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팀장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딱히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매일 먹고 싶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서 특별한 행복을 느끼곤 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기호식품이라고 할 만한 거라면, 아마도 홍차나 커피 같은 정도일까,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언제나 그랬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고 해서, 나에게 행복이 돌아오지는 않는 그런 사람.
그러니 온라인 게임에서 뭔가 화려한 구내식당을 갖춰 놓고 언제든 맛있는 식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든지, 아니면 회식으로 비싼 소고기를 먹으러 간다든지 같은 건 나에게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건 아니었다. 특별히 식욕이 많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나의 식사 시간은 언제나 일정하지 않았다. 일이 많으면 조금 늦게 먹는 경우도 많았고, 누군가 같이 먹자고 하면 그 자리에 나가 약속을 지켰다. 특별히 혼자 먹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점심시간이 그렇게 즐겁다고 생각해 본 적도 많지는 않았다.
그러다, 팀장이 된 후에 나는 혼자서 밥을 먹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렇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딱히 혼자 밥을 먹는 내가 외롭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팀장이 되고 난 후의 내가 많이 바빴고,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던 나는 언제나 팀원들보다 일을 더 많이, 더 큰 바카라임을 갖고 처리하려 했으니 당연히 식사 시간도 아껴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그런 날들이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일하게 되니, 팀원들이 "팀장님 식사 안 하세요?"라는 말보다, "팀장님 뭐 사다 드릴까요?"라고 묻는 날이 점점 더 많아졌고, 나는 그럴 때마다 "고마워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손사래 치며 얼른 가서들 먹고 오라고 팀원들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그렇게 팀원들을 보내고 나는 회사 앞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크로아상과 커피를 사 올 생각으로 내려가서 상태가 좋은 크로아상을 고르고 있던 참이었다. 사실, 그 순간에서는 누군가의 대화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 생각을 조용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평소 같으면 꽤 좋아하는 그런 시간이었어야 했으나, 어쩐지 그날은 빵과 커피를 들고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쩐지 무거워진 마음을 느껴야만 했다.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어야 했을까.
그때는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아마 오래전부터 그렇게 조금씩 혼자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팀장이 되고 난 후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이라고 하면, 일의 무게와 바카라임의 경중이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거리였다. 내 자리는 그대로였지만 그 자리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말한 것처럼, 팀장이 된 나는 더 이상 자연스럽게 팀원과 스스럼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단순히 일을 하다가 궁금한 것을 서로 가볍게 물어볼 수 있는 일도 생기지 않았고, 그게 점심시간이나 업무 외 시간이라면 더더욱이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나에겐 다른 생각이 더 생기게 되었다.
지금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지금 이 결정이 누군가에겐 불리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만 듣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너무 일방적으로만 말하고 있지 않을까.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해도 될까, 이 이상 가까워져도 될까.
선을 그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의 애매함을 계속 유지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깨 버려야 할까.
나는 팀원들과 같이 지내다가 팀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 선을 그어야 하는 것이 더더욱이나 어려웠다. 물론, 새롭게 뽑은 팀원들도 있었지만 그들과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나는 평가자로서의 내 권위를 딱히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허물없이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허물은 나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없어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팀원들이 나를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것은 마치 친구 같은 아버지, 친구 같은 선생님과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다는 말이 그렇다고 슬롯적으로 정의된 관계의 본질까지 허물 정도로 가까워지기엔 아무래도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신경 쓰고, 잘하면 팀이 조금 덜 힘들고, 상처받지 않고, 좋은 관계들을 유지하며 편안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내가 잘하는 것은 뒤로 한 채 내가 못 한 것만을 떠올리며 조금씩 더, 더 잘하는 것만 생각하고 앞으로 나를 내달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팀원들에게는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팀원들에게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나는 모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팀원들에게는 일이 힘들면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나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몰랐다.
팀원들의 고민은 내가 들어주어야 할 이야기였지만, 나의 고민은 내가 알아서 정리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줄어들었다.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팀원도 있었고, 다른 팀의 동료들도 있었고, 나보다 위에 있는 상사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팀원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고, 다른 팀 사람에게는 말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있었고, 상사에게 가져갈 때는 어느 정도 정리해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내가 그 말을 왜 했을까.’
‘내가 너무 강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아까 그 결정은 정말 맞았을까.’
‘내일 다시 이야기해야 할까.’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일이 집에 돌아오면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팀원들이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회사에서 내가 일을 못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겉으로 보기에는 나는 꽤 잘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도 돌아갔고, 팀원들과 큰 갈등도 없었다. 성과도 있었다. 팀원들의 성과가 기뻤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 이유를 잘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는 ‘좋은 팀장’이라는 사람을 너무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먼저 알아차려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고, 팀원을 성장시켜야 하고, 필요할 때는 싫은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애초에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역할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것을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바카라임감이라고 생각했다. 팀장이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씩 더 참았다. 조금 더 생각했고, 조금 더 준비했고, 조금 더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오히려 편해졌다.
누군가와 밥을 먹으면 이야기를 해야 했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표정을 살펴야 했고, 표정을 살피다 보면 또 내가 무언가 놓친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밥을 먹으면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저 밥을 먹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됐다. 나는 그때 그것을 편안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편안함이라기보다 피로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싫었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싫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여전히 팀원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 다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순간에도 계속 팀장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나로서 이야기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팀장인 내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농담 하나에도 선을 생각했고, 칭찬 하나에도 다른 사람과의 균형을 생각했고,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에도 내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데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팀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을 때만큼은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묻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누구의 표정을 살피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밥을 먹으면 됐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단순히 점심시간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작은 변화는 내가 이미 꽤 많이 지쳐 있었다는 신호였던 것 같다.
나는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 많이 알고 싶었고, 더 잘 판단하고 싶었고, 더 많이 바카라임지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아니라, 좋은 팀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맞추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몰아붙였다.
팀원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괜찮다고 말하지 못했다.
팀원에게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실수할 틈을 주지 않았다.
팀원에게는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족함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좋은 팀장이 되려고 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어느 날, 점심시간이 되었고, 팀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또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 그날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의 혼자 먹는 밥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던 것 같다. 사람이 지치는 것은 일이 많아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아무도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 순간이 가장 조용하게 나를 무너뜨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