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쉬는 날이 지나고 다시 가게 문을 여는 날이었다.
누나는 주말이면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일산으로 간다.
내 조카들, 누나의 아들과 딸이 있는 집이다.
가게에서 열 시간쯤 일하고 나면 몸이 무거울 텐데,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두 시간 정도를 달려야 하는 길이다.
그렇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오간 지 벌써 육 개월째다.
나는 아직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라면 쉬고 싶지 않을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다음에 가겠다고 말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누나에게는 아이들을 보러 가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힘들어도 가고 싶은 곳.
가서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모성애라는 말로 부르면 될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누나는 다시 돌아온다.
아이들 곁에서 하루쯤 더 쉬고 싶을 것 같은데, 가게 문을 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와 있다.
잠도 많은 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다시 그 긴 길을 달려온다.
이쪽에는 엄마와 내가 있다.
누나의 또 다른 가족이다.
누나가 오가는 길을 생각하다가 문득 해와 달이 떠올랐다.
자라나는 아들과 딸이 있는 집은 아침 같을까.
나이 들어가는 엄마와 동생이 있는 이곳은 밤 같을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그건 누나의 마음을 모르는 내가 붙여본 이름일 뿐이다.
누나에게는 그저 양쪽 모두 가족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에 있어도 다른 쪽이 생각나는 것일까.
두 집을 오가는 동안 누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늘 돌아온 누나와 함께 일을 시작했지, 돌아오는 길이 어땠는지는 자주 묻지 못했다.
쉬고 난 뒤의 가게에는 할 일이 많다.
하루 동안 돌보지 못한 구석구석을 확인하고 청소한다. 식자재를 보충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는다.
누나도 돌아오자마자 그 하루 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엄마와 누나 곁에 있으면 아직 마음이 어리다.
투정도 부리고 어리광도 부린다.
밖에서는 사장이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두 사람 앞에서는 자꾸 아들과 동생이 된다.
몸이 편치 않은 엄마와 나보다 두 살 많은 누나는 그런 나를 어르고 달래며 함께 일한다.
가끔은 이런 기분이 든다.
나는 아직 엄마 등에 업혀,
누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몸집이 커졌는데도.
이만큼 나이를 먹었는데도.
내가 두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돌아보면 또 두 사람에게 기대고 있다.
엄마와 누나는 늘 나보다 큰 존재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내 곁에 남아 있는 가족.
가끔은 아버지가 내게 남겨준 선물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언제쯤 나도 두 사람이 편히 기대는 큰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당장 그만큼 커질 수는 없어도, 누나가 긴 길을 달려온 날에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엄마도 내 곁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을 투정보다 먼저 꺼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함께 가게 일을 하고 손님을 맞았다.
익숙한 하루였지만, 누나가 돌아오는 길을 생각하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나에게는 쉬고 나서 다시 일하는 날.
누나에게는 한 가족을 만나고 다른 가족에게 돌아온 날.
오늘은 덕산 하늘에 붉은 달이 떴다.
멋지고 아름다웠다.
아침과 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나누어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누나는 그 사이를 육 개월째 오가고 있었다.
오늘은 그 길이,
두 시간이라는 말보다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