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by봄비

봄인 듯 겨울인 듯, 봄인 듯 여름인 듯

5월을 계절로 분류하면 당연히 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5월의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5월 초에는 갑자기 추워졌다가 따뜻해지고, 봄날의 햇살같이 따스하다가 갑자기 여름해처럼 뜨겁기도 했다. 상추류를 심었다가 추워서 다 죽을까봐 노심초사했다. 상추류는 그나마 추위에 견디는데 오이와 가지 등이 밤추위에 죽을동말동 했다. 다행히 애플수박 한 개만 메롱하고 다른 건 괜찮은 편이다. 땅콩은 지난주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더라면 말라죽었을 것이다. 봄비가 어찌나 반갑던지 소리지를 뻔했다. 5월 초엔 바람이 많이 불어 비닐이 다 날아가는 줄 알았다. 아슬아슬한 봄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봄나물을 많이 뜯지 못했다. 초에만 반짝 취나물과 거렁대(어느 유튜브를 보니 이것이 묏미나리라고 했다), 어수리, 고사리 등을 뜯고 꺾었다. 고사리는 꺾는다고 표현하고 다른 나물들은 뜯는다고 표현한다. 뭐 하느라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들쭉날쭉대는 날씨따라 정신없이 5월을 보냈다.

지난 주에는 마지막으로 취나물과 어수리를 뜯었는데 괜히 이름모를 나무(옻나무과라고 했는데)의 새순을 뜯어서 먹을 수 있는 건지 테스트하려고 데쳤는데 너무 써서 먹지 못했다. 그런데 데친 그 물에 다른 나물들을 데쳤더니 다른 나물들까지 써져서 먹질 못했다. 웬만하면 먹겠는데 오가피순보다 더 썼다. 싸리순도 뜯었는데 아깝게 다 버렸다.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히 뽕잎은 오디가 커지기 전에 한 번 뜯어서 나물로도 먹고, 된장국으로 끓여 먹었다. 봄에 한 번은 먹어야 봄을 지난 것 같은 기분은 기분뿐일까?


집앞 매실나무의 매실은 올해도 주렁주렁 열려 매실이 텃밭에 떨어진다.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 약을 치지 않아서일 테지만 텃밭의 상추류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다. 옆집 고양이가 자꾸 우리집 텃밭에 들어가 드러눕기도 하고 실례하기도 해서 갑자기 상추가 죽기도 한다. 고양이 오줌이 강한지 예전에도 상추류들이 죽어나갔다. 한창 상추가 잘 자랄 때여서 매일매일 샐러드를 먹는데 이러다가 갑자기 더워지면 확 꽃 피어서 얼마 못 먹고 여름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봄이 가고 있다. 밭의 곡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만 가을에 열매를 내는 것들이 있고, 태양을 못 이기고 금방 져버리는 것들이 있다. 봄이 봄다웠으면 좋겠다. 매년 일정한 날씨를 요구할 수 없는 시대이다.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들 때문이다. 얼마큼 편리해져야 만족할는지... 봄이 봄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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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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