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by전영칠

'근원에 대한 관상(묵상)'시리즈는 관상하고 살면서 문득 스치는 느낌(생각)들을 쓴 것입니다.

(* 관상(觀想)은 '사랑의 고요한 인식' 혹은 '신적 현존에 온전히 잠겨 쉬는 응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관상(觀想)은 인간이 머리로 생각(想)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맑게 비워 신적 실재가 영혼의 눈(觀)에 스스로를 드러내도록 내맡기는 직관적 머무름을 뜻합니다.)






110. 침묵



1.

침묵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근원의 존재'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비로소 나의 고민이 끝나고, 나의 앎이 끝난다.



2.

침묵은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말을 하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우주는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침묵은 차고도 넘치는 말이라는 허언증(虛言症)의 세상에서 말의 가치를

대신하는 것이다.


침묵은 완벽한 말이다.

침묵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침묵은 가해자, 피해자 양쪽의 송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3.

침묵은 그저 고요한 하나의 풍경이다.

침묵은 물결은 물결대로, 버들잎은 버들잎대로, 날아가는 새는 날아가는 새대로

'그저 있는 대로 사는 것'이다.


침묵은 체중은 있으나 체중이 없이 무형으로 사는 것과도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4.

침묵은 모래알 하나이면서 우주의 모든 것이다.



5.

침묵은 '근원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침묵은 억울함을 뛰어넘을 수 있다.

침묵은 억을 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침묵은 변명도, 할 말도, 해야 할 말도 모두 놓아둘 수 있는 것이다.

(2026.09.06)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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