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쳤다

생각을 멈추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byKarel Jo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하면,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이나 가족들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바카라을 읽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선천적으로, 나는 실행보다는 생각을 먼저 충분히 하는 성격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상상과 생각은 조금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러 상황을 그려 보는 것이 상상이라면, 그 상황을 가정한 전제가 과연 타당한지 다시 따져 보는 것이 생각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실행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먼저 판을 짜고, 현실이 그 판에 맞게 흘러가도록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팀장이 된 이후로 내가 자주 괜찮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로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또 다른 말이 하나 있었다.


"피곤하다."


물론, 일이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매일매일 야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이 몰리는 월초의 시기가 잠시 지나면 그래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혼자 일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충분히 능력이 있는 팀원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업무가 척척 흘러가는 날도 많았고, 그런 날에는 분명 기분 좋게 모두가 함께 해낸 성과를 즐거워하며 사무실 문을 다 같이 나가면서 "오늘 팀 문 닫아!"하고 경쾌하게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날조차 스스로에게 딱히 보람찬 날이라거나, 힘들지 않다는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금은 이상한 일이었다. 해야 할 일도 잘 정리되어 있고, 내가 짜 놓은 판에 특별히 균열이 가거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팀원들과 내가 각자의 업무를 잘 진행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일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쩐지 뭔가 마음속에서는 충분히 해내지 않았다는 설명할 수 없는 부담감으로 몸과 마음이 무거운 상태로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별히, 내가 지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많이 하던 시절에는 분명히 퇴근하고 나면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그건 몹시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힘듦이 가해지면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고, 에너지를 소진한 시점에서는 당연히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이 끝나면 썼던 하루 이틀 정도의 연차면 그 에너지를 회복하기에 충분했고,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피곤하다는 말을 그렇게 오래 가져가지는 않았다. 피곤하면, 나는 쉬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팀장이 되고 난 후의 느끼는 피로감은 조금은 달랐다.


특별히 일을 힘들게 하거나, 지속된 야근으로 에너지가 소진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무실에 출근해서,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다. 일을 했고, 회의에 참석해서 방향을 결정했으며, 그 필요한 결정을 팀원들에게 안내해 주었다. 팀원들과 점심시간이 되면 사적인 이야기로 잠시 숨을 돌리기도 했으며, 그렇게 별다를 것 없는 하루는 내가 짜 놓은 판의 흐름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퇴근길에는 뭔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아직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나,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무언가가가 남아 있나 하고.


처음에는 아직 일이 충분히 다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내가 구조화시키지 못한 무언가가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팀장이기 때문에 바카라임감을 가지고 생각할 만한 일이고, 아마도 출퇴근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잠을 자면, 주말에 충분히 쉬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그러나 점점 잠이 들기 쉽지 않았고, 수면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생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이제 막 퇴근했을 뿐인데, 겉으로는 내일 보자며 즐겁게 인사해 놓고 또다시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노트북을 켜 놓은 상태로 깜박이는 커서 앞에 나를 다시 데려다 놓았다. 오늘 채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 그동안 조금 미뤄두고 있던 프로젝트, 다른 부서와 논의해야 할 의제들, 그리고 곧 다가올 사업계획을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등. 사실, 전혀 급한 일들은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이고 검토가 끝난 일들도 있었고, 대부분 기한이 충분히 있었으니 차례대로, 순리대로 처리하면 될 일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생각을 놓지 않았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지, 내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머릿속에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상의 판이 계속해서 뒤바뀌며 수천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스스로 대비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에 그것이 팀장으로서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될 때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 두면 예상과 다른 상황이 나왔을 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 팀장이라면 실무자일 때보다 보는 시야가 넓어져야 하고, 언제나 팀을 위해 한 발 앞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그렇게 일을 혼자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점점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있지 못하게 되었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고 맡겼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머릿속에서는 업무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나에게 좋은 무기가 되어줄 때가 있었다. 미리 준비하고 생각해 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침착하게 팀원들에게 "별일 아니네.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내가 세워 둔 방어바카라을 꺼내 쓸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팀원들은 언제 이런 걸 준비하고 생각하셨냐고 하며 각자의 업무에 훨씬 더 빠르게 집중할 수 있었고, 또 그런 상황을 즐거워하고 고마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생각이 많은 것이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아무리 생각이 많다고 한 들, 내가 모든 상황을 전부 대비할 수는 없다는 데 있었다.


아무리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도 현실은 언제나 내가 예상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았다.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도 했다. 내가 충분히 고민했다고 생각한 일도 막상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 생각했다. 무엇을 놓쳤는지,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했어야 했는지, 다음에는 어떤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나의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또 다른 상황이 떠올랐다. 생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을 끝내기 위해 또 다른 생각을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점점 편안해지지 못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함께 고민해도 됐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지금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다음을 생각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지, 내가 미리 이야기해 두어야 할 것은 없는지,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나중에 어려움이 생기지는 않을지. 팀원들에게는 각자의 판단을 믿고 맡긴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그들이 맡은 일의 다음 장면까지 계속해서 그려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일을 혼자 하지 않으면서도,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몸은 퇴근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잠을 조금 더 자면 나아질 것이고, 주말에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도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쉬고 나서도 이전처럼 개운하지 않은 날이 조금씩 늘어났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생각하며 미리 답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다 보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고, 아침이 되면 충분히 쉰 것 같지 않은 몸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그때도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지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인지, 팀장이라는 역할이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원래 생각이 많은 성격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저 조금 더 쉬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생각이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을 통해 일을 준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왔다. 그것은 내가 일을 해내는 방식이었고, 지금까지 나를 성장시켜 준 능력이기도 했다.


다만 팀장이 된 뒤에는 그 생각이 끝나야 할 순간에도 끝나지 않았다.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일까지 미리 고민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까지 바카라임져야 할 것처럼 대비했다. 업무를 맡기는 방법은 조금씩 배웠지만, 맡긴 일을 온전히 내려놓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팀장이 된다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이 생각하는 것과 모든 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기에는 그때의 나는 아직 너무 서툴렀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출근하는 것 자체가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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