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명 앞에서

by고혜정

얼마 전 AI, 즉 인공지능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처음에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최신 기술을 한 수 배워보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사용법보다 다른 질문 하나였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강의에서는 인류가 새로운 문명을 맞이하는 순간을 이야기했다. 전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삶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긴 시간을 거쳐 일상에 스며들었고, 우리는 이미 문명이 익숙해진 시대에 태어나 그 편리함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하지만 AI가 가져온 변화는 결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새로운 문명이 막 싹을 틔우고 개척되는 그 생생한 과정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다. 뉴스와 바카라, 강연, 그리고 일상 속에서 세상의 축이 조금씩 옮겨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이처럼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를 온몸으로 지나쳐 간다는 것은, 참으로 드물고 가슴 뛰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강의를 듣는 내내 문득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새로운 시대라는 것은 결코 ‘나이가 젊은 사람들’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정한 새로운 시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을 놓지 않고 마음을 열어두는 사람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더디고 조심스러워진다. 익숙한 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기술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배우려는 마음만큼은 세월도 늙게 만들지 못한다.


돌아보면 내 삶도 그렇게 조금씩 지평을 넓혀왔다. 새로운 도시를 찾아갔고, 외국어를 배웠으며, 퇴직 후에는 다시 학교에 들어갔다. 낯섦은 언제나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AI도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는지 모른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고, 때로는 따라가기 벅차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문 앞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세상의 모든 변화를 가장 먼저 꿰뚫어 보는 얼리어답터가 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새로운 시대가 밀려올 때 뒷걸음질 치며 두려워하기보다, 조금 더디고 느릴지라도 끝내 이해해 보려 손을 내미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새로운 문명은 언젠가 익숙한 일상이 되겠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만큼은 오래도록 낯설게 살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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