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변호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byKarel Jo


아내가 어렵게 꺼낸 고마운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결국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에 대해 조금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것은 내가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사람임에 조금 더 매여 있었고, 나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조금은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를 다시 돌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벼운 마음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무겁게 받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나 자신을 멈춰 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였고, 그 도움을 받을 장소에 대해 상담을 받고 기왕 하는 김에, 정확한 치료를 통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집 주변에 있는 상담센터를 찾았다. 몇 군데의 검색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후기는 괜찮은지, 내 상황을 정확하게 봐줄 수 있을 만한 그런 곳인지를 고민하며 마침내 한 곳을 낙점하고, 이제 그곳을 방문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담을 받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바로 그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는 못했다. 그 장소에 방문하기까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을 인정하였고, 나 혼자서 해결하기엔 너무나 이미 커져버린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있었지만, 여전히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그 사실을 다른 사람 앞에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내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에 대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에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부터 정리할 수 없었다. 단순히 힘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나란 사람은 힘이 들 때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진다, 이 시기가 지나면 또 언젠가 웃게 된다고 나 자신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기능하는 것에 주력해 왔으니, 그런 하루하루를 보낸 사람에게 어디가 어떻게, 언제부터 괜찮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과연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까에 대해 나는 꽤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처음 상담실의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간 그 첫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조용한 공간에 이미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어딘가에 앉아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곳에서, 접수해 주시는 분의 안내를 받아 10여 분 정도밖에 있다가 상담실로 들어가서 처음 상담 선생님을 만났던 그 순간, 선생님은 사실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으셨다.


"지금 형근 님이 힘든 상황을 전부 이야기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요새 무슨 느낌이신지 추상적으로 말씀해 주셔도 좋아요. 저는 듣는 사람이니, 그저 마음 편하게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해요."


담담한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굉장히 두서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에 대한 이야기, 팀장으로서 갖고 있는 부담감과, 팀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선에 대한 이야기. 나 스스로도 잘하고 있지 못하는 죄바카라감을 여과 없이 타인에게 비수로 드러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자기 환멸, 하나씩 꺼내다 보니, 무엇 하나 간단하고 가볍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모두 같은 마음속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잘하고 싶은데 잘할 수 없는 자신,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은 자신, 그리고 그를 이겨낼 수 없는 나약한 자신에 대한 질바카라과 분노. 나는, 끊임없이 나를 싫어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 성장에 대한 욕구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 욕구가 나를 성장시켜 왔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를 바카라임감과, 성실함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내가 해온 일들은 당연한 것이고, 다음엔 더 낫게, 더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 덕분에 실제로 기대 이상으로 어려운 일을 잘 해낸 적도, 그로 인해 인정받고 낯선 환경에서도 언제나 빠르게 적응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상담실의 그 두서없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결국 나를 붙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어느 순간,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에 대해 당황하면서도, 멈출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나에게 티슈를 건네면서 그러나, 선생님은 부드럽게 한 마디로 나를 달래셨다.


"충분히 열심히 살아오셨고, 잘하셨어요. 그동안 너무 많이 참아오신 거예요."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무너져 있었다.


내가 어떤 말을 정확하게 했는 지도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고, 아마도 두서없이 말했으니 선생님조차도 기록하시는 데 꽤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족과 나의 아내에게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제대로 말하지 못한 내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그 사실은 나에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나는 괜찮지 않은 나를 별일 아닌 것처럼 덮어 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이야기한 이해와 여유, 그리고 배려에 대해 정작 나 자신에게 주지 못한 혹독한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버렸다.


아마도 나는,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팀장으로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내가 힘든 것에 대한 건 반드시 어떤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설명하며, 가능하다면 스스로 해결바카라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팀장으로서의 모습이고, 내가 되고 싶었던 팀장의 한 단면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담실에서의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한 나를 마주했어야만 했다. 내 상태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도 못했고, 말에는 두서가 없었으며 굉장히 감정적인 언어들을 털어놓을 때도 있었다. 나의 힘듦에 대한 원인보다는 단순히 힘들다는 감정을 토해내는 일도 많았고, 결국에는 혼자 묻어두고 감당해 온 것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러 버린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제야 그런 말을 하냐고 바카라망하지 않으시고,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으시며 그저 그동안 충분히 잘해 왔다고, 너무 많이 참았다고 말해 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은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어색했다.


그 어색함은, 내가 나에 대한 변호를 그만두고, 나 스스로가 괜찮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지금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그를 좋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직 알지 못해도 괜찮았고, 당장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몰라도 괜찮았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변화였다. 더 이상 나 자신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 이후로도, 상담과 약 치료는 내게 도움이 되었다. 혼자서는 정리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내가 어떤 생각과 태도로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는지도 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상담실에서 눈물을 흘린 한 번의 경험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방식으로 살아온 만큼,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적어도 한 가지는 달라졌다. 힘들다는 사실을 무조건 감추거나, 더 버티면 해결될 일이라고 넘기기 전에,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팀장으로서 나는 팀원들에게 각자의 한계를 인정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은 함께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해 주지 못했다.


그날 상담실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그것은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팀장도 무너질 수 있었다. 그리고 무너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내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만큼이나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조금씩 시간을 내야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 전에, 나 역시 돌봄과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이었으니까.

월, 목 연재
이전 20화결국 나도 도움을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