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寒露)

몸이 먼저 알아챈 가을

by김규남

1. 열일곱 번째 절기, 한로(寒露)


어느새 찬 기운에

황국(黃菊) 물색 짙어지고


타작마당 콧노래가

알곡 알알이 박히니


저무는

풍성한 뜨락

겨울새를 부르네




2. 손등에 남은 것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는지
지난밤 흔적
풀숲마다 맺혀 있다


세월 가면 잊히리
울지 말자 했는데


못내 터져버린
소리 없는 눈물이었을까


손등에 닿았나 싶은
그 잠깐 사이
해는 차오르고


물방울 하나
제 몸을 놓는다


떠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왠지 가슴속에는
허전한 것 하나
한동안
선선히 남아 있다




3. 아침이 먼저 달라졌다


아침에 문을 열었다가 다시 들어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대로 나갔는데 오늘은 겉옷 하나를 더 걸쳤다. 낮에는 아직 볕이 따뜻하다.


농장으로 나서면 풀잎마다 이슬이 맺혀 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바짓단이 젖고 신발에도 물기가 묻는다. 여름에도 이슬은 있었지만 요즘 것은 스치는 느낌부터 다르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이슬이나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이맘때 농장에는 끝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여름처럼 풀이 기세 좋게 달려들지는 않지만 한 번 더 손봐야 할 곳이 있다.


엄나무 가까이는 예초기 날을 함부로 들이대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나무 곁에는 미처 베지 못한 것들이 남는다. 덩굴식물인 산마, 박주가리가 어느새 엄나무를 타고 올라가 있어 낫을 잘 벼려 하나씩 걷어낸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풀잎을 스칠 때마다 바짓단이 젖었다. 낫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물기가 없다. 고개를 들자 볕이 제법 올라와 있다.


아침에 걸쳤던 겉옷도 거추장스럽다. 벗어 걸어두고 다시 일을 한다.


해가 기울 무렵 일을 접는다. 벗어두었던 겉옷을 다시 집어 든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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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풀잎에 앉은 이슬방울 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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