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 이야기 시즌 3 - 첫 번째 이야기
아침해가 방긋 떴어요.
멍곰이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냥 뭔가 오늘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았거든요.
아침으로 고구마를 먹고
엄마한테 말했어요.
"엄마 나 오늘 놀다 와도 돼?"
"멍곰아 놀다 와도 되는데 오는 길에 오리고기 좀 사 올래?
마트에 포장된 오리고기 알지?
저녁으로 먹게."
엄마는 멍곰이에게 돈을 주었어요.
멍곰이는 돈을 빨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랄라라 랄라라라랄."
엉덩이와 꼬리를 흔들며 집 근처 하천으로 걸어갑니다.
집 근처 하천에 있는 황톳길에서
멍곰이는 맨발로 걷기 시작해요.
사람발자국 사이에 귀여운 멍곰이의 강아지 발자국이 찍혀요.
"발이 너무 시원한데? 가려웠던 게 좀 나아졌어."
멍곰이는 한참 황톳길을 걷다가 다시 하천을 걸어갑니다.
졸졸졸졸
며칠 전 비가 와서 그런지
물 내려가는 소리가 풍성해요.
아주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아요.
햇볕이 수직으로 떨어지며 하천의 물을 튕기며 나는
피아노 선율 같습니다.
물이 튕겨지면 음악이 솟아오르고
왠지 자연 오케스트라 같습니다.
그때였어요.
아주 큰 개가 멍곰이 옆을 지나갑니다.
입마개를 하지 않았어요.
멍곰이는 무서워서 잠시 몸을 움찔거립니다.
꼭 길거리에 소변을 쌀 것처럼 몸이 움츠러듭니다.
멍곰이도 아주 큰 개들은 무서워해요
아주 용감한 멍곰이도 움찔거려요.
다시 하천을 지나가는데
평화로운 엄마 오리 한 마리와 아기오리들이
물놀이를 하는 게 보입니다.
'세상에 특별한 행복이 어디 있겠어
저렇게 식구들끼리 날 좋은 날에
산바카라하는 게 행복이지
오리가족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가족들이 최고야!'
실눈을 뜨고 있는 멍곰이는 엄마 아빠와 대순이 복순이가
보고 싶어 집니다.
얼른 산바카라을 하고 오리고기를 사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천 끝 대나무가 있는 곳까지 한 시간이 걸려서 왔어요.
힘들지만
왠지 털들이 고슬고슬해지고 노곤 해 지는 게
건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돌아가야겠다.
어쩌면 다시 돌아갈 길을 힘들게 걸어오는 게
부질없어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런 반복되는 산바카라은
마음 쓰레기를 하천에 버려주고
몸도 건강하게 만들아주지
우울한 마음들이 싹 없어진다고.'
한층 더 무겁지만 가벼운
가볍지만 무거운 발걸음으로
멍곰이는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요.
그때였어요.
하천에 오면서 봤던 오리 가족들이 보입니다.
"반갑다 오리가족들아. 또 보는구나!"
근데 왠지 아까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엄마 오리가 아기 오리들을 하천 구석 풀숲으로
밀어 놓고 있습니다.
"왜 저러지?"
가까이 가서 보니 근처에 아주 큰 새가
아기 오리들을 노리고 있었어요.
눈을 떼지 않고 큰 새 두 마리가 아기 오리들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아기들이 위험할 수도 있겠어."
멍곰이는 너무 당황스러워요.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막대기가 있어요.
큰 막대기를 집어듭니다.
큰 새 한 마리가 오리를 공격하려는 순간
멍곰이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외칩니다.
"저리 가 그러지 마~~~
오리가족 괴롭히지 마~~"
큰 새는 멍곰이의 막대기 휘둘림에 놀라서
꺅꺅 억울한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사라집니다.
"어휴 다행이다."
오리가족들도 조금은 안심했는지
표정이 밝아져요.
"이제 갈까?"
그런데 마음 한편이 왠지 찜찜해요.
조금만 있다 가야겠다
왠지 바로 가기에 찜찜해.
한 3분쯤 지났을까?
멀리 날아갔던 새가
다시 오리를 노리기 위해서
날아옵니다.
멍곰이는 막대기를 하늘을 향해
휘둘렀어요.
큰 새는 하늘을 몇 바퀴 뱅그르르 돌다가
분오의 까악~~~ 을 외치며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는 아주 아주 멀리 날아가버립니다.
"다행이다. 다시 올 거라고
내 몸이 예감한 거구나.
가버렸으면.
오리들이 ~"
오리들은 멍곰이 쪽으로 옵니다.
"눈에 멍든 강아지야 너무 고마워!"
오리 가족들은 멍곰이를 향해 깩깩거립니다.
"아니야. 공격받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왠지 뿌듯한 발걸음으로
멍곰이는 마트로 갔어요.
오리 고기 앞에 계속 서있습니다.
"차마 못 사겠는데?
내가 오리들을 도왔는데
오리고기를 사서 먹으려고 하다니
도저히 안 되겠어.
이게 먹이 사슬이구나."
멍곰이는 차마 오리고기를 살 수 없고
빈손으로 갈 수 없어서
포장된 상추 10팩을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엄마가 깜짝 놀랐어요.
일찍 퇴근한 아빠는 멍곰이가 오리고기를 사 오지 않고
상추만 10팩 사 왔다고 하자
말해요.
"우리가 무슨 달팽이도 아니고
상추만 사 온 거야?
상추를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멍곰이 너. 아빠 배고픈데 어떡할 거야?"
"죄송해요. 아빠."
멍곰이는 속상해서
대순이 방 침대에 누워서 울었어요.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어요.
멍곰이의 손을 바라봐요.
무언가를 세게 잡았는지 물집이 잡혀있고
느낌이 이상합니다.
"멍곰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멍곰이는 엄마한테 있었던 일들을 다 말해주었어요.
"멍아 엄마라도 오리고기를 못 사 왔겠구나.
상추는 나누어 먹으면 된단다.
멍곰이 말대로 먹이사슬은 그런 거란다.
먹고 먹히고 그런 관계.
하지만 그런 관계가 없다면
평화로운 세상이 유지될 수 없단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렴.
엄마가 상추 겉절이 만들려고 하는데 도와줄래?
우리 멍곰이가 우리 집의 먹이사슬 가장 위에 있잖니?
멍곰이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 모두 슬프단다."
멍곰이는 눈물을 닦고 주방으로 와서
엄마가 씻어놓은 상추에 양념을 넣어주자
항상 그랬다는 듯 비닐장갑을 끼고 버무렸어요.
"엄마 이거 너무 맛있는데."
겉절이는 너무 맛있었어요.
채소도 맛있단다.
오늘 우리 멍곰이는 가족들에게
오리고기를 먹이지 못한 게 아니라
맛있는 채소를 맛볼 수 있게 해 준 거란다.
"띠띠띠띠띠"
현관문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대순이 복순이 온 거야?"
"글쎼."
아빠가 언제 나갔는지 들어옵니다.
손에는 방금 구워진 멍곰이가 좋아하는 고구마빵하나와
물집이 생긴 멍곰이 손에 바르는 연고가 들려있었어요.
"짜슥 그러면서 크는 거야."
멍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빵과 연고를 멍곰이에게 줍니다.
그리고 아빠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켭니다.
멍곰이는 먹이사슬의 공포를 잊고
식구들과 즐거운 식사를 했어요.
'오리 가족들도 항상 두려움에 떠는 건 아닐 거잖아.
낮에 처음 봤을 때 너무 행복해 보인 것처럼.
매 순간 좋은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거잖아.'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