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씨앗을 심는다

by김규남

농장에는 내가 심지 않은 것들이 자란다.


밭 가장자리에서 처음 보는 풀이 올라오기도 하고, 분명 심은 적 없는 꽃이 몇 해 뒤 엉뚱한 곳에서 피기도 한다. 처음에는 누가 심었나 싶어 주변부터 살폈다. 그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씨앗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진다.


가을이면 그 답을 조금 볼 수 있다.


다 여문 씨앗은 생각보다 오래 매달려 있지 않는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마른 씨방이 흔들리고, 잘 익은 가벼운 씨앗들이 떨어져 나간다.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몇 걸음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는 것도 있다. 새들도 씨앗을 좋아한다. 작은 새들은 씨앗을 먹고, 큰 새들은 열매를 먹고 간다. 어떤 풀은 사람과 짐승에 달라붙어 이동하며 후대를 예비한다

.

어디로 갔는지는 그때 알 수 없다.


이듬해 봄이 되어 엉뚱한 자리에서 싹 하나가 올라오고서야 짐작할 뿐이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내가 심은 것과 심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일이 중요했다. 심은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풀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모르면 뽑거나 베는 쪽이 빨랐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면서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심은 적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오면 일단 가까이 가서 본다. 지난해 그 근처에 무엇이 있었는지 떠올려보기도 한다. 씨앗이 달렸던 풀이 있었는지, 바람이 어느 쪽에서 많이 불었는지 생각해 본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


어느 가을날, 씨앗을 매단 마른 줄기 하나가 바람에 크게 흔들렸다. 잠시 뒤 다시 보니 끝에 붙어 있던 것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나는 날아간 씨앗을 따라가지 않았다.


갈 곳은 바람이 정했다.


봄이 오면 어디에 내려앉았는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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