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 시리즈 3 - 여섯 번째 이야기
“악”
불 꺼진 방에서 대순이와 같이
잠을 자던 멍곰이는 놀라서 깼어요.
다행히 대순이는 곤히 잘 잡니다.
"벌써 이 꿈이 몇 번째야?
그 일이 있었던 후지?”
멍곰이는 살짝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멍곰이는 자전거에 발을 부딪쳤어요.
걸어가고 있는데 뭔가가 다리에 부딪힙니다.
그 자전거에 타고 있던 아저씨는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았어요.
멍곰이를 보면서 말했죠.
"내가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있었으니
아프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며 가버렸어요.
‘괜찮냐고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살짝 부딪혔어도 다리가 아플 수 있는데
왜 부딪히지도 않은 아저씨가 괜찮을 거야
라고 말을 하며 가버리는 거야?
너무 당황스럽고 속상해.'
멍곰이는 다리가 아팠지만
시간이 지난 후 다행히 괜찮아졌습니다.
멍곰이는 가족들에게 그날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어요.
말을 들은 엄마가 대답했어요.
“그럴 때는 괜찮니?라고
물어보는 게 우선인데,
후속 조치가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연락처도 주어야 한단다.
우리 멍곰이 당황하고 속상했겠구나.
다행히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때 기억이 좋지 않았나 봐.
계속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말이야.
나는 만약 그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사과할 일이 생긴다면
정말 정성을 다해서 사과를 할 거야.
그리고 괜찮은지 먼저 물어볼 거야.”
다시 잠이 들고 아침이 되었어요.
멍곰이는 아침부터 부산합니다.
"엄마 민수 만나고 올게.”
오늘은 민수랑 아침부터 만나서
놀기로 했어요.
비록 날씨는 덥지만
멍곰이는 민수와 노는 시간을 좋아해요.
아파트 1층에서 기다립니다.
"왜 빨리 오지 않는 거야?”
왠지 인상을 쓰고 있지만
즐거워 보여요.
5분쯤 지나자 엘리베이터로
민수가 내립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초록색 모자를 쓰고 내려요.
"민수야 왜 이리 늦었어?”
"아~~ 이거 챙기느라.
멍곰이에게 초콜릿을 건네요.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가서 사 왔거든.”
"너는 좋겠다. 아빠가 해외 출장 가면
네 것도 사 오고 말이야.
우리 아빠는 대순이, 복순이, 엄마 것만
사 와서 내가 좀 서운해.
그래서 생각했는데,
다음에 아빠가 출장 갈 때는
내가 아빠 몰래 여행 가방에 들어가서
따라갈까 봐.”
멍곰이는 자기 말이 웃기는지
혼자 키득키득거려요.
민수는 엄지척 합니다.
민수와 멍곰이는 외모가 어울리지 않지만
제일 친한 친구예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부끄럼 많은 민수와
외향형인 멍곰이는 함께 있으면,
서로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줘요.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인 것 같아.
딱히 재미있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잖아.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분이
어떤지 잘 알게 되고
민수랑 같이 다니면
무서운 친구들이 나에게 덤벼들지 않아.”
멍곰이는 민수의 앞발을 잡습니다.
아파트 자전거 주차장으로 가요.
"민수야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우리 오늘은 하천을 따라가 보자.
오랜만에 말이야.”
"그래 좋아.”
멍곰이와 민수는 강아지 자전거를 타고
하천을 따라갑니다.
민수는 예전부터 자전거가 있었지만
멍곰이의 자전거는 거의 새 자전거예요.
핑크색 자전거가 번쩍번쩍합니다.
아빠가 좀비 훈련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사주었지만
그 후로 같이 놀아주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빠가 용돈을 모아서
자전거를 사주었지?
나도 아빠에게 사랑받고 있었어.'
아직 여름이라 덥지만
이제 가을이 오려는지 간간이
시원한 바람도 불어와요.
가끔 멍곰이가 말할 때마다
하루살이들이 멍곰이의 입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만
이 또한 여름의 풍경이라며
멍곰이는 행복해합니다.
"민수야. 속도 줄여.
앞에 아저씨가 너무 천천히 간다.
이러다가 속도가 맞지 않아 부딪히겠어.”
민수와 멍곰이는 걸어가는 속도처럼 줄였어요.
하지만 운이 없었나 봐요.
"쿵”
아주 살짝 멍곰이의 자전거 바퀴가
아저씨의 다리에 부딪혔어요.
그 찰나 멍곰이는 생각합니다.
"뭐야 내가 부딪힌 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당황하지 말고
제대로 사과해야겠어.”
멍곰이는 얼른 자전거에서 내려
폴더 인사를 합니다.
"아이코, 아저씨 너무나 죄송해요.
아프시진 않나요? 괜찮으신가요?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아저씨는 당황해합니다.
"난 괜찮단다.”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 더 아프실 수 있으니
제가 한번 볼게요.
한번 걸어 보세요."
아저씨는 걸어봅니다.
"이렇게 발목을 돌려 보시고요.”
아저씨는 돌려봅니다.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
"조금 아프시다고요?
그러면 안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럼 이만.”
"아저씨 안 돼요.
안 아프실 때까지 저희가 같이 갈게요.”
