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나에게만 겨울이 길던
그런 계절이 있었다.
세상이 온통 분홍빛 봄을 말할 때
나는 발치에 떨어진
시든 잎만 주워 담았다.
잘한 일은 바람처럼 스쳐 가고
작은 실수 하나는 밤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되었다.
조금의 부족함도 견디지 못해
스스로에게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던 밤,
나는 매일 나를 깎고 부수며 살았다.
그때는 몰랐다.
꽃이 피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 계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임을.
추위를 탓하고, 나무를 탓하고
끝내 나 자신을 원망하며 보낸 시간들.
앙상했던 가지 끝에
기적처럼 연둣빛이 돋아나던 날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미워했던 것은 내가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던 서툰 삶과
끝이 보이지 않던 기다림이었다는 것을.
시린 겨울을 건너온 나는
조금 늦게 피었을 뿐,
단 한 번도
죽어 있던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