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안 봤는데, 미영 씨 참 무서운 사람이네!"

[오케이 마담 2]

by오래된 도서관

"엄마는 뭐 없어? 저런 거 못해?"


일 하다 중간에 저녁 하러 들어와 몸도 마음도 바쁜데 막내가 이틀을 저렇게 꼬리처럼 따라다닌다. TV에서 골라 볼 수 있는 영화에서 [오케이 마담]을 골라 보더니, 뭐가 그리 마음에 들었는지 두 번 정도 재 시청하는 것은 보았는데, 그 후 며칠을 저런 질문을 하며 눈까지 반짝거린다.

갓 초딩이 된 막내의 갈증을 해결해 주려면, 저녁 짓다 들고 있던 국자라도 휙 던져 걸어 주는 퍼포먼스라도 보여줘야 할 판이다.


"저 꽈배기 아줌마는 '엄정화'야. 엄마는...... 그냥 엄마야."


없는 재주라도 만들어 보여줄 것을 그랬나. 시시하네 하는 얼굴로 다시 TV앞으로 간다. 여덟 살 남자의 희망을 너무 풀썩 꺾었나? 다음 날 괜히 시장 들러 꽈배기 몇 개 사다 주었더니 그 여덟 살 남자는 지난 이틀간의 깨방정 모드에 비해 한결 차분해져 어른 같아진 얼굴로 꽈배기를 한 입 물어내어 씹는다.

그래.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지.

나에게는 나름의 찬란했던 내 이십 대의 어느 순간을 자랑하더라도, 비행기 하이재킹 하는 북파공작원을 상대하는 꽈배기 아줌마에 비견할 만한 순간은 없어. 미안해. 아들.

평소 잘 보지도 않던 꽈배기까지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생각할 만큼 재미있게 보는 영화가 궁금해서 함께 다시 보기도 했는데, 온라인 게임 생활과 집안일에 치인 엄마는, 아들의 히어로가 무쌍을 찍는 동안, 눈꺼풀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다음 날,


"엄마는 잠만 자던 국정원 아저씨야."


북파공작원보다 엄마의 저질체력이 더 악당이구나.

그리고 이번 주에는, 그 후 잊고 있던 [오케이 마담 2]가 개봉한다. 속편까지 나왔다니, 전편이 꽤 흥행했던 모양이다.

...... 미안해. 아들.


박수 칠 때 떠난 전설은 그때 떠났기 때문에 전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전설들은 꼭 자식 앞에서 다시 무대로 불려 나온다.

[오케이 마담]도 다르지 않다. 빌런은 늘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안전한 일상을 먼저 건드린다. 지킬 가족이 생긴 순간, 은퇴는 끝난다. 하긴, 나 같아도 내 손으로 해결하지 경찰이 해결할 때까지 못 기다리지. 해결 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터프했던 내 과거를 누르던 '안전핀'인 상황인데 말이다.

아마 6년 전 막내도 놀이터 파워게임에서 위세가 밀리던 차에, 우리 엄마가 힘을 숨긴 꽈배기 아줌마이기를 바랐던 것일 테지.

미안해. 아들. 난 꽈배기도 못 만들어.


영화 [오케이 마담]의 미영 씨도 과거의 그림자를 거부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탄 비행기가 하이재킹 당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최귀순으로 각성했었다. 그리고 [오케이 마담 2]에서는 크루즈 여행을 간 모양이다.

미영씨네 꽈배기집이 6년간 매출이 대박 났나 보네. 금은방도 아니고, 하루에 꽈배기를 몇 개나 팔아야 크루즈 여행비가 나오는 거야?

퇴역 전설 최귀순의 삶이 더 대단한 것일까, 6년 만에 크루즈 여행 경비 댈 만큼 장사 잘하는 미영 씨의 삶이 더 대단한 것일까?

사람이 안 해본 건 쉬운 줄 안다는데, 둘 다 안 해본 나는 양쪽 다 대단해 보인다. 그중 어느 것을 고를래? 하면 대박 꽈배기집 아줌마를 고르련다.

매일 목숨을 걸고 하는 칼날 위를 걷는 삶보다는 자영업이라는 '아는 쓴 맛'이 낫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쉴 틈 없이 일만 하고 사는 자영업 사장의 삶은 가족 옆에서 그들의 삶과 함께 지날 테니.

평범한 삶으로 돌아올 수 없는 화약 냄새 맡으며 사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만, 지긋지긋한 기름냄새 견디며 하루도 안 쉬고 장사하며 사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미영 씨 참 무서운 사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