내게 한번 연락이 오겠구나,라는 걸 알았다.
자신의 영향력이 아직도 내게 유효한지 확인하려고 접근해서 떠보는 단계.
일명 '후버링'이라는 단계다.
- 8개월 뒤 >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여행경비를 입금해도 아무 말이 없던 그녀에게서였다.
크리스마스엔 모든 사람을 용서하는 거래~
우리 크리스마스 때 보자.
우리가 지낸 시간을 사건으로 다 없애긴, 너와 나의 추억과 시간이 넘 아쉽잖아. 그래서
난 다시 한번 더 기회 주면 회복하고 싶어. 내가 그때 그날 넘넘 예민하구 어른스럽지 않았쥐..
미안해 연락 기다릴게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아.
정말 오는구나.
그녀는 어떤 말을 해야 감수성 짙은 내 마음이 흔들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잘 떠나가라. 답장을 쓰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6개월 뒤 > 한 번 더 메시지가 왔다.
생일 축하해. 태고야
답장은 하지 않았다.
* 글쓴이 후기 >
저는 온라인 게임 상사로 이 존재를 만났기에,^^
그리고 마침 이직을 했기 때문에, 그녀를 끊어낼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그녀와 가깝게 지냈던 1년 동안의 이야기예요.
실제론 온라인 게임에 다니는 4년 동안 제 상사였기 때문에, 매일매일 그녀를 지켜보았죠.
회사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 왜 저렇게 행동하지?’ ,
'왜 화를 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며 이해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그래도 깨달았을 때 벗어날 수 있는 환경에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경우, 남편이나 연인, 혹은 부모가 나르시시스트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만둘 수 없는 온라인 게임에서
그 존재와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속이 상했던 건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그를 대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속수무바카라으로 당했던 나 자신이었답니다. ㅜㅜ
그 시간이 저를 가르치기 위한 신의 계획이었는지, 우연히 나타난 삶의 경험이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
그래도 지금은 덕분에^^
100m 밖에서도 그들을 알아보는 촉이 생겼으니,
(특유의 말투와 눈빛이 있어요)
의미적으로 보면 그녀가, 제 스승이었다 볼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