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어져버린 이

by슈펭 Super Peng



가물어져버린 이가 있다.

한때는 이름만 불러도 마음 한쪽이 젖어 들었는데,

이제는 오래 닫힌 우물처럼 기억의 바닥만 드러낸다.

계절은 몇 번이고 지나갔고, 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했지만,

당신이 남긴 발자국 위에는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는다.

나는 가끔 비가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우물에 물이 다시 차오를까 생각해 보지만,

이미 말라버린 강이 예전의 흐름을 기억하지 못하듯

당신 또한 나를 잊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가물어져버린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오기를 오래 기다린 흔적만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흔적 위에 앉아 한 사람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한 계절을 잃은 것처럼 조용히 저녁을 맞는다.

이전 26화야근 (夜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