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를 앞두고

byGrace k

도쿄행 저가항공 리뷰 영상을 틀어놓고
당근과 닭가슴살을 넉넉히 삶아 소분했다.
3주 분량의 루이 식사를 준비해 두었다.
딸을 위한 간단한 재료도 챙겨본다.
덩어리 락토스프리 치즈를 적당한 두께로 썰다 보니 문득 한석봉 어머니라도 된 기분이다.

"딸아, 너는 바카라을 보거라.

어미는 통치즈를 잘라볼 테니."
즐겨보는 여행 유튜버의 새영상이 올라왔다.

아직 유콘과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경계 지역을 걷고 있는 모양이다.

화면 속 곰과 대치하는 순간은

나도 숨을 죽이게 된다.

길에서 만난 이마다 곰을 조심하라 당부한다는데, 화면 이편의 내 마음까지 보태어본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만

일을 대신해줄 수 있냐는 요청 문자를 받았다.

직원이 키우는 어린 고양이가 발톱을 다쳐

병원에 가야 한단다.

말 못 하는 동물이 아플 때의 그 애타는 심정을

잘 알기에, 금방 회복할 거라는 위로와 함께

출근을 대신하기로 한다.
환절기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감기 녀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집안 공기는 따뜻한데 등골이 서늘하고 약한 기관지는

잔기침을 부른다. 여행이 코앞인데 아플 수는 없다. 찬 음식을 피하고 상비약도 챙긴다.
6일 뒤면 떠날 여행길에 태풍이나 변수가 없기를,


밖을 보니 파랗게 개인 하늘이 드높다.


밴쿠버의 10월 하루가 이렇게 맑은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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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아, 가는 길 막아서지 말기를.

월요일 연재