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생이니?

5시간의 동전 분류 대공사

by빛나다온

나는 궁금증에 꽂히면 고생을 사서 하는 성향이 조금 있다. 몇 년 전 맥주병 모양의 저금통이 예뻐서 두 개를 샀었다. 우리 가족은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리며 춤을 추는 동전들을 저금통에 집어넣었다. 저금통이 살이 찌면 은행에 들고 갔다. 그때 동전들이 다 있는지 궁금해서 연도별로 줄을 세워본 적이 있었고 없는 연도는 메모지에 적어 동전과 함께 고이 간직해 두었다.


최근 들어 저금통이 또 가득 찬 걸 보았다. 예전에 정리해 둔 동전들과 메모지가 생각났다. 다시 보니 비어 있는 연도도 제법 많았다. 빈 연도를 채워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바닥에 종이를 펼쳤다. 두 저금통을 와르르 쏟아내니 돈벼락을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작업을 시작하기 전 검색창을 두드린 후 희귀 연도부터 알아보았다. 희귀 동전은 발행 수가 적어 상태에 따라 몇천 원부터 몇백만 원까지 판매가 된다고 들었다. 내가 알아낸 연도별 희귀 요약본은 다음과 같다.


● 10원: 1966년(최초 발행), 1970년(황동/적동)

● 50원: 1972년(최초 발행), 1977년

● 100원: 1970년, 1981년

● 500원: 1998년 (IMF 시절 딱 8,000개만 발행됨)


● 그 외 잘못 찍어낸 에러 동전: 우리나라는 동전 제조 기술이 워낙 정교해 불량품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잘못 만들어진 희귀 동전들이 수집가들 사이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먼저 최고 시세를 자랑하는 500원짜리부터 분류했다. 1998년도 동전은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한 번도 구경을 못 했다.(얄미운 98)

이번엔 혹시? 하는 마음에 손끝이 설레었지만 역시나 98년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1982년~2016년까지만 있었다.
(없는 연도: 1984~1987, 1998, 2014)

500원: 1982년~2016년
1982~1984년 500원 동전 앞뒷면



그다음은 100원짜리 차례. 1970년과 1981년을 기대하며 매의 눈으로 훑었다. 아...ㅠ 없다. 정리한 결과 1972년~2016년까지 있었다.
(없는 연도: 1970, 1971, 1976, 1981, 1998 )

100원: 1972년~2016년
100원: 1972년~1977년 앞뒷면
중고장터에서 캡쳐해왔습니다.




그럼? 50원짜리는? 1972년, 1977년 나와라~
"보자 보자~ 앗싸 1972년 1개 발견"

1972년 50원 동전 앞뒷면
중고장터에 올라온걸 캡쳐해왔습니다.


1972년~2016년까지 있었다.
(없는 연도: 1975~1978, 1980, 1985, 1986, 1993, 2014)

50원: 1972년~2016년
1972년~1983년 50원 동전 앞뒷면



잠깐의 기쁨과 함께 복병은 마지막에 있었다. 바로 10원짜리였다. 크기가 큰 구형과 앙증맞은 신형이 한데 뒤섞인 10원짜리들은 대혼란이었다.


숫자가 워낙 작아 계속 보다간 시력이 훅 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지?ㅎ 오기와 호기심이 오히려 더 타올랐다. 중간중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가며 작업을 이어갔다. 무려 총 5시간에 걸친 대공사였다.

"1966년, 1970년 나와랏!"
"아, 아깝다. 1967년은 있는데..."
"오잉? 그런데 1970년 2개 발견"

1970년 10원 동전 앞뒷면
중고장터에 올라온걸 캡처해왔습니다.



구형 10원은 1967년~2006년까지 있다.

(없는 연도: 1968, 1973, 1974, 1976, 1977, 1981, 1984)

구형 10원: 1967년~2006년
구형 10원: 1967년~1972년, 2006년 앞뒷면



신형 10원은 2006년~2021년까지 있었다. (없는 연도: 2020)

신형 10원: 2006년~2021년



휴~ 드디어 연도별 줄 세우기가 끝났다.ㅎ 허리를 꼿꼿이 펴고 완성된 결과물을 바라본 순간,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ㅎㅎㅎㅎㅎ 5시간을 불태운 결과물치고는 너무나 소박하고 초라했기 때문이다. 대박을 터뜨릴 희귀 연도는 없었고 애써 채우려 했던 빈 연도들도 여전히 휑하게 비어 있었다. 심마니의 심정으로 심봤다를 외치고 싶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신기한 건 우리 집에서 정리한 동전 중에 10원을 제외한 동전들은 2016년까지가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동전 발행이 2017년부터는 없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2016년 동전 500원, 100원, 50원 앞뒷면


빈칸은 다 채우지 못했어도 우리 가족의 주머니에서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손에서 치열한 삶의 순간들을 버텨내며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온 귀한 존재들임은 틀림없다.


요즘은 카드가 지배하는 동전 없는 슬롯다. 동전의 발행량이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니 어쩌면 이렇게 줄 서 있는 이 동전들이 먼 훗날에는 엽전처럼 눈 씻고도 못 찾을 귀한 보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리며 춤을 추다가 언젠가 나를 만나러 오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어쩌면 지금 내 손에 쥐어진 동전들이 오래전 온라인카지노 독자님들의 손을 거쳐 내게로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모를 낭만에 가슴이 뛴다.

차 안에 있는 동전지갑을 열어본다. "보자 보자 너는 몇 년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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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미처 모르는 희귀 연도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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