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 이야기 시즌 3 - 두 번째 이야기
멍곰이는 아침부터 집에 있었어요.
텔레비전으로 로로라는 탐정 강아지가
엘포라는 강아지의 목걸이가 없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만화를 보고 있었죠.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옆집 아저씨가 범인 같기도 하고
주인이 범인 같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아주머니가
범인 같기도 했어요.
멍곰이는 실눈을 떼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요.
즐겁게 깔깔대고 보고 있는데
"우 두두두두”
비 오는 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리기 시작했어요.
청소하던 엄마는 비가 들어올까 봐
방마다 열린 창문을 급하게 닫았어요.
"엄마 비가 오잖아!”
멍곰이는 실눈을 뜨고
비가 오는 창밖을 쳐다보아요.
"멍곰아 하늘이 맑았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구나!
대순, 복순이가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걱정되는데?
하늘을 보니 비가 계속 올 것 같아”
"엄마, 대순이와 복순이 마칠 때도
비가 오면 엄마가 복순이 우산 갖다 줘.
내가 대순이 한테 우산을 갖다 줄게.”
"멍곰아 엄마가 대순이 갖다 줄게.
네가 복순이 갖다 줘. 중학교가 더 멀잖아?"
"아~~ 아니야 엄마.
내가 대순이 한테 갈 거야.”
멍곰이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어요.
‘내가 대순이 우산을 갖다 줘야 해.
대순이는 나한테 무조건 잘해준단 말이야.
학교 앞에 ‘감귤 나라’라는 분식집이
맛있다고 했으니,
내가 우산을 가져가면
대순이가 고마워서 분식집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거 사주겠지?
떡볶이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무조건 대순이한테 내가 우산을 갖다 줘야 한다고.
복순이한테 가져가면
아~~~ 휴~~~~~~생각하기도 싫어.
나보고 가방 들으라고 하고
막 퉁퉁거리겠지?‘
시간이 되자 엄마는
복순이에게 우산을 갖다 주러 나갔어요.
대순이와 복순이가 비슷한 시간에
마치는 요일이라 엄마가 나간 후
10분 뒤에 멍곰이가 나가야 해요.
"멍곰아 3시 20분까지 학교 앞으로
가야 하는 거 잊지 말고.”
엄마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죠.
멍곰이는 10분 뒤 대순이의 우산과
자신의 우산을 가지고 집을 나섰어요.
장화를 신고 ‘바른 중학교’ 앞으로 갔어요.
멍곰이는 우산을 들고 정문 앞에서
기다립니다.
‘비가 오는 날 사랑하는 가족에게
우산을 건네주기 위해 기다리는 건
정말 하늘이 준 축복인 것 같아.
이런 시간만큼 아름다운 시간이
어디 있겠어. 기다린다는 건 마냥
힘든 일만은 아니야.
설레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하나둘 수업을 마친 중학생들이 나와요.
멍곰이를 보고 수군거렸어요.
‘학생 나보고 수군거리지 마
모르는 사람이 그러면
당하는 강아지는 기분 나쁘다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춘기 학생들의 눈빛이 무서워서
꾹 참고 대순이를 기다렸어요.
"저기 대순이가 오네.
대순이한테 우산 주고 ‘감귤 나라'에서
떡볶이 사달라고 해야겠다.
내가 우산을 가지고 왔으니
대순이는 분명 고마워서라도
분식집에 데리고 가겠지?”
대순이는 친구의 우산을 같이 쓰고
놀란 눈으로 멍곰이 쪽으로 걸어와요.
"멍곰아.”
"대순아 우산 가져왔어.
네가 대순이 친구 려원이니?
너 이야기 많이 들었어.”
그런데 대순이와 려원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어요.
"멍곰아. 우산만 주고 먼저 집에 가 있어.
나 나중에 갈게.”
"대순아~~ 오랜만에 내가 너
우산 가지고 왔는데, ‘감귤 나라~’”
"멍곰아 미안해.”
대순이는 멍곰이를 지나쳐
먼저 가버렸어요.
‘뭐야 내가 우산을 가지고 왔으면
고마워서라도 같이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떡볶이는 안 사주더라도 말이야.’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왠지
멍곰이의 눈물 같아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어요.
