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하루를 시작하는 일조차 버거웠다
예전에 살던 안산 집이나, 지금 살고 있는 용인 집이나, 온라인 게임이 서울인 나에게 출퇴근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하루의 시작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하고, 그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어떤 회의가 있는 일정인지, 오늘까지 꼭 처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결정을 어제 미처 끝내지 않았는지, 출근 시간에 나는 언제나 하루를 미리 그려 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팀장이 되기 전에도, 팀장이 되고 난 후에는 더더욱이나.
그건 퇴근 시간이 되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퇴근하면서도 나는 그날 마무리짓지 않은 일은 무엇이었는지, 내일 와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면서 퇴근했다. 학교를 다닐 때에 그렇게 성실하게 하지 않았던 예습과 복습을, 매일매일 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하루를 온라인 게임 생활과 함께하고 있었다. 어쩌면 잠들기 전까지도 나는 언제나 업무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날의 하루도, 아마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보통의 날 중 하나였을 것이다.
회사에 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정해진 알람보다 5분 정도 일찍 눈이 떠지며, 다음날로 알람을 다시 설정해 두고 잠시 동안 누워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아내와 딸들이 아직 자고 있는 다른 방의 문을 조용히 닫으며 현관 옆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와 양치를 마치고 출근을 위해 옷을 차려입고 가방을 메고 문을 열고 나섰다. 아니, 정확히는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문득, 문 손잡이를 잡을 수 없었다. 잡아야만 하는데, 마치 잡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잡기엔 너무 무섭다는 것처럼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굉장히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버스를 놓칠지도 모른다. 버스를 놓치면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지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매일의 루틴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움직였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딱딱하게 굳은 나무토막처럼, 나는 한동안 그렇게 문 앞에 서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다시 심호흡을 하며 한 발을 내딛고, 손에 힘을 주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조용히 현관문을 닫는 그 발걸음은 이상하게도 몹시 무겁기만 했다. 결국, 나는 그날 회사에 조금 늦고 말았다. 팀원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그 광경을 애써 무시한 채, 오늘따라 버스가 조금 막혀서 그랬다고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들의 소리 없는 소란을 잠재우며, 나는 자리에 앉았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알지 못했다. 피곤한 걸까? 나 자신이 지쳐 있는 걸까? 이게 남들이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라고 봐야 할까? 알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알기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지나면 별 일 아니게 될, 괜찮아질 일로 생각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예전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일이 많을 때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쉽지 않지만 결국은 해 냈다. 처음에는 막막해도 시간이 지나면 방법을 찾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해결해 왔다.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은 뒤로 나는 많은 일을 그렇게 넘겨 왔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조금 더 고민했고, 마음에 걸리는 일은 다른 가능성을 검토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이 있다면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다. 조금 돌아왔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었다.
실제로 팀원들은 그날의 나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그저 팀장님이 멀리 사시니까, 조금 회사에 늦게 왔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은 결정하는 모습을, 평상시에 다르지 않은 나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유지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은 나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회사에 대한 생각을 하면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는 문 하나를 열고 나서는 일조차 어려웠는데, 막상 회사에 도착하고 나니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고,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침의 그 순간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찾으려 하는 나에게, 그건 굉장히 답답한 일이었다. 내가 준비를 덜 한 것도 없고,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출근해야 한다는 그 단순한 사실 하나가 그저 버겁게 다가왔던 사실이, 너무나 이상했고 조금은 신경을 거슬리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며칠만 지나면 다시 평소처럼 출근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느끼는 이 낯선 감정도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편했다. 내가 지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잠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쉬웠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일단 조금 더 지켜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 앞에 서 있던 그 순간만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매일 반복하던 출근길의 시작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곧바로 해내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이상한 아침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피곤했던 것일 수도 있고, 잠시 마음이 약해졌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에는 다시 평소처럼 출근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는 아직 몰랐다.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나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