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썼다

내 이야기

by박성욱

비가 내린다.

처음에는 조금씩 내리더니, 시간이 지나자 하늘이 울음을 터뜨리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빗속을 지나 손님들이 들어왔다.

빈자리를 하나둘 채워주었다.

음식을 내고, 빈 그릇을 치우고, 다시 손님을 맞았다.

무언가를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가 흘렀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쓴 느낌이다.

잠깐 고개를 들면 엄마와 누나가 보인다.

엄마는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한다. 나보다 두 살 많은 누나는 주방에서 망치로 돈가스를 두드리다가,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반찬을 내어준다.

나도 내 자리에서 움직인다.

우리 셋이 함께 꾸려가는 가게다.

몸이 지칠 때도 있다.

바쁜 날에는 눈앞의 일만 보느라, 같은 공간에 있는 엄마와 누나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볼 때도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이곳에 왔지.

같이 밥을 먹고, 여행도 가고,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함께 장사하는 오늘도 그 시간 안에 있다는 것을 가끔 늦게 알아차린다.

일이 끝나면 유쾌한 누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꺼낸다.

“오늘 문별이가 빵 줬어.”

누군가는 우리 곰탕이 전국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단다. 또 누군가는 우리 가게를 이 동네 최고의 식당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단다.

나는 같은 가게에 있었는데도 다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누나가 하나씩 꺼내놓으면 엄마가 말을 보태고, 나도 그제야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

손님이 건넨 말.

맛있게 드셨다는 인사.

궁금해서 물어보신 것들.

우리가 조금 더 잘해야 할 것들.

음식과 빈 그릇이 오가던 자리에는 그런 이야기도 남아 있었다.

하루의 일을 마친 뒤, 빈 테이블에 엄마와 누나와 나, 세 사람이 앉는다.

아직 숨이 조금 가쁘다.

몸도 무겁다.

그런데 웃음이 난다.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오늘이 있다.

빵을 건네준 사람.

곰탕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은 사람.

우리 가게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마주 앉은 우리 세 사람.

분주하게 지나간 하루가 그제야 조금 천천히 보인다.

비가 많이 왔는데도 찾아와 주었구나.

이런 말을 해주셨구나.

엄마도 누나도 오늘 이런 일이 있었구나.

듣고 나니 고마운 것이 더 많아진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함께 쉬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도 가고 싶다.

가게 밖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싶다.

그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의 이야기는 쌓이고 있다.

같이 일하고, 밥을 먹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는 지금도 나중에는 그리워할 시간이 될 것 같다.

오늘 하루를 다 썼다.

빈 테이블에 앉은 우리에게 나눌 이야기가 남았다.

빗속을 지나 찾아와 준 사람들이 남겨준 이야기다.

내일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올진 모른다.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일 일이 끝나면,

또 셋이 앉아 오늘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이 풍요로울 수 있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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