눈치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봅니다.
‘비야! 너는 왜 그렇게 눈치가 없니?
내가 이렇게 우울한데
왜 더 우울하게 내 주변을 감싸는 거야?
제발 너라도 오지 마~
내 마음을 진정할 수 있게.‘
집에는 엄마와 복순이가 와 있었어요.
"멍곰아 대순이는?”
엄마가 물었어요.
"몰라~ 대순이 말도 꺼내지 마.
사춘기가 왔는지 날 쳐다보지도 않아.”
멍곰이는 안방 침대에 가서
엎드려 울었어요.
원래 멍곰이는 대순이와 같은 방을
쓰지만 오늘은 그 방에 들어가기
싫었어요.
1시간쯤 뒤에 대순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요.
멍곰이는 안방에서 나가지 않았어요.
6시가 되고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왔어요.
멍곰이는 꼼짝하지 않고 안방에만 있었어요.
아빠가 오고 10분쯤 지났을 때였어요.
안방 문이 열리고 아빠가 멍곰이를 쳐다봐요.
그리고 말해요.
"멍곰이. 왜 아빠가 와도 나와 보지 않지?”
"아빠. 대순이 사춘기인가 봐.
나 상처받았다고.”
"아빠 눈에는 네가 사춘기처럼 보여.
아빠도 네가 나와 보지 않아서 상처받았어.
이리 나와봐.
나오지 않으면 아빠한테 잔소리 들을 줄 알아.”
멍곰이는 아빠 잔소리도 싫었어요.
어떨 때는 한 시간 넘게 아빠의
잔소리 강의를 들어야 해요.
눈물 맺힌 얼굴로 거실로 나갔어요.
"자 멍곰아. 이거 너에게 주는 선물.”
멍곰이는 대순이가 주는 상자를 받았어요.
"이거 뭐야?”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오늘이 3년 전 우리가 ‘모두 다 파는 상점’
안에서 처음 만난 날이잖아.
오늘 선물 찾으러 가기로 했는데
네가 학교 앞으로 와서 너무 당황했어.
너한테 말할 수도 없고.
아까는 너무 미안했다고.”
"대순아!”
멍곰이는 눈에 눈물이 그렁 거리며
대순이의 선물을 풀어 보았어요.
상자 속에는 멍곰이의 티셔츠가 있었어요.
티셔츠에는 멍곰이라는 문구와
멍곰이 얼굴이 있었어요.
멍곰이는 기분이 좋아서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어요.
‘어쩌면 내가 대순이가 중학생이라
사춘기라는 것만 보려고
했었던 건지도 몰라
다른 이유가 있는데도 말이야.
대순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사춘기라서 그렇다는
생각보다는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하던지 이해를 먼저
해보도록 해야 할 것 같아.
왜냐하면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일주일 뒤 대순이와 복순이가
학교에 가고 없는 보통날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오늘은 많이 내리지 않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대순이 우산 주러 갔다 올게.”
"멍곰아. 오늘은 비가 오묘하게
와서 우산 들고 안 가도 되겠는데?”
"아니야. 대순이 비 맞으면 안 돼.
이런 예쁘게 오는 비라도
젖게 되어 있다고.”
학교 앞에서 멍곰이는
대순이가 선물로 준 티셔츠를 입고
기다립니다.
빗방울은 아주 예쁘게 내리고 있어요.
"멍곰아!”
대순이가 려원이와 함께 뛰어와요.
"려원아 우리 멍곰이도 왔으니
‘감귤 나라'에서 떡볶이 먹고
집에 갈까?”
멍곰이는 오늘 우산을 두 개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
자신이 쓸 우산만 가지고 왔어요.
대순이와 한 우산을 같이 쓰고 싶었거든요.
‘감귤 나라’에서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빗방울이 조금은 굵어졌어요.
하지만 대순이와 멍곰이의 모습이
너무 다정해 보여요.
"멍곰아. 우산 너 쪽으로 더 가져가.”
"아니야. 대순이 쪽으로 더 가져가.”
"대순아. 난 너와 함께 우산을 쓰면
한쪽 어깨가 젖더라도 괜찮아.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잖아.”
멍곰이와 대순이 주변으로
비가 아주 아름답게 내렸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