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근원과 신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24가지 질문

by전영칠

'근원에 대한 묵상'시리즈는 묵상하고 살면서 문득 스치는 느낌(생각)들을 쓴 것입니다.




67. 인간의 근원과 신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24가지 질문



이건희 회장은 2010년경 투병 생활 중 가톨릭 신부에게 인간의 근원과 신에 대한 24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지는 당시 정의구현사제단 전 대표였던 박홍 신부 등을 통해 전달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이 회장은 답변을 듣기 전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24가지 질문 전문


1. 신(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지 않는가?

2. 신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3.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아메바로부터 진화했다고 하는데, 신의 창조설과 어떻게 다른가? 어느 것이 맞는가?

4. 언젠가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데, 종말은 과연 오는가?

5.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세상에 고통과 불행, 죽음을 주었는가?

6.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예: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갖가지 흉악범들)

7. 예수는 죄 많은 인간을 대신해 죽었다는데, 우리 죄가 없어졌는가?

8.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9. 종교란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10. 천주교를 믿지 않고 착하게 사는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11. 종교의 종류가 왜 그렇게 많은가? (예: 천주교, 개신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등)

12. 신부나 수녀, 스님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

13. 천주교의 어떤 신부는 경제적 낙후는 천주교 때문이라는데, 사실인가? (예: 필리핀이나 남미 국가들)

14. 인간이 죽은 후에 영혼은 죽지 않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15. 영혼이란 무엇인가?

16. 우리나라는 유교 정신이 강한데, 제사는 왜 못 지내게 하는가? (현재 천주교는 제사를 허용하지만, 과거의 갈등에 대한 질문)

17.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신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런가?

18. 미사나 예배에 꼭 참석해야 하는가? 마음으로만 믿으면 안 되는가?

19.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는데, 부자는 악인인가?

20.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국민의 90% 이상이 천주교인데, 왜 슬롯 혼란과 범죄가 그리 많은가?

21. 공산주의 슬롯에는 왜 종교가 없는가?

22. 어떤 사람은 죽기 직전에 회개하면 천국 간다고 하는데, 평생 착하게 산 사람과 불공평하지 않은가?

23.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24. 기도를 하면 왜 병이 낫기도 하고 안 낫기도 하는가?


이 질문들은 인간의 존재 이유, 고통의 의미, 그리고 사후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을 담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을 내놓은 인물은 고(故) 차동엽 신부다. 그는 이 회장의 질문지를 입수한 후, 약 1년간의 고뇌와 연구 끝에 2011년 『잊힌 질문』이라는 바카라을 출간했다.

바카라 제목은 『잊힌 질문』(부제: 이건희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질문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경영자조차도 마지막 순간에는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간 본연의 고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24가지 질문의 주인공은 고 이병철 회장


사실 이 24가지 질문의 주인공은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그의 부친인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다.

이 질문지는 이병철 회장이 1987년 폐암으로 투병하며 타계하기 직전(한 달 전쯤)에 작성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또한 생전에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지가 사후에 공개되면서 삼성가(家) 전체의 철학적 질문으로 묶여 회자되었다.


이병철 회장이 남긴 질문의 전문은 앞서 알려준 내용과 동일하다. 한 기업의 창업주가 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던진 이 진솔한 물음들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성찰을 주고 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의 투병 생활과 관련하여 "재산의 절반을 주겠다"는 이야기는 대중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의 실체와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금전적 제안 이상의 '삶에 대한 간절함'과 '당시의 한계'가 담겨 있다.


이병철 회장은 1976년 위암 수술을 받은 후 건강을 회복했으나, 1986년 폐암 진단을 받으며 다시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당시 그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최고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재산의 반을 주겠다"는 말은 당시 의료진이나 측근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와전된 측면이 크다. 공식적인 기록이나 유언장에 명시된 내용은 아니지만, 생사의 기로에 선 인간으로서 그가 가졌던 절박함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통용된다.


이는 단순히 돈으로 생명을 사겠다는 뜻이라기보다,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겠는가"라는 성경 구절처럼, 그가 평생 일구어온 막대한 부(富)조차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허무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병철 회장은 생의 마지막 1년 동안 극심한 고통과 싸웠다.

당시 삼성은 일본의 암 권위자들을 초빙하고, 미국 최고의 병원을 찾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폐암 말기의 전이를 막기에는 현대 의학의 한계가 명확했다.

병세가 깊어질수록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고 철학적, 종교적 사유에 침잠했다. 앞서 언급한 '24가지 질문'이 작성된 시기도 바로 이 무렵(1987년 10월경)이다.


결국 이병철 회장은 1987년 11월 19일 타계했다. 그가 실제로 재산의 반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기회는 없었으나, 대신 그는 우리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질문들을 남겼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데, 부자는 악인인가?"라는 19번 질문은 평생 부를 축적해 온 그가 죽음 직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성찰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마지막은 '아무리 큰 부자라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한 명의 연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평범하지만 무거운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인간이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재산? 아니다.

명예? 아니다.

살아생전 그 엄청난 욕망의 채움? 더더구나 아니다.


인간이 이 세상을 끝내고 유일하게 가지고 가는 것이 있다.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영혼의 기록을 가지고 간다.

그것이 '생명록(生命錄)'이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간이 지상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이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공부이다.

(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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