"난 정말 괜춘~”
아저씨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멍곰이가 말해요.
"민수야. 아저씨를 가운데에 가시게 하고
우리가 양 쪽에서 지켜드리자.”
아저씨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갛게 변합니다.
"난 정말 괜찮단다.
부딪혀서 잠시 아픈 건데 뭘.
네가 제대로 사과해 주어서
속상하지도 않아. 그냥 혼자~”
"아니에요. 엄마가요.
아플 때일수록 옆에 누가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어느 길로 산바카라하시는 중이셨나요?
같이 가드릴게요. 안 되겠어.
민수야 우리도 자전거를 여기에 주차하고
아저씨를 지키면서 같이 걷자.”
민수는 멍곰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친구예요.
멍곰이와 민수를 사이에 두고
아저씨는 걸어갑니다.
그 모습이 신선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강아지들에게 보호받는 아저씨의 모습이
왠지 낯선가 봅니다.
어떤 분들은 쳐다보며 웃으면서 지나가요.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시더니
아저씨도 적응이 됐나 봐요.
자연스럽게 웃으며 천천히 뛰어가십니다.
"아픈 건 다 나았구나. 그러니 이제 가봐도 된단다."
“아저씨 정말 나으셨나요?
혹시 모르니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릴게요.”
“아니 괜찮단다. 정말 난 아프지 않아.”
멍곰이와 민수는 함께 허리 숙여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돌아서요.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던 아저씨는
다시 부릅니다.
"잠시만!”
민수와 멍곰이가 돌아보아요.
"편의점에서 라면 먹을 건데 같이 먹을래?
내가 사줄게.”
"저희가 어떻게 얻어먹을 수 있겠어요.
제가 아저씨를 다치게 했는데요.
제가 사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돈이 없어서요.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제가 다음에 사드릴게요.”
"난 괜찮아졌어.
그냥 혼자 먹기 쓸쓸해서 그래.”
멍곰이와 민수는 바로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아저씨와 들어갑니다.
그리고 컵라면을 한 개씩 골라요.
민수는 짜장 맛 라면
멍곰이는 사골국물 맛 라면을 고릅니다.
아저씨는 매운 국물 라면을 골라서
물을 붓고
편의점 벤치에 앉습니다.
"너희 둘이 친구니?”
"네 저희는 친구예요.”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저는 멍곰이 이고요. 제 친구 민수요.
민수는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럼을 많이 타요.
처음 뵙는 분들에게는 얌전해요.
하지만 저희는 너무 잘 맞아요.
민수는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민수랑 놀면 제가 주로 무엇을 할지 정하고,
민수를 데려가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민수도 이제 저와 둘이 있을 때
말을 조금씩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민수도 어디를 가자고 먼저 말을 해요."
민수는 부끄러운지 볼이 빨개져서
아저씨를 보고 웃어 보입니다.
아저씨는 민수의 인상이 무서워 보여서
잠시 움찔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
라고 아저씨는 아마 생각했을 거예요.
"요즘 뭔가 잘못해도
사람들은 사과를 잘하지 않는단다.
회사에서도 거리에서도
심지어는 가족들 간에도
그런데 네가 그렇게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에 많은 걸 배웠단다.
오늘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이나 하려고 밖에 나왔는데
처음에 자전거에 부딪혔을 때는
운이 좋지 않은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가 같이 걸어주니
어쩌면 반대로
운이 좋은 하루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가족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뭔가 서운하게 하거나 아프게 하면
당연히 내 마음을 알아봐 줄 거라고 생각했고,
사과하면 손해를 볼 것 같아서 하지 않았는데
마음을 다해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으라고
이온 음료도 한 개씩 사주었어요.
"아저씨 우리 이것도 인연이고,
내일 다리가 괜찮으실지도 궁금하니
연락처를 교환하는 건 어떨까요?"
"정말 다리가 이제 아프지 않아.
그리고 이 근처에 나도 사니까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면
그때 연락처를 알려주마.”
멍곰이는 돌아오는 길에 민수에게 말했어요.
"민수야. 나 솔직히 아까 처음 당황했는데
사과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무섭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어.
그런데 용기를 내어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러지 않았으면 아저씨와
운동도 하지 못했을 거고
라면도 먹지 못했겠지.
내가 너한테도 그동안 섭섭하게 했는데
사과를 안 한 게 있다면 이해해 줘~~
딴 건 모르지만 민수 너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야.”
멍곰이는 민수의 어깨에 앞발을 올려요.
민수의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멍곰아 너도 나의 제일 친한 친구야.”
"그런데 민수야 뭔가 허전하지 않아?”
"나도 아까부터 뭔가 허전했어.”
둘은 같이 얼굴을 쳐다보며 외칩니다.
"자전거.”
다시 반대로 걸어서
자전거를 세워둔 곳으로 가요.
"민수야. 날도 더운데
우리 오늘 운동 제대로 한다. 맞지?”
"멍곰아 우리 당분간 만나지 말자.
왠지 너 만나면 고생하는 것 같아."
"방금은 제일 친한 친구라며?”
둘은 크게 웃습니다.
가을이 오려는 하늘 아래
민수아 멍곰이는 다른 날 보다 설렙니다.
오늘처럼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적이 없으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